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처리위원회] 미디어오늘 기사에 대한 사실관계 공유”

지난 11일 머니투데이(대표 박종면)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 제목이다. 머니투데이 고충처리위원회(고충위)는 인트라넷에 미디어오늘 기사 전문을 올리고 기사 내용을 반박했다. 고충위는 “기사 내용이 왜곡됐고 상당 부분이 고충위 업무 프로세스와 진정성을 다룬 내용”이라며 “구성원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글을 올린다고 했다.

▲ 머니투데이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
▲ 머니투데이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

앞서 미디어오늘은 지난 8일 “머니투데이, 성폭력 신고 부당전보 논란”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4월 사내 고충위에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린 A기자를 한 달 후 연구원으로 전보했다. 당사자는 기자로 복직시켜주겠다는 조건으로 부당전보 구제신청까지 취하했으나 사측이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머니투데이, 성폭력 신고 부당전보 논란]

고충위 게시글은 미디어오늘 기사에 대한 반박이다. 내용 대다수가 사측의 일방적 입장이며 사실과 다르기에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

첫째, 고충위는 기자에서 연구원으로 부당전보 당했다는 A씨를 두고 ‘A는 원래 기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A씨 소속이 편집국 외 부서인 미래연구소라는 점을 들어 특수신분으로서 ‘기자’라는 타이틀을 달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A씨는 기자직을 모집한다는 채용공고를 보고 입사했고, 7개월 뒤 인턴기자에서 정식기자로 전환됐다. 그 후 기자 신고식을 한 뒤 기수도 부여받았다.

둘째, 고충위는 A씨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서 부당전보 판정을 받아도 원소속인 부서 미래연구소로 돌아가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하지만, 이는 사실관계를 비트는 주장이다. 지난 7월23일 지노위 심문회의 녹취록에 따르면 사측은 A씨를 연구원에서 기자로 복직시키고 가해자와 같은 층에서 근무하지 않는 조건으로 적극 합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셋째, 고충위는 A씨가 성희롱 문제는 적극 제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고충위에 신고한 사항이 3가지인데, 성희롱 문제는 가장 마지막 순서로 썼다는 것이다. A씨는 미디어오늘에 “성희롱 사실에 대해 4장 넘게 사건 경위를 작성했다”며 “마지막에 썼다고 제일 경미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말장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제는 사측이 인트라넷에 글을 올린 뒤 머니투데이 안팎에서 A에 대한 사실상 ‘2차 가해’가 이어지는 점이다. 한 경제매체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머니투데이 기자들 사이에서 ‘A가 정말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면 왜 이제야 문제를 제기하겠느냐’는 말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A 본인도 타사 기자로부터 “네가 말 바꾸는 이상한 애로 낙인 찍혔다”는 말을 들었다고 호소했다.

고충위가 인트라넷에 글을 올린 지난 11일 머니투데이 사측 관계자 2명은 A에게 각각 이메일을 보내 병가를 이달 말을 끝으로 더 연장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전하고, 본지 보도 관련 증거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지난 5월 이후 병가 중인 A는 “사실관계와 다른 회사의 반박 글로 인해 추가적인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머니투데이 고충위는 본지 보도가 구성원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줄 수 있어 글을 게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대응은 오히려 사내 고충위에 문제를 제기한 뒤 이를 외부로 알린다면 더 이상 구성원으로서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다수의 부당전보 사건을 다뤄온 한 노무사는 “A씨를 벼랑으로 내몰아 고립시킨 후 견디다 못해 퇴사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 머니투데이 로고
▲ 머니투데이 로고

“언론계에선 유일하게 ‘無차입-無어음-無노조’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회사소개란에 적힌 글이다.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다. 이에 반하는 가치를 전통이라며 내세우는 회사에서 구성원들은 자신이 사내에서 겪은 부당함을 호소할 최소한의 창구조차 박탈당하는 셈이다. A씨는 사내 고충위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은 뒤 이를 호소할 곳이 없어 언론에 자신이 겪은 일을 제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창사 이래 20년간 급격히 성장한 머니투데이는 네이버 PC와 모바일에서 연합뉴스 다음으로 뉴스 배열이 높은 언론사다. ‘무노조 경영’을 자랑스레 내세워 온 동안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는 얼마나 높아졌을까. 머니투데이그룹 기자들이 최소한 헌법이 부여한 노동인권에 기반해 일할 환경이 갖춰졌으면 한다. 노동자를 보호하는 조직에서 마음껏 피해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길 바란다. 회사로부터 외면당한 구성원이 더는 다른 언론사에 제보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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