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가을이 올 무렵, 시골엔 겨울 준비가 시작된다. 아파트나 빌라와는 달리 전원주택은 시골의 추운 칼바람을 집 전체가 온전히 감내해야 하기에 슬기로운 난방 전략을 세워야 겨울을 안전하게 버텨낼 수 있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가스보일러와 벽난로를 적절히 섞어 사용하는 걸 추천하곤 한다. 나름의 하이브리드인 셈이다.

일찌감치 장작을 주문했다. 여름내내 텅텅 비어있던 창고에는 열을 맞춘 참나무 장작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넉 달 치는 넉넉히 쓸 양이다.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인기 있는 참나무 장작 업체에는 이미 봄부터 예약이 찬다. 장작은 수분 건조가 중요하다. 미리 시키지 않고 겨울 언저리에 시키면 건조가 덜 된 젖은 장작이 오기 때문이다.

시골로 이사 온 지 이제 1년, 책방을 운영하며 내놓은 히트 상품 중 하나는 바로 북스테이였다. 푸른 하늘과 벼가 익어가는 노란 들판, 녹색의 잔디, 지저귀는 새소리, 아침저녁의 시골 공기들이 도시 사람들에게는 특별하게 느껴지는 듯 “좋다”를 연발했다. 도시 생활에 지친 그들에게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은 위로가 됐다. 마당 데크에서 바비큐를 하며 술 한잔 씩 주고받으며 묻고 또 묻는 시골살이. 동네에 자리 잡고 장사를 하며 겪는 여러 부침을 나누다 보면 어느덧 밤이 깊어 있었다. 아침엔 부지런히 움직이며 일어나 동네 주변 북한강 산책로와 집 근처 한옥 카페를 돌았다. 게스트들은 함께 마신 커피와 빵, 그리고 풍경들이 눈에 아른거린다며 또 오겠노라 약속했다. 주말마다 집이 시끌벅적해진 까닭이다.

사실 집을 공유하겠다는 생각을 한 건 우연히 접한 책 덕분이었다. 필자가 운영하는 중고 책방에 입고된 책 ‘에어비앤비 액티브 시니어 호스팅’을 읽고 곧장 실행에 옮겼다.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시작한 숙박 공유는 생각보다 힘들지만, 끊을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덤프트럭 기사님, 호텔리어, 초등학교 선생님, 보험회사 지점장, 주류회사 임원, 대학생, 일간지 정치부장, 스타트업 이사 등 직업이 다른 손님들을 맞이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떠나는 날에는 텃밭에서 키운 상추와 가지, 방울토마토를 가는 길에 봉지에 싸서 게스트 선물로 드렸다. 공유 경제와 플랫폼이 시골살이를 자처한 나에게 이런 식으로 영향을 끼치리라는 걸 1년 전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 책은 내 손을 거쳐 자녀를 출가시키고 방이 남는 다른 동네 주민에게로 건너갔다.

▲ 에어비앤비(airbnb) 홈페이지.
▲ 에어비앤비(airbnb) 홈페이지.
공유는 미래를 이끌어가는 핵심적 가치 중 하나다. 점과 점의 연결은 공유에서 시작된다. 이런 전제를 외면하는 전통 산업엔 혹독한 겨울이 오고 있는지 모른다. 수년째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놓고 택시 업계와 스타트업이 갈등 중이다. 우버를 비롯한 사업자들은 철수했지만, 신규 사업자들은 계속 도전장을 내민다. 언제까지 그 파도를 막을 수만은 없단 이야기다. 집채만한 해일에 다 같이 쓸려갈 수도 있다. 2020년, 500억 개의 IoT 디바이스가 연결된다. 가진 걸 내놓아야 한다. 연결해야 한다. 그래야 남의 걸 얻을 수 있다. 기술이 그렇게 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