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오너 일가 갑질을 적극 비판해온 노조 간부에 먼지털이식 표적징계를 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조는 인사팀이 노조 간부들을 감시한 또다른 정황을 공개하며 “반인권적 부당노동행위를 멈추라”고 규탄했다.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공공운수노조 산하)의 이춘목 홍보부장은 지난 10일 사규를 위반했다며 인사팀에 호출돼 조사를 받은 후 대기발령 조치됐다. 인사조치는 5시간에 걸친 조사가 끝난 직후 20여 분만에 이뤄졌다.

노조는 인사조치 사유가 납득되지 않는다며 “사규 위반은 명목이고 실질은 노조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인사팀은 이 홍보부장이 기내식 된장덮밥 소스를 외부로 반출하고, 비행 중 이코노미석에서 쉬지 않고 퍼스트석에서 쉬었고, 성차별 발언을 했다며 7개 위반사항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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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노조는 회사가 은밀히 노조 간부들을 계속 사찰해왔다고 밝혔다. 노조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한 대한항공 직원은 지난 7월 ‘이 홍보부장이 대한항공직원연대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인사팀 직원으로부터 받았다. 직원연대는 조현민 전 전무 ‘물컵 갑질’을 계기로 드러난 오너 일가 갑질 행태를 규탄한 노조 전신이다.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에게도 사찰 정황이 확인됐다. 지난 3월 인력관리본부의 한 간부가 본부장에게 박창진 지부장 동향을 보고한 정황이 공용 컴퓨터 기록에서 발견됐다. 이 간부는 “과장님 ○○입니다. 혹시 본부장님께 드린 박창진 승무원 관련 자료 공유 가능하십니까”라고 문자를 발송했다. 이 간부는 지난 10일 이춘목 홍보부장을 조사한 직원이다.

대한항공 부산지역 인사노무 담당자는 개인정보유포 혐의로 현재 경찰수사를 받고 있다. 유은정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부지부장의 개인정보가 담긴 파일이 지난 7월 ‘대한항공직원연대’ 익명 카카오톡 방에 유포됐다. 파일엔 유 부지부장을 비롯한 직원 3인의 카카오톡 익명 아이디와 실명이 특정됐고 인사팀이 열람 가능한 인사기록 캡쳐본이 저장돼 있었다.

새노조를 향한 부당징계 정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7월 직원연대 운영진으로 새노조 설립을 준비하던 김포 직원 3명을 사전협의없이 부산·제주로 발령내 ‘보복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가 최근 이유없이 철회했다.

노조는 “‘곤드래밥 소스 반출’ 같이 사규 위반의 정도가 미미하다는 것을 떠나, 조사 목적이 사규위반을 시의성있게 엄벌하여 종업원의 ‘사규준수’를 달성하는데 있지 않고 오로지 회사 입맛에 맞지 않는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데 있다는 게 확인됐다. ‘털어 먼지 안나오는 경우 있나’는 식으로 상호감시와 사찰을 통해 직장 민주화 요구를 통제해 온 대한항공 오랜 폐습이 또다시 발휘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항공 관계자는 “제보에 따르면 해당 승무원은 상습적인 기내용품 반출, 해외 구입 명품을 부하 승무원에게 반입토록 강요, 여승무원에게 반복적으로 수치심을 주는 언행 등을 해왔다”며 “여러 직원들이 제보한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를 노조활동 방해, 개인사찰, 표적수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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