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비정규직 아나운서들의 문제를 다뤘다.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감에서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대전지역 민영방송인 TJB 대전방송(사장 이광축)에서 일했던 전직 아나운서 김도희씨를 참고인으로 신청해 증언을 들었다.

이날 김씨는 “3차 전형을 거쳐 입사했고 수습 3개월, 오디션을 거쳐 메인앵커를 맡았다”며 “당시 아나운서 중 단 한명도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중 한명이 구두통보로 해고되면서 협의를 거쳐 계약서를 썼지만 다른방송사에 출연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었다”며 “(김씨는) 8시 메인뉴스를 맡은 3년6개월동안 회사 위신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부 행사를 맡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이 의원은 “보도 분야 메인앵커라면 정규직이어야 한다”며 “프리랜서라는 명목으로 저임금을 받았고 사실상 종속적인 노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왼쪽)과 전직 TJB 아나운서 김도희씨가 열악한 방송계 노동현실을 얘기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왼쪽)과 전직 TJB 아나운서 김도희씨가 열악한 방송계 노동현실을 얘기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앞서 TJB 아나운서 중 한 명이 2016년 퇴사하면서 회사에 퇴직금을 요구했고, 노동청에서 노동자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2017년 퇴사한 다른 아나운서와 2018년 1월 퇴사한 김씨는 노동청에서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 비정규직 아나운서는 퇴직금 못 준다?]

김씨는 “6년 일하고 지난해 퇴사한 아나운서는 (노동청에서) 노동자성 판단을 하지 않았다”며 “임의로 판단을 하지 않기도 하고 똑같은 사안인데 4년3개월 일한 사람은 노동자로, 6년을 일한 사람은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는데 자의적이고 전문성이 있는지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2016년에 퇴사한 아나운서와 (회사가) 법적소송에 가면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을 없애려고 했다”고 TJB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에 이 의원은 “퇴직금을 받지 못하게 하기 위해 종속성이 없는 것처럼 작위적인 기법을 동원했다”며 “노동청이 이를 액면그대로 받아서 프리랜서라며 퇴직금이 없다고 판정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지난달 말 노동청에 재진정을 넣었다. 김씨는 “이는 불복절차나 이의절차가 아니라 한번 더 판단해달라는 것”이라며 “반면 부당노동행위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다룰 수 있다”고 제도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씨는 민사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 대전지역 민영방송 tjb
▲ 대전지역 민영방송 tjb

MBC에서 기자로 일하다 정규직 일자리를 포기하고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10년간 비정규직 방송인으로 일했던 김씨는 현재 방송계를 떠나 로스쿨에 진학했다. 김씨는 “언론은 사회적 약자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믿어왔고 뉴스의 생명은 신뢰, 보도의 핵심은 감시와 고발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들 자체가 떳떳하지 않으면 그들은 노동인권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침묵할 수밖에 없는 방송계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도 했다. 김씨는 “바닥이 좁다는 이유로, 협박과 회유, 다른데 가서 방송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방송사의 갑질·횡포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사용자가 실질을 포장지로 가린다고 해도 노동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