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 간 국정감사에 오른 한국전력공사의 배전설비 ‘직접활선공법’이 올해도 국감장에 올라 거센 질타를 받았다. 해마다 14명 이상 중대재해 피해자를 낳은 직접활선공법이 한전의 폐기 방침 약속 후에도 활용되면서 사망·신체단 사고가 반복돼왔다. 국회는 한전에 “활선공법을 즉각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활선공법은 전기를 차단하지 않은채 작업하는 걸 말한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오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중 한전에 “2021년은 너무 늦다. 하루 빨리 활선공법을 폐기할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배전 전기원들의 감전사, 절단재해 등이 연이어 발생하자 한전은 지난 2016년 ‘2021년까지 활선공법 폐기’ 방침을 세웠다.

▲ 전국건설노조는 지난 15일부터 직접활선공법 폐기 및 정규직화 고용을 요구하며 국회 앞 노숙농성을 진행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 전국건설노조는 지난 15일부터 직접활선공법 폐기 및 정규직화 고용을 요구하며 국회 앞 노숙농성을 진행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활선공법은 2만2900볼트 전력이 흐르는 상태에서 전선교체 등을 손으로 작업하는 것으로 현장에선 ‘죽음의 공법’이라 불렸다. 수십미터 높이에서 팔다리에 힘을 주며 작업하게 돼 근육과 관절에 무리가 가고 추락·감전사고도 빈번히 발생했다. 위험성 때문에 일본은 1980년대 중반부터 직접활선공법을 폐기했다. 참고인으로 나온 석원희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장은 “2만2900볼트는 가정용 220볼트의 백배다. 습한 날은 안전장비를 했음에도 온 몸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작업한다”고 했다.

한전은 대안으로 전선 아래에서 막대형 장치로 전선 작업을 하는 ‘스마트스틱 공법’을 도입 중이다. 교체가 진행되는 2년 간 사망·절단·감전·추락 등 중대재해는 반복발생했다.

건설노조 조사 결과 2016년부터 2018년 5월까지 △사망사고는 10건 △감전화상은 18건 △추락재해는 2건 △신체절단 재해는 5건 △기타 중대재해는 2건으로 집계됐다. 2017년만 감전화상 사고가 13건, 신체절단 재해는 4건이 몰렸다.

2010년부터 2018년 5월까지 중대재해자는 119명에 달한다. 8년 간 △사망 19명 △감전화상 52건 △추락사고 18건 △절단사고 19건 △기타 중대재해 11건 등이다. 매해 14명 이상이 중대재해를 입었고 그 중 매해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건설노조이 자체 조사 결과로 실제 피해는 이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이후 한국전력 배전현장 연도별 산재처리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2010년 간 공식 집계된 산재 피해자는 1300명, 이 중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51명이다. 2010년에만 434명이 산재 피해를 봤고 18명이 숨졌다.

▲ 전북 고창 전력시험센터의 한 76만5천 볼트 송전선로에서 배전 전기원이 전기가 흐르는 상태로 각종 작업을 시행하는 활선공법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전북 고창 전력시험센터의 한 76만5천 볼트 송전선로에서 배전 전기원이 전기가 흐르는 상태로 각종 작업을 시행하는 활선공법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건설노조는 “스마트스틱공법을 개발하고 있지만, 현장성이 결여된 공법이 개발되고 있어 현장 정착이 요원한 상태다”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직접활성공법 폐기를 주장하며 한전 국감이 진행된 지난 15일부터 국회 앞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건설노조는 한전의 배전 전기원 직접고용도 요구한다. 배전·송전·변전을 독점한 한전은 ‘배전공사협력회사제도’를 통해 배전공사를 협력업체에 도급 줘 2년마다 적격심사를 거친다. 산업재해 발생율은 이들 도급 전기원에 쏠려있다. 어 의원실이 받은 ‘최근 10년간 전기원 노동자 산재사고 현황’을 보면 한전 직원 산재 피해자는 38명이고 하청업체 산재 피해자는 1529명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피해자가 40배 가량 높다.

건설노조는 “일본은 10개의 전력회사가 지사별로 자회사와 협력 시공회사를 통해 안정적인 고용과 인력양성을 하고 있으나 한국은 2년마다 입찰해 단가업체를 선정한다. 입찰 과정에서 페이퍼컴퍼니가 양산되고 불법하도급도 남발된 상황”이라며 “배전공사는 국민 생명·안전에 직결된 분야로 한전은 협력회사 입찰제도를 폐지하고 직접고용-정규직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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