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간판 시사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지난 9일 ‘명성교회 800억 비자금의 비밀’ 편을 통해 명성교회 800억 원 비자금 의혹을 탐사했다.

사실 명성교회 비자금 의혹은 4년 전 재정을 담당하던 박아무개 장로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비자금 의혹은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다. 명성교회 측은 성도들을 상대로 입단속에 나서는 한편, 관련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기사를 삭제하라는 압박을 가했다. 당시 언론상황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일 것이다. 당시 언론은 청와대·재벌·대형교회 등 ‘살아 있는 권력’엔 접근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PD수첩’ 역시 암흑기를 보내던 시절이었다.

의혹만 무성하던 비자금 의혹은 2018년 PD수첩 취재로 그 실체의 일단이 드러났다. 마침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는 2017년 11월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줬다. 이후 명성교회 세습은 개신교계는 물론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이 와중에 김 원로목사가 세습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의혹의 중심엔 비자금이 있었다.

PD수첩 취재진이 밝힌 비자금 사용 정황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명성교회가 이 돈으로 ‘땅장사’를 한 정황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취재진이 밝힌 명성교회 소유 부동산 규모는 면적 23만9621㎡, 공시지가 1600억 원에 이른다. 이정도면 교회라기보다 부동산 재벌이라 할 만 하다. 특히 방송을 본 목회자들은 개탄하는 심정을 소셜 미디어에 여과 없이 토해냈다. 그만큼 반향이 컸다.

▲ 명성교회가 전국에 소유한 부동산 규모가 MBC PD수첩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PD수첩’ 제작진이 확인한 바, 명성교회가 전국에 소유한 부동산은 23만9621㎡, 공시지가 1600억 원 규모다. 사진=MBC PD수첩 갈무리
▲ 명성교회가 전국에 소유한 부동산 규모가 MBC PD수첩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PD수첩’ 제작진이 확인한 바, 명성교회가 전국에 소유한 부동산은 23만9621㎡, 공시지가 1600억 원 규모다. 사진=MBC PD수첩 갈무리
기자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본사에서 취재를 맡은 서정문 PD를 만나 취재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 방송 뒤 네티즌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지인 목회자들께서도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몇몇은 취재 의도(?)를 의심하는 반응을 내놨다. 명성교회를 취재하기로 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음모(?) 같은 건 없다. 난 처음엔 조직폭력배가 얽힌 아이템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여의치 않아 다른 아이템을 찾던 중 명성교회가 눈에 들어왔다. 명성교회는 세습 문제로 논란이 있다는 정도의 말은 들었다. 그러나 세습 자체엔 큰 관심이 없었다. 물론 성도들이나 개신교계에선 ‘빅(Big)’ 이슈지만 말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세습이 나쁘다고 여기는 분들이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단, 명성교회에 주목한 이유는 김삼환 원로목사, 그리고 김하나 목사는 몇 년에 걸쳐 세습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개석상에서 수차례 밝혔다. 그러다 이들은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왜 갑자기 방향이 바뀌었을까, 무슨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그게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재정을 담당하다 2014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아무개 장로의 유서를 봤다. 박 장로가 남긴 유서엔 “죽음으로 불충을 대신한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 문장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사실 자체보다 문구가 던지는 묘한 충격이 있었다. 이건 주군 관계에서나 쓸 법한 글귀다. 일반적인 교회라면 목사와 장로가 이런 관계는 아닐 것이다. 김 원로목사와 박 장로,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죽음까지 벌어졌을까 하다가 관심이 명성교회로 가게 됐다.

박 장로의 유서가 아니었다면 취재에 들어가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 앞서 언급했지만 명성교회 하면 얼른 세습 논란을 떠올린다. 그러나 세습 보다 비자금에 집중했다.

“실제 방송에서는 세습에 할애된 분량은 적었다. 김하나 목사가 담임목사가 되는 과정이 굉장히 재밌다. 이 과정을 다 취재는 했다. 그러나 비자금이나 부동산 문제가 훨씬 더 크게 보였다. 아마 이것들(비자금과 부동산-글쓴이)이 세습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의혹을 가진 분들이 교회 내부에 있었다 그래서 비자금과 부동산 관련 내용을 충분해 전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했다.”

- 교회를 비롯한 종교단체는 취재가 어렵다. 최종 전파를 타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이라면?

“명일동 일대를 둘러보니 이 교회가 가진 힘이라든가 위상, 장악력이 어마어마함을 체감했다. 그런데 교회가 특별히 자료를 만들어 놓고 공개하는 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서 물증 확보가 굉장히 어려웠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성도들을 설득하고 카메라 앞에 앉게하는 과정이었다. 성도들은 평생 이 교회를 다녔다. 그래서 사회에서 만난 사람보다 교회 친구들이 더 많다. 교회에서 생활이 이뤄졌던 분들이라 내부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걸 두려워한다. 사실 교회 관계자들은 격하게 반응했고, 심지어 취재를 방해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걸 어려웠다고 할 수는 없다. 그보다 교회 내부의 문제점을 인식하는 분들이 용기를 갖도록 하기까지 수많은 시간이 걸렸다.

방송 후 명성교회 측은 PD수첩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추측이지만 교회 내부에서 대응팀이 꾸려진 건 아닌가 생각한다. 방송에 나온 분들은 교회 측이 자신들 개개인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하지 않을까 두려워 하는 듯 보인다.”

(명성교회 당회는 10일 “PD수첩이 교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프로그램의 시청률 향상을 위한 기획 목적을 위해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함으로써 교회와 교인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면서 “민·형사상 법적대응을 위해 다각도로 검토하여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서정문 MBC ‘PD수첩’ PD. 사진=지유석 베리타스 기자 제공
▲ 서정문 MBC ‘PD수첩’ PD. 사진=지유석 베리타스 기자 제공
- 김삼환 원로목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폭행과 폭언이 있었다. 방송에서도 살짝 드러났는데,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

“명성교회 관련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취재진이나 세습에 반대하는 신학생과 성도들을 폭압적으로 제압하는 영상들도 다수 있었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 있는데 갑자기 교회측 관계자들이 달려와 촬영을 못하게 하는 일도 겪었다. 대비를 안 할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김삼환 원로목사와 인터뷰를 시도할 경우 성도들이 적극 대응할 수 있겠다고 예상했다. 촬영팀 여럿과 움직였다. 그럼에도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물리적 제압이 들어왔다.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취재대상들을 만나면서 ‘PD수첩’의 취재를 피하거나 방해하는 분들을 여럿 만나 보기는 했다. 그러나 적어도 이런 식으로까지 물리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거의 처음이었다.

주관적인 인상이긴 하지만 (관계자들이) 훈련돼 있다는 느낌이었다. 형사들도 만나본 적이 있는데, 형사들이 범인을 제압할 때 허리춤부터 잡는다. 김 원로목사에게 인터뷰를 시도하자 가장 먼저 허리춤부터 잡혔다. 한두 번 해본 분들은 아닌 듯 했다.

더욱 충격적인 건 김 원로목사의 태도였다. 제작진이 김 원로목사를 해하러 간 게 아니었다. 소속과 신분을 밝히고 인터뷰를 시도했고, 이에 앞서 아홉 차례나 인터뷰 요청을 했다. 또 김 원로목사가 교회의 큰 어른이고, 신앙의 선배라고 전해 들었고, 낮은 곳에 임해야 한다는 설교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당시 예배당 밖에서는 취재진이 집단으로 달려든 성도들에게 목을 졸리고, 어깨가 꺾이고, 취재 장비를 훼손당하고 있었다. 거친 현장을 한두 번 다녀본 게 아니었음에도 손 쓸 도리도 없이 말 그대로 순식간에 제압 당했다. 방송에서는 화면이 흔들리고 제대로 된 촬영이라고 볼 그림이 하나도 없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임에도 김 원로목사는 아무것도 못보고 들리지 않은 듯 웃으며 예배당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장면, 김 원로목사의 뒷모습,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 방송 직후 명성교회는 입장문을 냈다. 또 일각에서는 제작진이 비자금과 부동산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 밝힌 건 아니지 않느냐 하는 반론이 있었다.

“언론 기관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했다고 본다. 일단 취재를 통해 주변인들의 증언, 통장사본이나 김 원로목사와 박 장로간 관계를 유추할 사진과 영상 등의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비자금 의혹이 불거진 후 이 돈으로 이런저런 사업을 했고, 그 중 문정동 땅을 구입한 걸 확인했다.

궁금해서 현장에 가봤다. 땅 주변은 법조타운이 들어선 곳이다.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성도들의 헌금으로 부동산을 사지? 왜 하필이면 이곳이지? 교회 측은 선교사업 목적이라고 밝혔는데, 이곳에 무슨 종교시설을 지으려고 수백억을 들여 이렇게 넓은 땅을 샀지?’ 하는 의문이다.

이런 의문으로 취재를 진행하다가 명성교회가 소유한 부동산 목록을 가진 분을 만나게 됐다. 이 리스트는 성도들도 못 봤으리라 생각한다. 취재진은 이걸 확보했다.

취재 초반에 명성교회가 부동산만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박아무개 목사를 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엔 무슨 의미인지 몰라 뒷전으로 미뤘다. 그러나 어느 정도 취재가 이뤄지자 명성교회와 부동산은 생각했던 것 보다 큰 덩어리일 수 있겠다 싶어 부동산 관리 전담 박 목사를 취재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박 목사도 세상을 떠났다. 박 목사와 박 장로 모두 세상을 떠난 뒤 그들이 했던 일이 성도들에게 알려졌다. 이 점 역시 의문을 품게 했다.

800억이 비자금 성격이라는 건 확인이 됐다. 이제 이 돈의 성격에 대해 김 원로목사가 입을 열어야 최종 확인이 이뤄진다.

▲ MBC ‘PD수첩’. 사진=지유석 베리타스 기자 제공
▲ MBC ‘PD수첩’. 사진=지유석 베리타스 기자 제공
아쉬워하는 분들이 없지 않다. 이분들의 시선에서 볼 때 김 원로목사가 800억의 돈을 사용했다는 걸 밝혔으면 좋은 방송일 수 있겠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 선이다. 취재방향이 극적으로 꺾인 셈이다.

명성교회의 개혁을 바라는 성도들의 아쉬움을 충분히 이해한다. 방송을 보신 분들 가운데 'PD수첩'에 용기를 갖고 제보해주실 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보해 주시면 이번 방송처럼 지금은 보이지 않는 큰 그림에 맞는 퍼즐들을 맞춰 보고자 한다.”

- 방송 말미에 후속 취재를 예고했다.

“우리는 열려 있다. 일단 명성교회는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소송이 이뤄지면 제작진은 당연히 후속취재를 준비할 수밖엔 없는 상황이 된다. 개인적으로 피곤하다.

올해 걸린 소송만 3건이다. 그러나 교회 내부에 남아 있는 자료를 확인하는 게 중요한 취재이기에 소송을 하게 되면 취재진이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 법원을 통해 (교회 측에) 증거자료를 요청할 수 있고, 소송 당사자가 법원 요청을 거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800억 비자금과 부동산의 실체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서 크게 나쁘지 않은 상황이 펼쳐질 것 같다.”

- MBC ‘시선집중’과 가진 인터뷰에서 더 충격적인 제보가 있다고 했다. 독자들을 위해 말해줄 수 있나?

“공개가 쉽지는 않다. ‘돈’ 문제다. 현 시점에선 여기까지 언급할 수 있다. 그러나 무척 ‘쎈’ 이야기다. 취재 초반, 이 지점에 집중했다. 그러나 서로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이를테면, 확인이 덜 된 상태에서 방송했을 경우 우리에게 치명적이다. 한편 내용 자체는 명성교회, 그리고 김 원로목사 쪽에 치명적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좀 더 검증해서 안전판을 만들고 가야하는 처지다.

이에 좀 더 검증하고 안전판을 만들고 가야하는 처지다. 이런 이유로 후속보도 시점을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 명성교회, 더 나아가 한국교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성도들의 믿음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는 않다. 다만 성도들이 가진 신앙심은 충분히 존중 받아야 한다.

명성교회가 세계 최대의 장로교회로 발돋움한 건 김 원로목사의 목회활동도 있겠지만 성도들의 눈물과 기도, 헌신에 힘입었다는 판단이다. 성도들의 진심은 존중 받아야 한다. 명성교회는 이런 성도들의 희생에 힘입어 성장했다. 이에 교회는 성도들의 헌금을 120% 투명하고 납득가능하게 운영해야 할 책임이 있다.

문제는 그게 이뤄지지 않았다는데서 비롯됐다. 그래서 800억 비자금 의혹이 불거져 나오고 부동산 축재를 한 것이다. 무엇보다 명성교회는 성도들의 순수한 믿음을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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