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판 숙명여고 사건’으로 불리며 아들에게 모두 최고 학점(A+)을 준 것으로 드러난 국립대 교수의 아들이 학교 장학금까지 특혜 수령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20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서울과학기술대학 A교수의 학과에 편입한 아들 B씨는 2015년 1학기 아버지 강의를 듣고 최고 학점을 받아 성적 장학금으로 등록금 277만 원 전액 면제받았다.

게다가 B씨는 같은 해 아버지가 지도교수로 있을 당시 대학이 국책사업 예산을 가져오면 학과에 지급하는 사업단장학금도 두 차례(총 201만 원)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B씨가 재학 기간 받은 장학금은 성적장학금과 사업단장학금 등을 포함해 총 540여만 원이다.

앞서 김현아 의원은 A교수의 아들 B씨가 2014년 국립대인 서울과학기술대학 교수 아버지의 학과에 편입했는데, 편입 당시 B씨는 다른 전공 출신이었지만 면접시험에서는 세 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평균 96점을 받아 총점 288점으로 공동 2등으로 합격했다고 밝혔다. 그 당시 입학관리처에서 자녀 등 친인척에 대해 신고하라고 했지만 A교수는 이 사실을 숨겼다.

18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18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편입 후 아들 B씨는 2015년까지 매 학기 두 과목씩 아버지 강의 8과목을 듣고, A교수는 아들에게 모든 과목에서 A+의 학점을 줬다. B씨는 타 교수로부터 낮은 점수를 받은 과목의 경우 아버지 수업을 재수강해 A+를 받기도 했다.

김현아 의원은 “아들이 편입하기 전까진 평균 매 학기 3과목 이하를 강의하던 A교수는 아들이 편입하자 강의를 5~6개로 늘렸고, 아들이 졸업하자 다시 두 개 이하의 강의로 줄인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현재 A교수는 “편입 사실을 학교 측에 자진신고 하지 않았으나 아들에게 학점을 더 주는 등 특혜를 준 일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학교 측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자체감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대학판 숙명여고’ 사태로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가운데 아버지로부터 높은 성적을 받아 장학금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부정한 방법으로 성적을 받은 것으로 밝혀진다면 장학금도 부당하게 지급된 것으로 명백한 사실관계를 확인해 그에 상응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20일자 경향신문 사설.
▲ 20일자 경향신문 사설.
이날 해당 사건을 다룬 언론들도 엇나간 자식 사랑으로 가장 공정해야 할 교육계에서 일어나선 안 될 비리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가르쳐야 할 교육기관에서 이 같은 가치를 배반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으니 참담할 따름”이라며 “한국에선 공적 제도·기관들이 신뢰를 주지 못 하다 보니 ‘믿을 것은 가족·학연·지연’이라는 문화가 팽배해 있다. 이 같은 개인적·폐쇄적 ‘자본’이 없는 약자들은 시스템을 더욱 불신하게 된다. 저신뢰 사회의 악순환”이라고 진단했다.

서울신문도 “고등학교 교무부장 아버지가 딸들에게 시험문제를 미리 알려주고, 교수 아버지가 아들에게 올 A+를 주는 불법과 일탈이 교육현장에서 버젓이 자행된다면 누가 이들을 믿고 자녀를 맡기겠느냐”며 “정의나 윤리는 내팽개친 채 내 자식만 챙기는 이기주의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한 유사한 사건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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