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진흥재단 상임이사 선임에 ‘불공정 보도’ 논란을 부른 인사가 후보로 올랐다.

언론재단은 지난 7월 말 광고본부장, 미디어본부장 등 재단 상임이사 2명을 공모했다. 이때 선임하지 못한 미디어본부장 경우 지난 10일까지 추가 공모가 진행됐다.

그 결과 지난 16일 한국일보 출신 김철훈씨와 연합뉴스 출신 이래운씨 등 응모자 2명을 두고 내·외부 심사위원들 면접이 있었다. 

논란인 인사는 이래운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이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이 전 국장은 MB정부인 2011년 연합뉴스 편집국장을 지냈다. 2012년에는 연합뉴스TV 보도국장을 역임했다. 박근혜 정부인 2013~2015년 연합뉴스TV 보도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이 전 국장은 2012년 연합뉴스 기자들의 103일 파업을 부른 인사(당시 연합뉴스 편집국장)로 꼽힌다. 그가 지난해 3월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의 미디어 특보단에 합류한단 소식에 ‘불공정 인사’ 시비가 일기도 했다. 당시 미디어특보단장이 현 민병욱 언론재단 이사장이다.

▲ 2011년 10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중앙 언론사 보도·편집국장 초청 만찬에서 한미 정상회담 성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래운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사진=연합뉴스
▲ 2011년 10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중앙 언론사 보도·편집국장 초청 만찬에서 한미 정상회담 성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래운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사진=연합뉴스
신문법에 따르면 언론재단 이사장이 재단 이사회 추천을 받은 사람 가운데 상임이사를 임명하는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승인이 필요하다. 

19일 오후 4시 개최되는 재단 이사회에서 김철훈·이래운 등 두 후보를 평가해 1·2순위로 나누고 추천할 예정이다. 재단에 따르면 두 후보가 이사회 추천을 받으면 청와대 차원의 인사 검증이 이뤄진다. 

이를 바탕으로 민병욱 언론재단 이사장이 검증 완료된 후보를 제청하면 문체부 장관이 승인하고 민 이사장이 최종 후보를 상임이사에 임명한다.  

이래운 전 국장이 19일 재단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 2인으로 추천될 것으로 예측되자 언론노조는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언론노조는 지난 18일 성명에서 △의혹 규명보다 청와대 해명에 집중한 내곡동 사저 기사(2011년) △현장 기자 거부로 법조팀 명의로 나간 한명숙 전 총리 재판 기사(2010년) △‘도전과 응전의 정치’, ‘경제 성장 발판 마련’ 등 MB 칭송 기획 기사(2010년) △4대강 사업 홍보성 기사(2009년) 등을 거론하며 “이래운씨가 보도 책임자로 재직할 당시 연합뉴스에서는 수많은 불공정 보도가 쏟아졌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재단은 ‘언론 적폐 청산’과 ‘언론 정상화’라는 시대 요구에 따라 한국 언론 토대를 제대로 구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공정보도를 훼손하고 파업을 유발한 인사가 재단 이사에 지원했다는 것 자체가 언론 노동자들에게 치욕”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선임권을 갖고 있는 재단 이사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경고한다”며 “만일 적폐 인사를 미디어본부장에 선임한다면 언론 노동자들은 현 정부가 언론의 건강한 발전과 개혁을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재단 이사회를 앞둔 19일 오전 재단 관계자들과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이 면담을 가졌다. 언론노조 측은 ‘적폐 인사가 재단 임원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단 관계자는 통화에서 “언론노조 우려를 민병욱 이사장에게 말씀드렸다”며 “현재는 (이래운 후보가) 어느 정도 문제가 있는 건지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언론노조 등에)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언론노조 항의 이후 재단도 사태 심각성을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래운 전 국장은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후배들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한다. (공정보도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후배들 입장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후배들의 공정보도 열망을 뒷받침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한 것을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전 국장은 “한명숙 공판 기사 등이 보도된 시기는 전임 박노황 국장(전 연합뉴스 사장) 임기 때다. 2009~2010년 불공정 보도까지 내 책임이라고 지적하는 건 아쉽다”며 “현직 때의 책임을 절감하고 있다. 그 시절 실책은 현재 삶의 교훈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국장은 “전임 국장 시절엔 노사 편집위원회가 가동되지 않았지만 내가 국장이 되고 나선 복원됐다”며 “2012년 파업 때는 ‘기사 제작이 중단돼선 안 된다’, ‘어떤 형태로든 파업 참여 후배들을 보호해주자’ 등의 원칙을 갖고 일했다. 이 때문에 당시 회사 경영진한테도 ‘섭섭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 노력했단 걸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전 국장은 박근혜 정부인 2013~2015년 연합뉴스TV 보도본부장으로 활동한 것과 관련해 “연합뉴스TV에서 친박뉴스를 했다고 비판하는데 난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교체됐다”며 “그때 박근혜 정부에서 내 성향을 ‘노조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다’고 평가한 걸로 안다. 그런 평가가 인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전 국장은 “기회가 돼 상임이사로 활동한다면 소외 계층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보 인프라 구축’ 작업을 해보고 싶다”며 “정보를 ‘보이지 않는 자본’이라고 하는데 사회적 약자들은 자본 접근성이 떨어진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에서의 경험이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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