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을 공식화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11일 국정감사에서 오는 11월 중간광고 도입 입법예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상파 광고매출은 급감하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결과 지상파 중간광고의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아 ‘명분’은 강해졌다. 그러나 문제는 중간광고 도입 이후다. 

중간광고 효과 제한적·신문업계 주장은 ‘과장’

1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조사하고도 비공개해온 지상파 중간광고 효과 연구결과를 입수해 이목을 끌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상파 중간광고로 얻는 지상파의 추가 광고매출은 연 1000억 미만이었다. 케이블 채널과 같은 조건인 45분 이상 방송에 최대 6회까지 편성 가능한 방식일 경우 연 매출은 869억 원으로 전망된다. 제한적으로 오락장르에만 허용하고 최대 2회까지 허용할 때는 연 250억 원의 추가 광고 매출이 전망된다. 광고주 설문조사를 통해서는 연 415억 원의 추정치가 나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문업계의 반발이 과장됐다는 점을 드러낸다. 한국신문협회는 지상파에 중간광고로 연 1114억~1177억 원의 추가 매출이 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최대 800억 원에 그친 것이다. 또한 신문협회는 지상파 중간광고로 신문 광고비가 연 200억 원 감소할 것이라 주장했으나 연구에 따르면 지상파 중간광고에 넣기 위해 신문 등 인쇄 광고비를 빼겠다는 광고주는 11.2%에 그쳤다. 

▲ 방송 광고매출 추이. CJ는 계열채널 종합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방송 광고매출 추이. CJ는 계열채널 종합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매체별 광고매출 추이.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매체별 광고매출 추이.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처럼 중간광고의 효과가 예상보다 제한적인 데는 온라인 광고가 부상하고 방송광고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든 데다 중간광고를 도입하더라도 ‘신규 광고주 유입’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지상파 관계자는 “1000억 원 이상 번다는 건 광고시장 상황이 좋을 때 이야기”라며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논의가 공전하는 사이 종편, 모바일 광고가 성장하면서 지금은 지상파 중간광고만으로 하락세를 반전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이전부터 지상파 중간광고 검토 의지를 보여왔기 때문에 조사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KISDI가 2015년 발표한 광고총량제 효과 보고서에서는 지상파 광고총량제 효과로 최소 연 217억 원의 매출을 전망했지만 이철희 의원실에 따르면 실제 광고총량제 도입 이후 추가매출은 연 109억 원에 그쳤다. 지상파 광고시장의 빠른 하락세를 감안하면 중간광고 역시 연구 결과보다 더 낮을 수 있다고 전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간광고, 이번에는 도입될까

이번 연구는 지상파 중간광고를 도입하면 신문·유료방송 업계의 피해가 크다는 반발을 잠재우면서 지상파 중간광고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일 전망이다.

그러나 중간광고 도입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간광고 도입은 시행령 개정 사안으로 국회 동의가 필요 없지만 지상파 문제가 정치쟁점화돼 국회를 무시하기 힘들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현 정부 방송이 ‘장악됐다’고 주장하며 중간광고 도입에 반대하고 있고 여당에서도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중론을 펴는 상황이다.

정부 입장에선 중간광고를 반기지 않는 시민들의 반응도 부담스럽다. 지상파 중간광고의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은 채 설문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지상파 중간광고 반대여론이 61%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방송의날 행사 때 “(지상파에) 불필요한 규제는 제거하고, 간섭하지 않겠다”고 밝히긴 했으나 ‘중간광고’를 언급하지 않아 청와대 의중은 분명하지 않다.

이런 가운데 중간광고를 도입하더라도 종편 등 유료방송과 차등적인 제도가 ‘현실적 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방통위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는 지상파 중간광고를 △유료방송 수준으로 45분 이상 모든 장르의 프로그램에 1∼6회 허용하는 방안(1안) △보도프로그램을 제외한 45분 이상 연예·오락·드라마 프로그램에 1∼6회 허용하는 방안(2안) 등으로 나눠 검토하고 있다. 유료방송보다 비교적 엄격한 2안을 채택하고 시장 상황을 봐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 11일 지상파3사 메인뉴스 화면 갈무리.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검토 소식을 부각했다.
▲ 11일 지상파3사 메인뉴스 화면 갈무리.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검토 소식을 부각했다.

중간광고 다음엔 풀어줄 규제가 없다

지상파는 중간광고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11일 지상파3사는 메인뉴스에서 일제히 방통위가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보도하며 중간광고의 필요성을 부각했다.

지상파방송사를 회원사로 둔 한국방송협회는 지난달 성명을 내고 “(중간광고) 추가재원은 모두 프로그램 제작비와 상생을 위한 제작환경 개선에 투입할 것을 국민들께 약속드린다”며 △외주환경, 스태프 노동환경 개선에 노력하고 △프로그램 수출 확대, 유통 플랫폼 다변화를 통한 다양한 재원 확보 노력도 병행하며 △사회를 견인하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상파는 이 같은 약속을 구체화하면서 이행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지상파의 자구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지금은 비상상황이기 때문에 KBS, MBC의 자구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를 했다. 특히 KBS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상파 중간광고로 인한 재원 확보는 ‘일시적’인 처방이 될 뿐이다. 중간광고를 도입한 다음 또 다시 위기가 찾아온다면 그 다음에는 풀어줄 규제도 남지 않았다.

정부 차원의 구조적인 고민도 할 필요가 있다. 김동원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지금 상황에서 광고시장을 중간광고를 허용하느냐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광고정책을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지상파 3사 사옥.
▲ 지상파 3사 사옥.

중간광고 문제는 도미노와 비슷하다. 수신료 문제와 연관되고, 공영방송에 대한 기준부터 명확히 정립하는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미디어렙 체제 역시 점검 대상이다. 소규모의 ‘진입’만 있고 ‘퇴출’이 없는 한국방송시장의 특성에 대해서도 진단할 필요가 있다. 

언론학계에서는 공영방송의 기준을 재정립한 다음 공영방송에는 공적 재원을 투입하며 공적 책무를 부과하고 민영방송에는 자유롭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어왔다. 이효성 방통위원장도 “개인적으로 공영방송은 KBS와 EBS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MBC까지 (공적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으로 보면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에 수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사안별로 규제를 풀고 말고를 정할 게 아니라 김대중 정부 때 방송개혁위원회처럼 미디어 전반의 큰 틀을 논의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에서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제도 전판을 개편하는 ‘통합방송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데 관련 논의가 이와 맞물릴 필요가 있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논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