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 대북제재 해제 검토발언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주권을 무시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대통령은 미국 현지시간 10일 백악관 기자들이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 해제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있다’고 묻자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그걸 안 할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안 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막말에 신문들, 확연한 시각 차 드러내

▲ 세계일보 3면
▲ 세계일보 3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이 ‘한국이 미국과 제재 해제 관련 접촉해왔느냐’고 재차 묻자 “그렇다. 그들은 우리 승인 없이는 아무 것도 안 한다”고 거듭 답했다.

12일자 주요 일간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을 서로 조금씩 다른 시각으로 보도했다.

국민일보, ‘무례·막말’한 트럼프 비판

국민일보는 ‘트럼프의 무례’, ‘트럼프 막말 어록 추가’ 같은 단어을 사용해 우리 주권을 무시한 트럼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강경화 장관을 비판하는 쪽에 더 무게를 실었다. 한국일보는 12일자 1면 머리기사를 (강경화 장관이) ‘5.24 해제 입에 올려… 韓美공조 긁어 부스럼’이란 제목으로 강 장관을 더 비판했다.

▲ 국민일보 1면(위)과 2면(아래) 기사
▲ 국민일보 1면(위)과 2면(아래) 기사

다른 대부분의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옮긴 제목을 달아 한국 주권 무시와 한미공조에 틈을 만든 강경화 장관 양쪽을 비판하며 중립적 태도를 보였다.

한편 조선일보는 트럼프의 발언이 ‘명백한 외교결례’임을 별도 기사로 부각시키면서 트럼프가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그 원인과 맥락을 추적해 들어갔다. 한겨레신문은 드물게 이 뉴스를 1면에 보도하지 않고 6면에 간단히 보도하고 말았다.

트럼프 발언을 놓고 국민일보는 12일자 1면 머리기사에 ‘승인 표현 써가며 제동… 트럼프의 무례’라는 제목으로 외교적 결례이며 주권 침해 논란까지 부르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4면 해설기사에서도 ‘美 주도권 강조하다 오버… 트럼프 막말 어록 추가’라는 제목으로 트럼프의 발언이 의견이 다르면 동맹국도 ‘적’으로 여기는 계속된 비외교적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 ‘한미공조 긁어 부스럼’ 만든 우리 정부 비판

반면 한국일보는 12일자 1면 머리기사에 ‘5.24 해제 입에 올려… 한미공조 긁어 부스럼’이란 제목을 달아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강경화 장관과 우리 정부이 부적절한 발언을 더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한국일보는 한미공조에 매달리는 모양새였다.

물론 한국일보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외교적 결례임을 지적했지만 비판의 화살은 한국 정부로 향했다. 

▲ 위에서부터 한국일보 1면 머리기사, 세계일보 1면, 한겨레신문 6면 기사
▲ 위에서부터 한국일보 1면 머리기사, 세계일보 1면, 한겨레신문 6면 기사

세계일보는 1면에 ‘트럼프 5.24 해제 美 승인 없인 안돼’라는 제목으로 단순 발언사실 전달에 치중했다. 한겨레신문은 이 소식을 12일자 1면이 아닌 6면에 ‘트럼프, 한국 우리 승인 없이 대북제재 해제 안 할 것’이란 3단 제목을 달아 상대적으로 작게 취급했다.

조선일보, 트럼프가 왜 막말했는지 더 주목

▲ 조선일보 4면 머리기사
▲ 조선일보 4면 머리기사
조선일보는 1면에 이어 4면 머리기사에 ‘中.러시아 이어 한국도 제재 구멍 될라…美 불만 폭발’이란 제목을 달아 트럼프 대통령이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더 주목했다. 조선일보는 4면에 별도로 ‘5.24 조치는 한국의 독자 제재인데… 트럼프 승인 표현, 명백한 외교결례’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국민일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막말과 외교적 결례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에도 한미FTA를 거론하며 “한국이 우리를 약탈하고 있다”고 막말을 쏟아낸 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4면 별도기사
▲ 조선일보 4면 별도기사

사설도 제각각, 경향신문 “동맹 무시”, 세계일보 “남북 독주 우려”

▲ 경향신문 사설
▲ 경향신문 사설
각 신문의 사설도 입장 차이를 보였다. 경향신문은 12일자 사설에 ‘동맹을 무시하는 듯한 트럼프의 부적절한 언사’라는 제목을 달아 “트럼프 대통령은 내정간섭성 발언을 삼가”하라고 지적했다.

반면 세계일보는 12일자 사설에 ‘폼페이오 이어 트럼프까지 남북관계 독주 우려하는 현실’이라는 제목을 달아 트럼프 보다는 우리 정부를 더 비판했다. 사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세계일보는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를 독주’하고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 세계일보 사설
▲ 세계일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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