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 이용률이란 연간 최대 발전가능량에 대한 실제 발전량의 비율을 뜻한다. 최대 출력으로 발전기가 24시간 365일 발전했다면 이용률은 100%이다. 만약 정기점검 등을 위한 ‘계획예방정비’가 잡혀 있거나 불시에 발전소가 정지하는 일이 발생했다면, 이용률은 떨어진다. 정비 불량 등으로 발전소가 장기간 멈추면 발전회사는 손해라서 이용률이 높은 것은 발전사업자와 엔지니어들에게 큰 자랑거리다.

그간 우리나라 핵발전소 이용률은 한국 핵산업계의 큰 자랑이었다. 핵발전소 이용률 세계 평균은 70~75% 정도이다. 그러나 2008년 우리나라 핵발전소 이용률이 93.4%를 정점으로 2009년 91.7%, 2010년 91.2%, 2011년 90.7%로 소폭 하락했어도, 2011년 이전까지 우리나라 핵발전소 이용률은 매년 90%를 넘겼다. 보통 이용률이 높은 것은 발전 설비가 잘 정비돼 있고, 운영기술이 좋다는 뜻이다. 하지만 효율이 높다고 항상 안전성이 높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발전소 운영에 큰 문제가 없는 경미한 사안은 무시하고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 한빛원자력발전소. 사진=위키백과
▲ 한빛원자력발전소. 사진=위키백과
최대 이용률을 기록했던 2008년 영광(한빛) 1호기의 이용률은 101%였다. 같은 해 울진(한울) 4호기와 5호기의 이용률은 각각 100.6%, 100.3%를 기록했다. 연간 최대 발전가능량보다 많은 전력을 생산했다. 이후에도 몇 차례 100%를 초과하는 핵발전소 이용률을 기록했고, 그 때마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정비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대 이용률을 기록했던 당시는 공기업 선진화 등이 국가정책으로 추진되던 때다. 한수원도 예외가 아니어서 기능조정, 효율향상 등이 경영평가의 주요 항목으로 적용됐다. 현장에선 정비시간에 쫓겨 충분한 정비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핵산업계의 자랑이던 이용률이 떨어진 것은 한수원 납품비리 때문이었다. 시험성적서 위조와 각종 납품 비리 등으로 한수원과 협력업체, 정부관계자들이 구속됐다. 이들 위조사건은 대부분 이용률이 높았던 시기에 벌어졌던 일이다. 2013년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가 가동 정지되었고, 이용률은 75.5%까지 떨어졌다. 이후 핵발전소 가동률은 2015년 85.3%까지 올라갔으나, 작년(2017년) 71.2%까지 떨어졌다. 이번엔 핵발전소 격납철판과 콘크리트에 구멍이 발견된 것이 문제였다. 영광(한빛) 4호기의 경우, 벌써 1년 넘게 가동을 멈추고 있고, 다른 핵발전소의 경우에도 이들 문제를 점검하기 위해 장기간 가동을 멈췄다.

▲ 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
▲ 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
한수원 납품비리나 핵발전소 격납철판이나 콘크리트 문제는 핵산업계의 고질적인 비리와 부실공사에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핵산업계나 일부 언론은 이를 “탈원전 정책 탓”이라고 매도한다. 심지어 한 원자력계 인사는 이런 문제제기를 “쓸데없는 의혹제기”라며 충분히 안전한데 확대해석하고 있다고까지 항변한다. 참 당혹스러운 일이다.

핵발전소 이용률은 핵발전사업자에게는 자랑스러운 훈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적을 올리기 위한 이런 숫자노름에 국민들의 안전을 맡길 수는 없다. 특히 공기업 선진화를 이유로 안전을 등한시하고 효율만을 강조한 과거 정부의 정책은 반복돼선 안 된다. 이윤이나 효율은 안전과 함께 가기 어렵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핵산업계가 높은 이윤과 실적을 내는 것이 아니라, 안전이라는 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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