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AAM!!” “BAAAM!!” 사람들이 박준형을 볼 때마다 주먹을 내밀며 이렇게 말한다. 박준형의 트레이드 마크인 독특한 인사법인데, JTBC의 디지털 브랜드인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와썹맨’을 통해 유행어가 됐다.

‘와썹맨’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기준 유튜브 콘텐츠는 38개 뿐인데 구독자는 133만 명에 달한다. 유튜브 채널 개설 후 4개월 만에 이룬 성과로 기성 방송사 단일채널로는 가장 빠른 성장세다. 편당 평균 조회수는 170만 회에 달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2018 뉴미디어 콘텐츠상 예능 부분 작품상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와썹맨’이 잘 돼서 좋다. 그래서 더 고민이다.” JTBC ‘스튜디오 룰루랄라’를 총괄하는 방지현 JTBC 디지털콘텐트허브 디지털사업본부장을 지난 4일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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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썹맨' 화면 갈무리. 디자인=이우림 기자.
▲ '와썹맨' 화면 갈무리. 디자인=이우림 기자.

‘와썹맨’은 “와썹맨은 왔어”라는 오프닝 멘트와 함께 시작한다. 매주 박준형이 서울 명동, 망원동, 롯데월드, 강릉 주문진 등 ‘핫’한 장소를 찾아 떠난다. 그 곳에서 만난 현지인, 관광객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추천을 받은 곳에 방문해 음식을 먹고 체험하는 내용이다.

방 본부장은 ‘와썹맨’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을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봤다. “박준형씨는 거침없고 솔직하다. 광고라는 걸 알면서도 맛없으면 ‘맛없다’고 한다. 50대 중년인데도 발랄한 시각을 갖고 있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간 거 같다.” 그는 캐릭터를 파악하고 장점을 끌어내는 게 제작진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1년 정도 박준형씨의 캐릭터를 파악했다. 그의 매력을 어떻게 해야 끌어낼 수 있는지 고민한 지점이 콘텐츠에 녹아든다”고 설명했다.

QnA편에서 박준형은 “머니머니해도 머니가 부족한 JTBC 그래서 요즘 간접광고 다 하잖아”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롯데월드 할로윈 기념 음식을 먹으며 “빼빼로를 한 달 반 동안 열어놓고 베란다에 놔뒀을 때 이런 맛이 날 거야”라고 혹평을 날린다. 방송은 박준형의 솔직함을 극대화한다.

보통의 촬영이라면 ‘식당방문 오프닝’을 한 다음 제작진이 음식을 촬영하고, 그 다음에 먹는 장면을 찍는다. 깜빡하고 촬영 전에 먹기 시작했다면 다시 음식을 시켜 촬영하기 마련인데, 와썹맨은 깜빡한 내용 그 자체를 내보내고 ‘그림 없음’ 이라는 문구를 쓴다. 박준형이 주문진에서 만난 현지인에게 “인터넷에 온 세계에 강릉 자랑하고 싶은거 얘기해주세요 BAAAM”이라고 말하자 “주문진은 볼 것은 다양한 게 없어요”라는 답이 나온다. 이어 ‘주문진 볼 거 없음(현지인피셜)’이라는 자막을 내보낸다.

▲ '와썹맨' 화면 갈무리.
▲ '와썹맨' 화면 갈무리.

“솔직함을 베이스로 하고 즉각적으로 소통하는 건 지금 젊은 세대가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방 본부장의 생각이다. ‘와썹맨’은 인기 유튜버들이 그랬던 것처럼 독자들이 추천하는 장소에 방문하고, 독자의 질문을 받아 답하는 콘텐츠를 올리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제작진이 처음에는 회의 때 나오는 동료와 상사의 반응을 신경 썼다면 지금은 독자 반응을 더 신경 쓰게 됐다.

‘스튜디오 룰루랄라’ 콘텐츠는 크로스미디어에 방점을 찍는다. ‘와썹맨’도 원래 모바일 예능이 아니라 JTBC 프로그램 ‘사서고생’의 박준형 캐릭터를 독립시킨 스핀오프 작품이다. 현재는 ‘사서고생2 팔아다이스’의 디지털 버전 ‘스위스 노천 식당’을 제작하고 있다. 여행물인 ‘사서고생’에서 음식을 먹는 파트만 떼내 디지털에 맞게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포맷으로 가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비방클립’ ‘썸지랖’ ‘이옵빠몰까’등의 디지털 콘텐츠는 TV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만든 계열 콘텐츠다. 디지털사업본부는 JTBC4 채널도 전담하고 있는데, 이 채널에서 여성·라이프 장르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콘텐츠도 고민한다는 전략이다.

왜 이 방식을 선호할까. “JTBC이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방 본부장은 “우리는 방송사업자에서 시작했다. 디지털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아직까지는 수익모델이 불확실하다. 반면 여전히 TV에는 유효한 사업모델이 있어 이를 바탕으로 연계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계속 실험하면서 태동기를 지나 시장이 성장할 때까지 ‘버티는’ 기반을 닦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JTBC는 지난해 디지털사업부문을 콘텐트허브로 분리했다. 2년 가까이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방 본부장은 “레거시 미디어가 성과를 내기 힘든 이유는 기존 미디어를 경험한 사람들이 주도하면 ‘다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안다고 생각하면 길을 찾을 때 더 헤매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 방지현 JTBC 디지털콘텐트허브 디지털사업본부장.
▲ 방지현 JTBC 디지털콘텐트허브 디지털사업본부장.

‘스튜디오 룰루랄라’는 독립 후 공채를 뽑으며 새로운 환경에 도전했다. 방 본부장은 “아마 방송사업자 중에서 디지털 제작 인력을 공채로 뽑은 회사는 우리가 처음일 거다. 기존의 방송물을 먹지 않은 인력들이 방송에 대한 편견 없이 시작한 점이 유효했던 거 같다”고 밝혔다. ‘와썹맨’의 편집 역시 대부분 새롭게 뽑은 젊은 인력들이 맡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업자에게 ‘수익성’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스튜디오 룰루랄라’도 예외가 아니다. 1인 크리에이터라면 유튜브 구독자가 100만 명이 넘으면 ‘대박’을 터뜨리겠지만 30명 넘는 조직에게는 충분한 수익을 보장하기 힘들다. “사실 수익모델에 새로운 건 없다.” 방 본부장은 “기존 모델의 다양한 조합을 실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는 ‘브랜디드 콘텐츠’를 함께 제작하고 있고, 커머스도 고려 대상이다. ‘미미샵’이라는 콘텐츠는 OTT(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VIU를 통해 아시아 6개국에 콘텐츠를 내보냈다. 내년에는 이를 기반으로 포맷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 10월 방송콘텐츠 판매 마켓인 MIPCOM에 부스를 만들어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앞으로가 관건이다.” 방 본부장은 ‘와썹맨’의 성공은 의미 있지만 그 자체로는 ‘마중물’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지금 사업자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한 번씩은 다 성과를 보여줬다. 우리는 ‘와썹맨’으로 보여주게 됐다. 중요한 건 ‘넥스트’다.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어떻게 만드느냐. 그 단계를 만드는 게 업계의 숙제다. 그런 면에서 책임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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