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감장에서 “서울교통공사 전 노조위원장 김모씨의 아들이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이 되고, 이번엔 정규직이 됐다”고 폭로했다.

조선일보가 이를 받아 19일자 3면 머리에 ‘박원순 취임 후… 해고된 서울교통공사 민노총 간부 30명 복직’이란 제목으로 김모 전 노조위원장의 행적을 상세히 취재해 보도했다. 아래는 조선일보 보도내용이다.

“본지 취재결과 아들이 교통공사에 특혜 취업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 노조 간부는 5대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을 지낸 김모씨다. (김씨는) 1993년 위원장 취임 후 이듬해 3월 서울·부산지하철 총파업을 주도해 해고됐다. 2000년엔 민노총 공공연맹 위원장을 지냈다. 2004년 총선에서 민노총 공공연맹 추천을 받아 민주노동당 후보로 광명시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복직 대상으로 꼽혔으나 당시 60세로 정년에 걸려 제외됐다.”

▲ 조선일보 3면
▲ 조선일보 3면
조선일보가 잘못 짚었다. 조선일보가 파업과 총선출마 등의 행적을 상세히 취재해 보도한 김 전 노조위원장은 서울지하철 5대 노조위원장을 지낸 ‘김연환’ 위원장이다. 김연환 전 노조위원장은 아들이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한 적도 없다. 김연환 전 위원장은 끝내 해고자로 정년을 맞고 은퇴했다. 현역 위원장 시절 별명이 ‘독사’로 불릴 만큼 강직한 성품을 지녔다.

조선일보가 헷갈린 데는 이유가 있다.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이 지목한 김모 전 노조위원장은 다른 사람이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지난해 서울지하철(서울메트로, 1~4호선)노조와 서울도시철도공사노조(서울도시철도, 5~8호선)가 합쳐서 새로 생긴 노조다.

김연환 위원장은 서울지하철 5대 노조위원장(1993~1994)이었다. 김용태 사무총장이 지목한 이는 서울지하철이 아니라 도철노조 5대 노조위원장(1999~2000)을 지낸 다른 김아무개씨다. 도철노조 김 전 위원장의 아들이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했다. 도철노조 김 전 위원장은 위원장 재직 당시 파업 해본 적도 없다. 덕분에 김씨는 현재 서울교통공사 1급 처장으로 핵심간부 중 한 명이다. 김 처장은 아들의 공사 입사를 인정했지만, 아들의 입사에 김 처장이 개입했는지는 아직 조사조차 안 됐다.

노조위원장 재직 시절 적당히 타협하고 노사협조주의로 지내면 회사 간부로 승진의 길이 열리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지목한 서울지하철 김연환 전 노조위원장은 그와는 정반대의 사람이다.

평생 타협없이 해고노동자로 복직 못한채 정년을 넘긴 김연환 전 노조위원장을 본사 1급 처장까지 승진한 전직 노조위원장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두 사람이 서울지하철노조와 도시철도노조에서 각각 5대 노조위원장을 지냈고, 둘 다 김씨 성이라서 조선일보가 착각한 거다. 그러나 두 사람이 노조위원장을 지낸 시점도 상당한 차이가 있고, 행적을 조금만 추적해도 금세 알 수 있는데도 오보를 냈다.

귀족노조 프레임에 집착한 조선일보가 끝내 사고를 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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