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6일 뉴욕타임스가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수십 년에 걸쳐 배우·영화사 직원·모델 등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보도하며 미투 운동이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그로부터 꼭 1년이 지난 10월6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탐사저널리즘 아시아 총회에서 ‘아시아의 미투 보도’(Reporting #MeToo in Asia)라는 주제의 세션이 열렸다. 뉴스타파는 글로벌탐사저널리즘네트워크(Global Investigative Journalism Network·GIJN), 콘라드아데나워재단과 함께 이번 총회를 공동 개최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이날 세션에 참가한 도린 와이젠하우스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서 미투 운동이 촉발된 후 전 세계 85개국에서 미투 운동이 일어났다. 미투 해시태그(#MeToo)가 가장 많이 사용된 국가는 미국이, 영국, 캐나다, 인도 순이었다. 미국 노동부 산하 평등고용기회위원회에 따르면 미투 운동으로 이후 성희롱 신고 건수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했고, 사업주에 대한 소송도 50% 증가했다. 스웨덴에서는 폭력이나 협박이 있었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분명하게 언어나 신체적으로 동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모든 성관계는 강간으로 규정하는 새로운 법이 통과됐다.

▲ 게티이미지.
▲ 게티이미지.
아시아의 상황은 어떨까. 미국에서 23년 간 기자로 살았던 잉찬(Ying Chan) 홍콩대 교수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미투 해시태그를 달면 인터넷에 올린 글이 삭제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누리꾼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냈다. 중국어 발음으로 ‘me’와 같은 ‘米(쌀 미)’, ‘too’와 같은 ‘Tu’(토끼)그림을 이용해 새로운 ‘미투’ 형상을 만들어 낸 것.

중국에서 여성의 현실은 언론자유만큼 후진적인 상황이다. 광저우 성교육센터가 2017년 고등교육기관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6592명의 응답자 가운데 69.3%가 다양한 형태의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중국 여기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도 충격적이었다. 1762명의 모집단 가운데 416명이 응답한 설문에서 83.7%가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중 42.4%는 한 번 이상 피해를 당했고 18.2%는 다섯 번 이상이라고 답했다. 잉찬 교수는 이 같은 통계를 전하며 “뉴스룸 안의 남성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일본인인 시오리 이토 기자는 이날 성폭력 피해당사자이자 저널리스트로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시오리 기자는 “피해자의 4% 정도만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일본의) 현실”이라며 “경찰에 신고를 해도 남자와 여자의 문제로 치부해버린다”며 일본 미디어의 보수적인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미디어는 성폭력 범죄 보도를 꺼려한다”며 “미디어가 이상적인 희생자 ‘상’을 만들고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말할 때마다 트라우마가 계속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내가 기자이기도 하지만 피해자로서 인터뷰를 당해보니 알 수 있었다. (기자들은) 피해자 당신을 신뢰하고 믿는다고 말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안의 이야기를 밖으로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5일 무퀘게와 무라드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언급하며 “이들이 선정된 것은 매우 좋은 뉴스”라고 강조했다. 무퀘게는 내전 과정에서 성폭행이나 신체 훼손을 당한 여성 피해자를 치료하고 재활을 돕는 데 평생을 보낸 콩고민주공화국의 산부인과 의사이고, 무라드는 IS가 자행한 성노예 피해자이자 이라크 소수민족 야지디족 여성인권운동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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