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에 법무부가 검찰권을 동원, 엄벌하겠다고 발벗고 나섰다. 법무부는 고소고발이 없어도 검찰이 수사에 적극 착수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대통령 명예훼손이나 세월호 구조책임자 명예훼손 유죄판결 등을 사례로 들었으나 반대로 대통령 명예훼손이나 세월호 등에 무죄판결을 받은 더 주목받았던 사건은 모두 외면했다. 자신들이 검찰권을 남용해 무리하게 기소했다가 무고한 시민에 피해를 준 것에 반성은커녕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칼부터 휘두르려 하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지난 16일 검찰에 ‘허위조작정보’ 사범 발생 초기 단계부터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 체계를 구축해 배후에 숨은 제작‧유포 주도자들까지 추적 규명하고, 허위성이 명백하고 중대한 사안은 고소·고발 전이라도 수사에 적극 착수하는 등 엄정 대처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허위조작정보를 두고 법무부는 ‘객관적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허위의 사실’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객관적 사실에 다양한 의견표명이나 실수에 의한 오보, 근거있는 의혹제기 등은 해당하지 않으므로 표현의자유와 충돌하지 않는다고 했다.

법무부는 유관부처와 함께 ‘정보통신망법’에 허위조작정보 등의 삭제요청권을 규정하고, ‘언론중재법’상의 언론기관이 아님에도 언론보도를 가장해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제도개선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허위성이 확인된 기존 처벌사례를 들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인의 방북 관련, 김정일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등의 허위내용의 동영상을 인터넷 TV로 방송하여 명예훼손한 사건(정보통신망법사 명예훼손 위반 징역 1년 6월 확정) △시정홍보지 만평에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암호처럼 표시해 담당 공무원의 공무를 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 벌금 300만원 확정), △‘세월호에 산 사람은 없고, 시체가 득실거리나 현장 책임자가 수습을 못하게 한다’는 허위 글을 게시해 세월호 침몰사고 구조담당자들의 명예훼손(징역 1년 확정) △2016년 1월~지난해 4월 페이스북 등 SNS에 ‘문재인 후보의 아버지가 북한 인민군이다’ 등 허위사실 공표한 사건(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및 명예훼손 위반 징역 10월 확정) 등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런 사건과 비견되는 굵직한 명예훼손 사건에서 무죄판결이 난 검찰 패소사건은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이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경제위기를 유포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한 ‘미네르바’는 이명박 정부 초기 대표적인 허위사실 유포 사건이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2009년 미네르바 박대성씨에게 아고라에 쓴 글이 구체적 표현에서 과장 또는 정제되지 않은 서술이 있더라도, 내용이 전적으로 ‘허위 사실’이라 인식해 게재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고의가 없는 이상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 선고했다. 대법원도 무죄 확정판결했다.

▲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지난 2009년 4월20일 오후 무죄 선고를 받고 풀려나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면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지난 2009년 4월20일 오후 무죄 선고를 받고 풀려나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면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08년 4월 방송된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도 검찰이 제작진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 검찰은 제작진을 체포하는 등 강제수사도 벌였다. 이 사건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세월호 때 MBN에 출연해 해경이 제대로 구조하지 않고, 민간잠수사의 투입을 방해했다고 발언했다가 체포까지 당했던 홍가혜씨 사건도 있다. 이 역시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다가 무죄로 판명났다. 홍씨의 주장에 다소 과장이 있다해도 허위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실제로 해경은 제대로 구조하지 않은 것이 명백했다. 검경과 함께 언론까지 나서서 구조책임을 다하지 못한 정부를 향해 비판하는 목소리를 억압한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언론은 홍씨를 허언증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마녀사냥하기도 했다.

세월호 때 박 전 대통령이 ‘정윤회씨와 만났다는 증권가 소문’을 보도한 산케이 전 서울지국장도 검찰에 기소됐다. 이 사건 역시 무죄판결났다. 서울중앙지법은 2015년 12월17일 판결문에서 “소문에만 근거를 둔 기사로 박 대통령 개인과 정씨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된다”면서도 “대통령의 사고 당일 행적은 당연히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지금도 박 전 대통령의 당일 7시간 행적은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대통령 의혹을 제기했다가 기소됐으나 무죄가 확정된 최근의 사례도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유착 의혹 제기했다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12일 “표현에 단정이나 과장이 다소 있었다고 해도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허위라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비방 목적이 아닌 공공이익을 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무죄 판결했다.

법무부는 이 같은 수많은 검찰권 남용사례에는 일말의 책임의식도 보이지 않은 채 과거 정권에 ‘주구’라는 비판을 받으며 휘두르던 칼을 다시 맘껏 휘두르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을 사고 있다.

▲ 홍가혜씨가 지난 2017년 10월15일 제주도 자택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했다.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홍가혜씨가 지난 2017년 10월15일 제주도 자택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했다.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17일 “가짜뉴스의 가장 큰 피해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당해본 사람만이 가짜뉴스의 아픔을 안다. 이는 근절돼야 한다. 하지만 죄형 법정주의 원칙과 법에 의거해서 해야지 고소고발을 하기도 전에 인지수사로 한다는 것은 악용될 소지도 많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가짜뉴스를 엄벌하려면 법에 따라 엄격하게 해야지 (무리하게 수사권을 활용하면) 표현의 자유와 언론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특히 검찰이 과거 무리한 기소를 했다 무죄로 판명난 사건에 대해 검찰을 처벌할 법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런 사건에 검찰은 책임진 적이 없다. 피의사실 공표죄 경우 한번도 검찰이 처벌받은 적이 없다. 가짜뉴스도 문제지만 검찰권을 남용하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네르바 박대성씨의 법률대리인이었던 박찬종 변호사는 “누구든 허위사실 유포해서 타인 명예훼손 하는 행위 처벌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공공성을 띈 언론매체조차 가짜뉴스라고 함부로 손을 대는 것은 삼가야 한다. 가짜가 명백하지 않는 한 입에 재갈물리는 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구속기소됐던 미네르바 박대성씨를 두고 “당시 박대성씨는 (검찰 수사와 기소로) 사람이 완전히 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정권이든지 간에 무리하게 해선 안된다. 함부로 허위사실 단정하거나 주관적 판단으로 가짜뉴스로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 서울지국장이 지난 2015년 12월1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 서울지국장이 지난 2015년 12월1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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