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경향신문은 “일본이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자국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에도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북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한반도 안보 지형이 급격히 변하면서 일본이 끼어들 틈을 엿보다가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 제공이라는 아이디어를 냈고 물밑접촉으로 미국-북한과 의견을 조율 중이라는 분석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일본이 떠오른 것은 예상 밖의 일이다. 심지어 일본 언론조차 2차 북미회담 장소로 스위스 제네바와 오스트리아 빈 등 유럽 제3국을 전망한 바 있다. 그만큼 정상회담 선택지로 일본은 파격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경향신문 보도를 부인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미간 사전조율이 끝나지 않았는데 나온 언론보도에 부담을 느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경향신문은 “장소는 경호 등을 고려해 도쿄가 아닌 휴양지 중 한 곳을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북일 정상회담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했는데 2차 북미회담 장소로 일본을 염두에 두고 했던 말이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일본에서 열리면 북일 정상회담도 고려할 수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구축의 분수령이 될 전망인데 일본 입장에선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해 동북아 평화질서를 구축하는 주요국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아베 정권이 그동안 강조해왔던 납치 문제도 털고 가야 한다.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를 제공하고 북일정상회담을 열면 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6월12일 싱가포르의 센토사섬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같은달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6월12일 싱가포르의 센토사섬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같은달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는 당사국인 북미 양국이 지리적인 문제와 상징성 등 여러 문제를 따져봐야 하는 문제다. 미국의 눈으로 보면 평양은 부담스럽다. 이미 한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판문점도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북한의 눈으로 보면 워싱턴과 유럽은 거리로 봤을 때 이동하기 어렵다. 1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로 건너갔을 때 북한은 중국 비행기를 타고 갔다. 중국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비행기를 내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북한 비행기가 노후돼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 안전이 우려됐고 결국 중국 비행기를 탔다는 얘기도 나왔다. 가까운 일본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 이동수단 문제가 해결된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일본에서 열리면 한반도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종전선언을 위해선 남북미 정상이 모여야 한다. 일본에서 2차 북미회담을 끝낸 뒤 세 정상이 한반도에 모여 종전선언을 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반면, 북한과 수교를 맺지 않은 상황에서 북일정상회담 추진이 사실상 어려운데 굳이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를 제공할 이유가 있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일본 상공과 일본 땅을 밟으면 일본 내 여론도 악화될 수 있다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우리 정부로선 북일 관계가 개선되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구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일본이 나쁘지 않고 북일 정상회담도 기대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앞선 얘기라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백악관에서 북미회담 장소로 3~4곳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우리는 미국 땅과 그들 땅에서 많은 만남을 갖게 될 것”이고 “그것은 쌍방향”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