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정밀기기 및 설비 다국적기업 에머슨의 한국 대리점 ㈜한국에프에이가 부당해고 판결을 받고 복직한 직원을 ‘면벽 근무’를 시키고 수시로 폭언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에프에이는 지난 1월31일 이동운씨(55)를 해고했다. 이유는 저성과와 근무태도 불량이었다. 한국에프에이는 지난해 다섯 차례에 걸쳐 이씨에게 사직을 권고해왔고, 이씨는 이를 거부해왔다. 이동운씨 측은 “실제 해고 사유는 연장자이기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27년간 이동운씨와 함께 근무해온 동료 직원은 지난 2016년 3달 동안 사직 권고를 받고 회사를 나갔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는 지난 6월25일 “(저성과 근거인) 근무성적평정에 합리성이 없고 결과의 공정성도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며 부당해고라고 결정했다. 회사는 이씨에게 7월18일자로 복직 명령을 내렸다.

회사는 복직 첫날부터 자리 배치를 바꿨다. 창고로 쓰던 1.5평 남짓 소회의실의 한 벽면에 책상을 붙였다. 이씨는 회사가 자신을 다른 직원들과 분리해 혼자 벽면을 바라보고 근무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씨 측 법률대리인은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공간에서 문을 닫고 근무하도록 해 이씨는 7월18일부터 10월1일까지 사방이 닫힌 가운데 생활했다”고 밝혔다.

▲ 한국에프에이 복직한 이동운씨 ‘면벽 배치’ 당시 자리 모습. 사진=이동운씨측 제공
▲ 한국에프에이 복직한 이동운씨 ‘면벽 배치’ 당시 자리 모습. 사진=이동운씨측 제공

한달 뒤엔 징계를 내렸다. 회사는 지난 9월 지노위가 앞서 부당해고라고 판정한 것과 같은 사유로 이씨에게 다시 6개월 감봉의 징계를 내렸다. 이는 헌법이 정한 일사부재리 원칙에도 반한다. 현재 이씨는 자신이 하던 현장 견적과는 다른 설계 업무와 단순 엑셀 작업 등을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23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이씨는 수십 년간 해왔던 자신의 직무 내용을 회사가 변경하고 해고 이전 사유를 들어 징계한 것은 부당 전직 및 징계라고 주장했다.

회사는 지난 2일 이씨 자리를 원위치로 돌려보냈다. 이씨 대리인인 지석만 노무사는 “면벽 지시 이후 항의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폭언 이후엔 메일 기록을 남겼더니 회사가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자신에게 불합리한 근무태도 수칙도 적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문 인식을 이용해 사무실을 출퇴근하는 다른 직원과 달리 이씨는 매일 직속상관인 박아무개 이사에게 신분을 확인한 뒤 드나들 수 있다. 매일 출퇴근 때마다 일일 업무계획과 보고를 올려야 했다. 이씨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박 이사는 매일같이 “27년 된 사람이 일을 못한다” “능력이 떨어지니 업무를 수행 못한다” 등 반말로 폭언했다.

이씨는 대표이사가 고립된 이씨 사무실에 간부 2명과 함께 찾아와 “내가 감옥 가는 한이 있어도 때려 죽이겠다”며 손으로 때리려 하고 발길질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순간 피해 맞지는 않았다”며 “면벽 근무를 시켜도 안 나가고 버티니까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임금의 일부에 해당하는 명절 상여금과 빙부상 조의금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해고되기 전 27년 동안 받았던 명절 상여금을 지난 7월 복직 뒤엔 못 받았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상여금은 “지급 사유가 불확정적이고 일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금 성격을 가진다.”(1982.10.26, 대법 82다카 342)

이씨 측 법률대리인 지석만 노무사는 “면벽 근무와 상여금·조의금 체불 건에 대해 12일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고, 감봉 징계도 지노위에 구제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 노무사는 “대표이사의 폭력행위도 형사고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부당해고 건으로) 승소해서 복직한 것인데, 못 버티고 나가리라고 예상하고 면벽수행을 시켰다고밖에 볼 수 없다. 폭언도 생각보다 오래 버티니 행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1~15일까지 유아무개 대표이사를 포함한 한국에프에이 관계자 4명에게 반론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사측은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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