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인 사람은 없습니다, 제도가 불법입니다.”

14일 오후 전국 이주노동자의 목소리가 서울 시청역 부근 파이낸스센터 앞에 모였다. 이주노동자 600여명이 이날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 참가해 이주민이면서 노동자로서 권리를 외쳤다. 집회는 민주노총과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전국 4개 이주단체가 함께 열었다.

 

▲ 14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14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참가자들은 이날 정부가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을 박탈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미등록이주민, 이른바 ‘불법체류자’를 양산한 뒤 반인권적으로 단속·추방해왔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동지들은 오로지 자신의 노동으로 살아가려 하는 사람인데, 이땅의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을 왜 이들에게는 적용하지 않는지 궁금하다”며 “우리는 노동자가 맞다, 우리는 인간이 맞다고 주장하기 위해 모였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이주민 취업제도인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를 착취한다고 지적했다. 고용허가제는 농축산업과 건설업, 제조업 등에서 최대 4년 10개월 간 단기취업을 허용한다. 사업장 이동 등 권한을 고용주에게 일임해, 노동자가 부당한 처우를 받아도 문제제기할 수 없도록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주노동자가 고용주 동의 없이 사업장이나 업종을 바꾸면 정부가 비자를 박탈한다.

 

▲ 14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성서노조 소속 이주노동자 자민다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 14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성서노조 소속 이주노동자 자민다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대구에서 온 성서공단노동조합 이주노동자 자민다씨는 “어업비자로 오면 일하기가 정말 힘들다. 농촌에서 일 하면 연장수당도 없다”며 “월급이 공장의 반이라 이탈해 미등록이 되고, 업장을 옮길 자유가 없어 미등록이 된다”고 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63조는 농어촌 지역 노동자 등을 노동시간과 휴식·휴일 등에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예외 근로자’로 정했다.

 

▲ 이주노동자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이주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가 14일 오후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전국이주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이주노동자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이주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가 14일 오후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전국이주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이주노동자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이주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가 14일 오후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전국이주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이주노동자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이주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가 14일 오후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전국이주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참가자들은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미등록이주민 강력 단속도 비판했다. 자민다씨는 “올해 대구 출입국의 단속 과정에서 태국 여성이주노동자의 무릎 인대가 찢어졌고, 김포에서는 미얀마 이주노동자가 단속 과정에서 죽었다”며 “문재인 정부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사람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인간 사냥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 2018 이주노동자대회에서는 지난 8월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미등록이주민 단속 과정에서 추락해 사망한 딴저테이씨 죽음 진상규명 촉구 서명이 열렸다. 사진=김예리 기자
▲ 2018 이주노동자대회에서는 지난 8월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미등록이주민 단속 과정에서 추락해 사망한 딴저테이씨 죽음 진상규명 촉구 서명이 열렸다. 사진=김예리 기자

현행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들을 고용주 뜻에 따라 미등록노동자로 전락시키는 탓에 여성 이주노동자는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 크메르노동권협회의 쓰리나씨는 “업주들이 여성 노동자들의 몸을 만지거나 외설 사진을 보여주고 음란한 제안을 하기도 한다”며 “이를 거부하면 노동자를 폭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 14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크메르노동권협회의 쓰리나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 14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크메르노동권협회의 쓰리나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이날 집회에는 대만국제노동자협회에서 우징루씨가 연대 참가했다. 우징루씨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 권익을 위해 용감하게 싸워온 점을 존경한다”며 “대만에서는 이주노동자 운동이 크지도, 강력하지도 않지만, 이주민이자 노동자들은 다른 곳에 있어도 같은 싸움을 하고 있다”고 지지를 표했다. 이주민 밴드 지구인의 노래팀과 행위예술가 야마가타 트윅스터도 연대 공연했다.

 

▲ 14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대만국제노동자협회의 우징루씨가 연대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 14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대만국제노동자협회의 우징루씨가 연대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 14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행위예술가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연대공연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14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행위예술가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연대공연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14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행위예술가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연대공연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14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행위예술가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연대공연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우리를 향한 차별적 정책을 없애는 일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다”며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한다. 동지들의 목숨을 빼앗고 권리를 빼앗는 제도를 폐지하고 우리도 정당한 노동자가 되자”고 했다.

 

▲ 14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위원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14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위원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참가자들은 발언이 끝나고 청와대 앞까지 약 1.5km 행진했다. 이들은 “고용허가제 폐지하자” “노동허가제 쟁취하자” “폭력단속 중단하라” 등 문구를 외쳤다.

 

▲ 14일 오후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14일 오후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14일 오후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14일 오후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14일 오후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14일 오후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14일 오후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14일 오후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한편 같은 날 동아일보 빌딩 앞에서는 반이주민‧난민단체인 ‘난민대책국민행동’ 회원 50여 명이 ‘난민 반대 및 불법체류자 추방 촉구집회’를 열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