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논란의 종착지는 네이버 서비스 개편이었다. 네이버는 지난 10일 네이버 모바일 앱 베타 버전을 공개하고 연말까지 개편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네이버 모바일 메인화면이 뉴스를 제공한 반면 새로운 메인화면은 검색창과 날씨 정보만 뜬다. 메인에서 화면을 오른쪽으로 한번 넘기면 구독 중인 언론사 뉴스 ‘채널’이 나오고, 한 번 더 넘기면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뉴스를 개인 취향에 맞게 배열하는 ‘에어스 뉴스’를 볼 수 있다. 언론의 어뷰징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온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첫 화면에서 빠지고 뉴스판과 검색차트판에서 제공한다.

큰 틀에서 네이버의 모바일 서비스는 두 종류로 나뉜다. 첫 화면에서 오른쪽으로 화면을 넘기면 뉴스를 비롯한 텍스트 중심의 기존 서비스가 차례대로 나오고 왼쪽으로 화면을 넘기면 커머스 등 새로운 서비스가 나온다. 네이버는 버튼 ‘그린닷’도 신설했는데 이 버튼을 누르면 메일, 블로그, 뉴스 등 서비스를 비롯해 음성검색, 주변 위치정보, 인공지능 기반 도구 등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 개편된 네이버 첫화면.
▲ 개편된 네이버 첫화면.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는 이번 개편을 “네이버가 뉴스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 서비스 ‘전환’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다양한 서비스를 제시하며 젊은 이용자를 유입해 ‘세대교체’를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언론의 관심은 이번 개편이 뉴스 트래픽에 미치는 영향이다. 우선 포털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 직접배열과 실시간 검색어가 사라지기 때문에 타격은 불가피하다. 특히, 메인뉴스 배열 비율이 높고 실검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온 대형매체들의 타격이 클 전망이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네이버는 어느 정도 트래픽 감소를 각오한 듯하다”며 “포털 뉴스 이용에 허들을 하나 놓은 것은 그만큼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에 트래픽 감소는 당연하다”고 전망했다.

첫 화면 뉴스와 실검이 사라진 만큼 언론사의 ‘구독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구독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많지 않다. 김동원 강사는 장기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전제하면서도 “네이버 로그인 이용자가 70%이고, 실제 적극적으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는 더 적을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구독 서비스가 ‘주류매체 중심’이라는 지적도 있다. 개편된 네이버가 내세운 언론사 구독 대상은 포털로부터 전재료를 받는 최고등급 제휴인 콘텐츠제휴(CP) 가운데서도 44개사에 불과하다. 윤석빈 언론노조 특임 부위원장은 “44개 매체에서 지방지는 빠졌다”고 지적했다. 한 인터넷 언론 관계자는 “지난번 아웃링크 논의 때도 ‘검색제휴’ 매체와는 소통하지 않았다. 네이버가 군소 인터넷 매체는 파트너로 보지 않고 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네이버가 구독 서비스와 함께 내세운 ‘인공지능 뉴스배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용자의 확증편향을 강화하면서도 기술장벽이 높아 견제와 감시가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 한성숙 네이버 대표. 사진=네이버 제공.
▲ 한성숙 네이버 대표. 사진=네이버 제공.

김위근 선임연구위원은 “딥러닝 알고리즘은 기본적으로 개발자나 관련자가 결과에 대한 검증이 불가능하다. 혹여 발생할 수 있는 뉴스배열의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점에서 딥러닝 알고리즘 뉴스배열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윤석빈 특임 부위원장도 “실제 인공지능으로만 뉴스가 검색되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알고리즘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도 알 길이 없다”며 투명성의 문제를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이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기획하고 녹색소비자연대가 실시한 이용자 조사결과 뉴스이용자의 59.6%는 ‘개인맞춤형 뉴스 제공’보다 ‘모두에게 동일한 뉴스 제공이 낫다’고 응답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달 발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75%는 알고리즘이 기사를 배열하는 방식의 편집으로 특정 분야 뉴스만 소비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관련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검증위원회를 통해 검증하고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방식으로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개편된 네이버는 안드로이드 서비스에 한해 베타 서비스를 진행 중이며 iOS 버전은 연말께 도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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