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뇽 탓에 늦춘 천성산 터널… 6조원 넘는 손해”

조선일보가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9월18일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를 검증하는 차원에서 실었던 보도는 ‘허위’였다. 천성산 도롱뇽 때문에 100일 가까이 단식한 지율 스님이 조선일보에 제기한 손배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율 스님(61·본명 조경숙)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정정보도를 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대법원 판결은 항소심 선고 4년여 만이다.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조선일보는 20일 이내 신문 5면에 정정보도문을 실어야 한다.

조선일보는 2012년 9월18일 “도롱뇽 탓에 늦춘 천성산 터널… 6조원 넘는 손해”라는 보도에서 지율 스님의 ‘도롱뇽 단식’ 때문에 대구 천성산 터널 공사가 지연됐고 사회·경제적 손실 수조 원이 추산됐다고 보도했다.

지율 스님은 지난 2003년 경부고속철도 건설을 위해 정부가 대구 천성산 터널 공사를 하려 하자 도롱뇽이 서식하는 생태계가 파괴된다며 단식 농성을 진행했다. 조선일보는 보도 사진으로 2004년 8월 당시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지율 스님을 만나 설득하는 장면을 실었다.

▲ 조선일보 2012년 9월18일자 5면. 조선일보가 18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를 검증하는 차원에서 실었던 이 보도는 ‘허위’였다.
▲ 조선일보 2012년 9월18일자 5면. 조선일보가 18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를 검증하는 차원에서 실었던 이 보도는 ‘허위’였다.
2012년 조선일보 보도는 대선 후보 검증 차원이었다. 조선일보는 보도에서 문재인 후보가 2003년 화물연대·철도노조 파업,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에 대한 전교조 반발 등을 모두 주관했으나 “결과는 모두 실패”라고 혹평했다.

조선일보는 “천성산 터널 문제도 사회적 비용을 크게 지불한 사건”이라며 “당시 건설교통부 평가로 1년간 공사가 중단되면 사회·경제적 손실이 2조5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주장했다.

19일자 한겨레 보도를 보면, 지율 스님은 소송에서 “터널 공사가 중단된 것은 6개월이고 그로 인한 손실액은 51억 원에 불과한데 기사 제목에 손해가 6조 원이 넘는다고 기재한 것은 허위”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쪽은 “문제된 부분은 진실한 사실이거나 일반인 이해를 돕기 위해 요약한 것일 뿐 허위 사실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사건 1심에선 지율 스님이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기사의 중요 부분이 진실하거나 그것이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기사의 제목과 내용, 문구 배열 등을 종합하면 독자들에게 지율 스님 단식농성 등으로 공사가 지연돼 총 6조 원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묵시적으로 적시해 허위사실을 보도했다”면서 지율 스님의 손을 들어줬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대법원은 “천성산 터널 공사 중단으로 6조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부분을 보도한 내용을 허위라고 판단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언론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2009년에도 조선일보로부터 정정보도를 받아냈다. 지율 스님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결과였다. 그해 9월26일 조선일보는 2면에서 다음과 같이 사실을 바로 잡았다.

▲ 조선일보 2009년 9월26일자 2면.
▲ 조선일보 2009년 9월26일자 2면.
“본지는 지하수 유출로 인한 습지 등 생태 환경 파괴를 이유로 한 지율 스님의 단식농성으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원효터널 구간의 공사가 1년 이상 중단돼 2005. 12. 1.경 원효터널의 공정률이 5%에 불과했고, 위 공사 중단으로 인해 2조5000여억 원의 손실을 입게 됐다는 취지의 기사를 여러 차례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지율 스님의 단식 농성으로 인해 위 공사가 중단된 기간은 6개월이고, 이로 인해 시공사가 직접적으로 입은 손실액은 약 145억 원이며, 2005. 8. 26. 현재 원효터널이 존재하는 13-3 및 13-4 공구 중 13-3 공구의 계획공정률은 13.04%, 실적공정률은 13.10%, 13-4 공구의 계획공정률은 18.86%, 실적공정률은 17.35%였고, 2009. 4. 25 현재 13-3 공구의 계획공정률은 99.99%, 실적공정률은 97.77%, 13-4 공구의 계획공정률은 100%, 실적공정률은 100%이었음이 확인돼 이를 바로잡습니다.”

▲ 조선일보 2009년 6월5일자 2면.
▲ 조선일보 2009년 6월5일자 2면.

조선일보는 이보다 앞서 2009년 6월5일에도 “본지 2009년 4월 24일자 A31면 ‘환경운동의 내리막길은 천성산에서 시작됐다’ 제하의 사설 및 A10면 ‘고속철 공사 방해 지율 스님 유죄’ 제하의 기사와 관련, 천성산 터널공사가 중단된 기간은 1년이 아니라 6개월이며, 공사가 중단된 6개월 동안 직접적인 공사 관련 손실은 145억 원으로 밝혀진 바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는 자연습지에 영향이 없다고 했으나 지하수 유출 현상이 여러 차례 있었음이 확인됐다”고 정정보도를 실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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