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출범한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이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국세청 국감에서 재단 운영 실태 점검을 촉구했다.

유 의원은 “박근혜 정부 ‘통일대박’ 기조 하에 설립된 통일과 나눔 재단이 출범 당시 설립 목적과 달리 대북 직접 지원 사업에는 지출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재단이 당초 설립 목적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거다.

앞서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도 7일 방송에서 “이 재단 존재 이유는 대북 직접 지원인데 쓰인 돈이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반면 재단 측은 “언론이 이야기하는 ‘대북 지원 및 교류’는 재단의 고유 목적 사업 가운데 일부”라고 반박하고 있다.

▲ 지난 2017년 통일나눔펀드 지원사업 선정 단체 발대식 모습. 사진=재단법인 통일과나눔 페이스북
▲ 지난 2017년 통일나눔펀드 지원사업 선정 단체 발대식 모습. 사진=재단법인 통일과나눔 페이스북
송영길 민주당 의원도 재단을 겨냥했다. 그는 지난 8일 tbs ‘장윤선의 이슈파이터’에 출연해 “과거 ‘평화의 댐’ 모금을 어디에 썼느냐는 논란이 있었는데 조선일보도 약 3200억여 원을 모금했다. 어디에 쓰고 있는지 일부 지출 내역을 확인했다”며 “미르·K스포츠 재단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통일과나눔재단 입장을 들어봤다. 먼저 재단 정관을 보면, 고유 목적 사업은 △통일 준비 및 통일 기반 구축, 통일 재원 마련을 위한 기금 모집 △대북 교류 협력 지원 △대북 인도적 지원과 남북 인권 증진 등 삶의 질 향상 사업 △남북 주민 간 공동체 의식 함양 및 통일 준비 차세대 리더 양성 △통일 준비 공감대 확산 및 국제 협력 사업 △남북 간 각 분야의 원활한 통합을 위한 연구 지원 등이었다.

▲ 안병훈 통일과나눔 이사장이 지난 2015년 6월 조선일보 사보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금을 모아 북한이 개방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합류하도록 돕고 싶다”며 “북에 무조건 퍼주자는 것이 아니다. 지원을 하되 북한이 어떻게 해서든 세계적 흐름인 시장경제로 나올 수 있게 유도하는 ‘잘 주기’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조선일보 사보
▲ 안병훈 통일과나눔 이사장이 지난 2015년 6월 조선일보 사보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금을 모아 북한이 개방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합류하도록 돕고 싶다”며 “북에 무조건 퍼주자는 것이 아니다. 지원을 하되 북한이 어떻게 해서든 세계적 흐름인 시장경제로 나올 수 있게 유도하는 ‘잘 주기’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조선일보 사보
이를 근거로 전병길 재단 사무국장은 지난 11일 미디어오늘에 “일부 언론에서 재단 존재 이유를 ‘대북 지원’이라고 규정했는데 재단 설립 목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 사무국장은 “재단은 통일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원활한 통일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출범했다. 현재 통일 교육, 학술연구, 탈북민 지원, 통일 문화 확산 캠페인, 국제 협력 사업 그리고 최근 언론에서 언급된 대북 지원 및 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북 지원 및 교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북한은 과거와 같은 인도적 지원, 이를 테면 보건 의료 등에 호의적이지 않다”며 “대북 제재 등으로 국제 지원 단체들이 대북 지원 규모를 줄이거나 평양 주재 사무소를 폐쇄하는 경우가 최근 몇 년 사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실제 림룡철 북측 민족화해협의회 부회장은 지난 5일 남측 지자체와의 모임에서 “과거 방식의 협력 사업, 일방적으로 북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식의 협력은 아니라고 본다”며 “북의 굶주리는 주민들에게 돈을 쥐여 주는 방식은 우리 인민들도 바라지 않는다. 우리도 자존심이 있고 그런 단계는 지나갔다”고 밝혔다. 

전 사무국장은 “재단은 고유 목적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게 아니라 공모를 통해 사업 신청을 받고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 지원 사업을 선정하고 있다”며 “‘대북지원 및 교류사업’ 역시 이런 절차를 통해 간접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모 언론 프로그램이 우리 재단이 ‘대북직접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건 재단 사업 방침을 모르고 한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재단은 ‘한반도 평화 통일을 준비하는 민간단체’로 지난 2015년 5월 출범했다. 이보다 앞서 조선일보는 2014년 신년 기획으로 ‘통일이 미래다’를 띄웠다. 통일에 따른 경제 효과를 부각하는 시리즈 보도였다. 이와 함께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재단 모금 프로그램 ‘통일나눔펀드’는 조선일보가 전사적으로 주도했다. 국민 170만 명 이상이 기부에 참여하는 등 화제였다. 그러나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반강제로 펀드에 가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제 펀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조선일보 대표이사 부사장을 지낸 안병훈 재단 이사장은 친박계 원로 7인회 멤버 가운데 한 사람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오랜 연이 있다. 안 이사장은 2015년 6월 조선일보 사보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금을 모아 북한이 개방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합류하도록 돕고 싶다”며 “북에 무조건 퍼주자는 것이 아니다. 지원을 하되 북한이 어떻게 해서든 세계적 흐름인 시장경제로 나올 수 있게 유도하는 ‘잘 주기’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재단의 자산 가액은 3107억 원이다. 재단 규모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어 공익법인 2위 수준이다. 통상 대기업 공익법인 평균 자산 규모인 1200억 원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이준용 대림 명예회장은 2016년 10월 비상장사 대림코퍼레이션 주식 343만7348주를 재단에 기부했다. 당시 현금 가치는 2868억1231만 원. 전체 펀드 95%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 6월 기준, 재단이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6%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보유에 따라 매년 60억 원가량 배당 수익이 난다.

이 주식을 두고 재단은 고심이다. 관련 법령에 따라 세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 32.6% 지분 가운데 10%P는 면제 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 약 20%P의 경우 600억 원 정도 세금을 내야 한다고 한다. 전 사무국장은 “세금을 낼지 아니면 처분할지 내부 논의 중이다. 결정된 것은 없다”며 “내부에서 다양한 각도로 알아본 뒤 재단 이사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대림코퍼레이션이 상장하면 재단이 지분을 파는 데 더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재단 출범·모금 배경과 규모, 조선일보 및 보수진영과 안병훈 이사장의 관계 등은 세간의 시선이 재단으로 쏠리게 만들고 있다. 결국 재단 운영 투명성만이 지금의 논란을 다소간 잠재울 수 있을 걸로 보인다. 전 사무국장은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은 책임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일을 해 나가고 있다”며 “설립 목적에 적합한 사업 선정에 책임을 다하고 있으며 아울러 선정된 사업은 투명하게 집행·관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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