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남북고위급 회담을 취재하기로 했던 탈북민 출신 조선일보 기자의 취재제한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이 확산 중이다. 통일부 기자단은 집단성명을 냈고, 자유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대국민사과를 요구했다.

통일부는 15일 남북고위급회담을 풀 취재를 하기로 했던 조선일보 김명성 기자에게 취재 불허를 통보했다. 통일부는 불허사유를 “판문점이라는 상황, 남북고위급회담의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한 판단”(조명균 통일부장관)이라고 밝혔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이 (탈북민 출신 기자를) 인지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며 “회담에 집중해야 하는데 다른 상황으로 (전개될) 우려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명성 기자가 탈북민 출신이라는 점을 북한이 인지했을 때 일어날 돌발상황을 미리 방지하려고 선제조치를 했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이에 통일부 기자단은 성명으로 “남측 지역에서 진행되는 남북회담에 통일부가 선제적으로 특정기자를 배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북한이 탈북민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바탕으로 김 기자의 취재에 반발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통일부가 ‘탈북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취재진의 출신을 문제 삼는 것은 북한의 월권’이라고 부당함을 지적하면 될 일이지 정당한 취재활동을 막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 기자단은 이번 논란에 “언론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까지 규정했다. 이날 기자단 성명에는 통일부를 출입하는 50곳 언론사, 77명의 기자 가운데 49곳 76명이 참여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북한의 심기를 살펴서 취한 조치라면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버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윤 대변인은 “탈북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통일부가 오히려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차별하는 이 같은 행태는 탈북민 인권과 언론의 자유를 심각히 훼손하는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라며 “한국당은 북한 눈치 보기에 급급하여 과도한 대북 저자세를 취하며, 탈북민의 인권과 언론의 자유를 심각히 훼손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북한 지역에서 진행되는 행사의 경우 북한으로부터 이의제기가 있으면 언론의 취재를 불허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북한의 이의제기도 없었고, 남한 지역에서 진행되는 행사의 취재를 우리 정부가 불허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 기자의 취재불허 방침을 정한 주체가 누구냐는 질문에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이 “결정 주체가 어디인지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하면서 뒷말도 무성하다.

▲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 앞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 앞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워낙 이례적이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김명성 기자는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지근거리에서 취재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김 기자에 따르면 당시에도 통일부 당국자로부터 취재시 돌발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북한으로부터 탈북민 출신 기자의 취재에 거부감이 있다는 것을 통일부가 인지하고 이번 고위급회담에 김명성 기자가 다시 풀 취재를 담당하게 되자 취재불허 방침을 정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에 통일부는 북한으로부터 이의제기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기자는 “2013년 10월부터 통일부 출입을 하면서 책을 쓴 것도 아니고 우려를 끼치는 상황을 만들지 않았다”면서 “지난 2월 풀 취재 때도 풀 취재에 충실했고 협조하는 마음으로 취재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북한 지역에서 진행되는 행사가 있을 경우 회사(조선일보)에서 신변안전의 우려가 있다며 말려왔다”면서 “남한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 취재에 정부가 선제(취재제한) 조치를 한 건 아쉽다”고 말했다.

자사 기자의 취재 불허 방침에 조선일보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조선일보는 탈북자 인터뷰를 통해 통일부가 3만2000명 탈북민 권리를 박탈시켰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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