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6일) 셀프 신체검증에 이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둘러싼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이번엔 6·13 지방선거 때 논란이 된 ‘혜경궁 김씨’ 트위터 아이디의 주인으로 알려진 이 지사의 전 운전기사가 경찰에 나와 6시간 동안 조사 받으면서 문제의 계정이 “자신의 것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기존 발언을 뒤집었다고 한겨레신문이 17일자 13면에 보도했다. 이 기사는 ‘혜경궁 김씨 알려진 전 운전기사, 내 계정이 맞을 수도 아닐 수도’라는 제목이 달렸다.

이 지사 측은 13일께 전 운전기사가 “내가 계정의 주인”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그러나 한겨레신문은 이 운전기사가 “자신의 것이거나 자신의 것일 수 있다는 기존의 발언을 뒤집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혜경궁 김씨’로 알려진 인물 “내 계정 아닐 수도”

▲ 한겨레 13면
▲ 한겨레 13면
종합하면 운전기사가 13일 ‘자신의 것이거나 자신의 것일 수 있다’고 했는데, 이 지사 측은 ‘자신(운전기사)의 것’ 또는 ‘내가 계정의 주인’으로 발표했다는 소리다. 그마저도 16일 경찰조사에선 ‘내 계정이 맞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약간 다르게 말했다는 것이다.

세 가지의 미묘한 차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얼마나 정치도구로 변질됐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운전기사는 1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선 “운전기사 시절 시정 홍보를 위한 SNS 활동을 했다. 그때 트위터 계정을 여러 개 써서 모두 기억나지는 않는다”고 했다. 어쩌면 운전기사는 사실대로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홍보를 위해 워낙 여러 개 계정을 사용해 어떤 게 어떤 건지도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는 소리다. 경찰도 난감해졌고, 이 지사도 난감해졌다. ‘점’ 의혹에서 빠져 나오자 마자 이번엔 트위터 계정 주인을 놓고 다시 원점에서 진실공방의 판을 짜야 할 판이다.

“유치원만 그랬겠나, 4만개 어린이집도 전수조사하라”

사립유치원이 국민적 공분을 사는 가운데 비리에 대한 분노가 어린이집까지 번지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비리유치원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폐원을 무기로 학부모들을 협박, 회유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17일자 14면에 “일부 비리유치원 ‘문 닫겠다’… 학부모 ‘애들 볼모 갑질’”이란 제목으로 한층 심화된 유치원 비리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전했다. 실명이 공개된 일부 비리 유치원들이 문자로 “내년부터 신입원생을 안 받겠다”고 통보하자, 학부모들이 “반성은 안하고 애들을 볼모로 갑질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조선일보는 17일자 10면에 “학부모들 ‘유치원만 그랬겠나, 4만개 어린이집도 조사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엔 “민간 어린이집 부정비리도 전수조사해달라”는 취지의 글이 수십 개 올라왔다. “유치원이 이 정도인데, 어린이집은 더할 것”이라며 어린이집 비리조사와 처벌 강화를 촉구했다. 보건복지부가 해마다 전국 4만여 개 어린이집 중 3400여 곳을 골라 점검하지만 여전히 비리가 끊이질 않아 부모들은 불안하다. 또 복지부가 비리 어린이집을 적발해 실명공개해도 3년이 지나면 삭제하고 있다. 부모들은 전수조사하고 비리 적발 어린이집 이름과 원장을 영구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일보도 유치원에서 어린이집 문제로 화살을 돌렸다. 한국일보는 17일자 11면 머리에 ‘어린이집 지원금 유용해도 무죄라니…’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한국일보는 어린이집 원장이 남편을 운전기사로 허위 등록해 월급과 4대 보험료를 지급해 업무상 횡령으로 고발된 경남 통영 소재 어린이집 원장이 최종 무죄판결을 받은 사건에 주목했다.

이는 현행 제도의 허점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아이사랑카드’(현재 아이행복카드) 바우처로 지원되는 보육비는 사용목적이 제한되는 정부 보조금이 아니라서 어린이집 원장이 사적으로 사용해도 형사 처벌 할 수 없다는 취지다.

판결이 나자 그제서야 보건복지부는 뒤늦게 바우처를 통한 지원금 유용도 처벌하도록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여태껏 뭐하다가 최종 무죄 선고가 나서야 움직인단 말인지.

▲ 위에서부터 동아일보 14면, 조선일보 10면, 한국일보 11면과 12면(붉은 상자), 중앙일보 14면
▲ 위에서부터 동아일보 14면, 조선일보 10면, 한국일보 11면과 12면(붉은 상자), 중앙일보 14면

한국일보는 경기도 동두천시에선 시의원 남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통합버스 지원비 수천만 원을 지원키로 결정해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이 소식을 17일자 12면에 ‘동두천시, 시의원 남편 어린이집에 특혜 지원 의혹’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17일자 14면에 ‘이름만 걸어놓고 봉급 어린이집 가족 경영’이란 제목으로 원장 동생이 이름만 걸어놓고 2년간 2000만 원을 챙겨갔는데도 보육교사들은 보복이 두려워 신고도 못했다고 보도했다.

인디언 혈통 워런 상원의원, 이번에도 ‘트럼프 저격’

2030년 미 대선 민주당 유력 후보 중 한명인 엘리자베스 워런 연방 상원의원이 15일 자신이 인디언 혈통임을 증명하는 DNA 검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로써 워렌 의원은 “원주민 피 1024분의 1쯤 섞였나? 국민 상대로 사기치는 것 사과해야 한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을 한방 먹였다. 역시 트럼프 저격수로 제격이다.

워런 의원은 아름다운 할리우드 만화영화 ‘포카혼타스’의 피가 흐르고 있다. 영화는 매혹적인 영상을 뽐냈지만 실존인물 ‘포카혼타스’는 추악한 인종차별의 피해자였다. 포카혼타스는 1596년 버지니아 해안에 살던 인디언 부족장 포우하탄 왕의 딸로 태어나 1617년 불과 21살에 죽었다.

이 디즈니 영화의 무대는 1607년. 그해 5월14일 런던회사 소속 크리스토퍼 뉴포트는 105명의 식민지 개척자를 싣고 지금의 버지니아 해안에 내려 ‘제임스타운’이라고 이름 짓는다. 뉴포트는 존 스미스 대위에게 새 식민지를 개척하도록 맡기고 영국으로 돌아갔다. 그해 겨울 스미스 대위는 굶주려서 원주민들의 옥수수 창고를 털었다. 약탈이 자행되자 이곳을 다스리던 포우하탄 왕은 스미스를 잡아 처형하려 했다.

인정 많은 12살 공주 포카혼타스는 처형을 말렸다. 노련한 스미스는 어린 공주를 이용했다. 공주는 아버지 왕의 공격 정보까지 스미스에게 전해 주며 그를 피신시켰다. 1609년 스미스는 영국으로 돌아갔다. 1613년 식민지 개척자들이 18살의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한 공주를 유인해 납치했다. 포우하탄 왕에게 영국인 포로와 공주의 교환을 제의했다. 침략자들은 포로 구출 뒤 공주를 감금해 기독교인으로 개종시켰다. 침략자들은 공주에게 스미스가 죽었다고 거짓말하고 1년 뒤 버지니아 주 담배농장주인 영국인 존 롤프와 결혼시킨다.

공주를 인질로 안전을 확보한 침략자들은 1616년 롤프와 공주, 한 살 된 어린 아들 토마스를 영국으로 데려갔다. 공주를 전시용으로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투자가와 이주자들을 모집했다. 귀국하려던 공주는 병으로 쓰러졌다. 공주는 1617년 3월 미국으로 돌아오는 배 안에서 객사했다. 21살의 꽃다운 나이에. 아버지 포우하탄 왕도 다음해 죽었다. 왕의 동생 오패찬카노프가 왕위에 올라 복수를 준비했지만 침략자들은 10년 전 굶주려 옥수수 창고를 털던 오합지졸이 아니었다. 무기와 군대를 거느린 수천 명으로 늘었다. 마지막 전투에서 생포된 왕은 총살당했다. 어린이에게 낭만적 상상을 자극했던 영화 포카혼타스는 디즈니의 상술일 뿐이었다.

백수를 누리는 원로목사인 조찬선 전 감리교신학대 교수가 2000년에 쓴 스테디셀러 ‘기독교 죄악사’에 나오는 일부다.

▲ 동아일보 24면, 조선일보 20면(상자기사)
▲ 동아일보 24면, 조선일보 20면(상자기사)

KBS가 지난 2011년 12월8일 역사스페셜에서 ‘조선사람은 왜 일본 박람회에 전시됐나’를 방송했다. 영국인들이 포카혼타스 공주를 전시했던 것처럼 일본 제국주의도 1903년과 1907년 조선인을 박람회에 전시했다. 하등동물처럼.

올해 101살인 조찬선 목사가 지난 6월 3년여 준비 끝에 이번에 ‘일본 죄악사’를 썼다. 조 목사는 이 책에서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질긴 악연을 꼼꼼하게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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