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불법체류자’를 다루는 보도 건수가 치솟았다. 지난 10~14일 낮 12시까지 제목이나 내용에 ‘불법체류자’라는 용어를 사용한 뉴스는 지면과 온라인 보도를 통틀어 140건에 달한다. 지난달 같은 기간 63건의 2배가 넘었다. 지난 1일 법무부가 ‘불법체류자 특별대책’을 ‘본격 시행’한다고 밝힌 뒤 일어난 일이다.

‘불법체류자’라는 용어가 부정확할 뿐 아니라 차별적 시각을 담아 언론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사회와 해외 주요 매체는 이미 이 용어를 퇴출했다.

불법체류자라는 단어는 행정절차에 불과한 ‘미등록 상태’를 사실과 달리 범죄와 연관시킨다. 정영섭 이주공동행동 집행위원은 “정부는 ‘불법체류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미등록 이주민들을 마치 반사회적인 범죄자로 비치게 만든다”고 말한다. 미등록이주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국가가 이주민이 미등록된 사실을 발견하면 그 정부가 정한 정책과 행정절차에 따라 등록‧체류연장‧출국 등 조치를 취한다. 난민인권센터는 국제연합(UN) 이주민 인권 특별보고관이 “미등록 입국은 행정법규 위반이지 형사상 범죄가 아니다”라고 역설해왔다고 강조한다.

▲ CNN 갈무리.
▲ CNN 갈무리.

‘존재가 불법일 수 없다’는 점도 이 단어의 모순이다. 불법이란 수식을 행위가 아닌 사람에 붙일 수 없다.

국제기구들은 이런 이유로 ‘미등록’이라는 어휘를 사용하라고 권고해왔다. UN 국제이주기구(IMO)는 용어사전에서 미등록이민자를 ‘적절한 서류 없이 입국하거나 체류하는 비국민’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면서 “범죄와의 관련성을 수반하여 이주자의 인간성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불법’이라는 용어보다 선호되는 표현”이라고 소개했다. IMO 용어사전은 ‘불법체류자’를 검색하면 ‘미등록체류자’ 혹은 ‘비정규체류자’를 정의한 페이지로 가도록 안내한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사이버인권교육 보조교재에서 “정부는 미등록이주민을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불법체류자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존재 자체를 불법으로 하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며 ‘미등록’ 혹은 ‘비정규’ 이주민이라는 표현을 권장했다.

해외 주요 매체도 ‘미등록’ 혹은 ‘서류미비’(undocumented)란 표현을 사용한다. 언론매체 중에서 AP통신이 지난 2013년 가장 먼저 용어 스타일북을 바꿨다. AP는 “‘불법’이라는 묘사를 사람에게 하지 말고, 행동에만 하라”는 규칙을 추가했다. 이후 뉴욕타임스·CNN·NBC·ABC·라틴 폭스뉴스 등도 용어사전을 바꿨다. 이들 매체는 이민자를 일컬을 때 “‘미등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불법(illegal)’이나 ‘alien(외국인을 배제적으로 일컫는 표현)’ 등은 정부기관이나 관계자 말을 직접 인용할 때에만 사용”한다.

▲ 2013년 당시 AP통신 공지사항 갈무리.
▲ 2013년 당시 AP통신 공지사항 갈무리.

이 원칙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퇴출된 용어 ‘불법 외국인’(Illegal Aliens) 사용을 지시한 뒤에도 지켜지고 있다. 지난 7월24일 미국 연방 법무부는 서류미비자 대신 ‘불법 외국인’을 공식용어로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발표 후 CNN 등은 정부 간 용어 사용의 일관성을 두고 문제제기했고, 이들 매체는 여전히 ‘불법체류자’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미얀마 난민이자 국내 이주인권운동가 소모뚜씨는 9일 “단어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고, 미디어도 마찬가지”라며 “불법이 아니라 그냥 등록서류 상 없는 사람이라고 하면 된다”고 말했다. 소모뚜씨는 “비자가 없는 사람들이 한국경제에 도움을 준다는 핵심은 외면하고, 비자가 없다고 ‘불법’이라고 먼저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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