너무도 명백한 사실관계 오류 때문이었을까. 조선일보가 19일자 보도를 하루 만에 오보라며 바로잡았다.

조선일보는 19일자 3면에 배치한 <박원순 취임 후… 해고된 서울교통공사 민노총 간부 30명 복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들이 교통공사에 특혜 취업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 노조 간부는 5대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을 지낸 김모씨다. (김씨는) 1993년 위원장 취임 후 이듬해 3월 서울·부산지하철 총파업을 주도해 해고됐다. 2000년엔 민노총 공공연맹 위원장을 지냈다. 2004년 총선에서 민노총 공공연맹 추천을 받아 민주노동당 후보로 광명시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복직 대상으로 꼽혔으나 당시 60세로 정년에 걸려 제외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엉뚱한 사람을 지목했다. 조선일보가 말한 김 전 위원장은 서울지하철 5대 노조위원장을 지낸 김연환 위원장으로 그의 아들은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한 적이 없다.

조선일보는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감장에서 “서울교통공사 전 노조위원장 김모씨의 아들이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이 되고, 이번엔 정규직이 됐다”라고 말한 것을 근거로 취재를 했는데 김용태 사무총장이 말한 사람은 도시철도공사노조 5대 노조위원장을 지낸 김아무개씨다.

미디어오늘은 19일자 보도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지적했고, 민주노총도 조선일보 보도가 오보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20일자 신문에서 2면 종합면으로 ‘바로잡습니다’라는 내용의 사고(社告)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지난 19일자 A3면 ‘박원순 취임 후...해고된 서울교통공사 민노총간부 30명 복직’ 기사 중 아들이 교통공사에 특혜 취업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 노조 간부는 5대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 김모씨가 아니라 전직 도시철도노조 위원장으로 확인됐기에 바로잡습니다. 김 전 위원장과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고 밝혔다.

6단 중 1단, 그리고 7줄짜리 분량이다. 조선일보 보도는 아들 취업 특혜 의혹과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의 인생사를 거론하며 부정적인 여론과 연결시킨 내용이다. 보도가 주는 파장과 비교해 7줄짜리 사과를 어떻게 봐야할까.

▲ 조선일보가 19일자 보도 내용을 오보라며 바로잡았다. 빨간색 테두리로 표시돼 있는 대목이 '바로잡습니다' 내용.
▲ 조선일보가 19일자 보도 내용을 오보라며 바로잡았다. 빨간색 테두리로 표시돼 있는 대목이 '바로잡습니다' 내용.

민주노총은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기사에서 특정한 전환 대상자의 아버지는 ‘한국노총’ 산하 전직 위원장이며 현재는 공사 1급 간부인 김모처장이다”라며 “조선일보가 특정해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입사 및 전환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역시 조금이라도 비리/특혜/부정의 근거가 있다며 소상히 밝혀 주시기 바란다”고 조선일보의 보도가 오보임을 재차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전직 위원장을 잘못 짚은 조선일보의 오보 이외에도 여러 기사가 악의적이라고 반박했다.

조선일보는 20일자 <그들끼리 나눠 먹는 취준생 일자리>라는 기사에서 “서울교통공사에선 ‘채용 때 임직원의 친인척을 우대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직원 1만7084명 중 1912명(11.2%)이 친인척 관계였고, 그중 108명은 무기계약직 입사 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또 전직 노조위원장의 아들, 노조 지회장의 배우자, 전·현직 노조 관계자 9명의 친인척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실도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조선일보는 인용부호를 사용한 기사를 1면에 올리면서도 누가 의혹을 제기했는지? 제기한 의혹의 근거는 무엇인지? 의혹의 대상자에게 의견 또는 반론을 청취했는지?는 전혀 밝히지 않았다. 이는 기사 작성의 기본적인 원칙도 무시한 정치적 억지 주장으로 기사의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노총은 “조선일보는 같은 기사에서 전직 노조위원장의 아들, 노조 지회장의 배우자, 전․현직 노조 관계자 9명의 친인척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고 사실 확인 기사를 작성했다”면서 “ 그런데 이 분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입사하거나, 비리 또는 특혜로 전환된 것이라는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그런 근거가 있으면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근거 없이 비리/특혜/부정의 낙인찍기 기사는 언론, 기자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20일자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박원순 시장의 정규직 전환 지시로 서울교통공사 식당·목욕탕 직원, 이용사까지 정규직이 됐다. 이들이 공사 업무와 어떤 관련이 있다고 정규직이 되나”라며 “이렇게 도덕적 해이의 문이 활짝 열리니 직원들 친인척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왔다. 서울교통공사 노조원이 사람 위에 올라타고 목을 졸라가며 정규직 전환을 요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분위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은 “해당 보도는 후생지원직에 종사하는 분들을 모욕하는 주장이다. 해당 분야 업무는 상시지속업무로 가능한 많은 분야에서 정규직 고용으로 유지할수록 좋은 것”이라며 “해당 노동자가 정규직이 된 것이 도덕적 해이냐”라고 반문했다.

민주노총은 “조선일보는 악의적이고 반복적으로 사실관계가 비틀고, 근거없이 낙인찍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이에 대해 언론중재위 제소, 민․형사상 조치 등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엄정하고 원칙적인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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