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돈 나오니까, 너희들 고따위로 하면 내가 평가 어떻게 매기는지 봐봐. 짤리는 거 쉬워. 계속 XX 마이너스 주면 짤라”

며칠 전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녹음파일 제보다. 어느 회사의 부장이 금요일에 병원 치료로 휴가 낸 사원 둘을 불러 6분 넘게 욕설과 모욕을 퍼붓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런데도 현행 노동법에는 이런 부장을 처벌할 길이 없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물리적 폭행만 처벌한다. 폭언은 처벌하지 않는다. 이런 폭언과 모욕을 견디다 못해 그만두면 ‘자발적 퇴사’가 돼 실업급여도 못 받는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인간성을 파괴하는 상사의 갑질을 처벌하기는커녕 피해자의 고통 해결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 물컵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대한항공 조현민 전 전무가 기소조차 되지 않은 게 바로 이 때문이다.

▲ 이용득 의원과 직장갑질119가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갑질금지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직장갑질119
▲ 이용득 의원과 직장갑질119가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갑질금지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직장갑질119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복된 폭언과 모욕 등 ‘직장내 괴롭힘’을 처벌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의 방해로 국회 법사위에서 발목이 잡혔다.

이용득 의원과 직장갑질119는 19일 낮 11시30분 국회 정론관에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회 환노위는 지난달 12일 이용득 의원의 직장내 괴롭힘을 금지하고 예방과 사후조치를 취업규칙에 명시토록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외에도 직장내 괴롭히 예방에 정부책임을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규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도 심의 의결했다.

그러나 국회 법사위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직장내 괴롭힘의 정의가 불명확해 사업장에 혼란이 생긴다며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런데 직장내 괴롭힘과 비슷한 직장내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 양성평등기본법 등에서 이미 규정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프랑스 노동법과 캐나다 퀘벡주 노동기준법 등이 직장내 괴롭힘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 노동법은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에게 처벌 규정도 두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6년 11월 직장내 직접 폭력 뿐 아니라 괴롬힘까지 의제를 확장하고, 산하 ‘직장 괴롭힘 근절위원회’는 지난 6월8일 1년차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처럼 직장내 괴롭힘을 정의하고 예방과 사후처리 절차를 만드는 게 국제적인 흐름이다.

이용득 의원은 “직장내 성희롱처럼 직장내 괴롭힘도 근로기준법에 개념을 규정하고,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행동은 하위 법령이나 가이드라인으로 구체화해 직장갑질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환노위에거 갑질금지법을 통과시켰다고 자랑했던 자유한국당인데, 같은 법을 같은 한국당 이완영, 장제원 의원이 개념 정의가 모호하다며 발목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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