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선언 11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방북했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평양에서 ‘국가보안법 재검토’를 언급한 후 보수야당이 강하게 반발하자 “평화협정이 우선”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9일 오후 국회에서 가진 방북단·방미특사단 합동 기자간담회에서 “(평양 방문 중) 통일부 출입기자가 소감을 묻기에 ‘대립·대결 구도에서 평화·공존 구도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그에 맞는 제도나 법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며 “국가보안법도 그중 하나라고 얘기한 것이지 폐지나 개정을 얘기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완전히 북미 대화가 이뤄져서 평화협정을 맺는 단계가 돼야 국회가 제도개선 얘기를 할 수 있지, 제도개선 얘기를 먼저 하면 본말이 전도되기 때문에 (보안법 논의는) 아직은 상황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의장으로 이 대표와 함께 평양을 방문했던 원혜영 의원은 “이미 2004년 참여정부 때 제1야당이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우리 당이 보안법을 현실에 맞게 전면 개정하자는 합의가 있었다”며 “다만 그때 일각에서 전면 폐지 주장도 있어 합의가 안 됐을 뿐이지 그런 논의가 충분히 있었음을 고려해 적절한 환경이 됐을 때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5일 평양에서 기자들과 만나 “평화체제가 되려면 국가보안법 등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하고, 남북 간 기본법도 논의해야 한다. (평화체제에서) 법률적으로 재검토할 것이 많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방북단·방미특사단 합동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방북 관련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방북단·방미특사단 합동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방북 관련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이를 두고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왜 북한 평양에 가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상사에게 보고하듯이 그렇게 보고하고 정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거기 가서 각오를 다지는지, 때와 장소를 너무 가리지 않은 것 아닌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에서 방북 길에 올랐던 유성엽 최고위원은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가 도입된다면 보안법은 물론이고 북한의 관련 법률도 개선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시점에서 보안법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조금 성급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여당에서도 이 점을 유념해야만 남북문제를 풀어 가는 데 모든 국민이 다 함께 동참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보안법 논의는) 집권 여당 대표가 지금 할 만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내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한테 ‘보안법 왜 폐지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니까 ‘남북관계가 다시 풀리고 긴장 관계가 해소돼 적어도 대화 국면에 들어갈 때 할 얘기다’고 말했다”며 “당연히 보안법은 폐지하고 평화시대에 걸맞은 ‘남북 평화상생 기본법’ 같은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이 대표가 5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등을 만나 “(남북교류를 위해) 내가 살아있는 동안 절대로 정권을 뺏기지 않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도 집권 여당 대표가 협치보다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전당대회 때도 ‘20년 집권론’을 얘기했는데, 내가 앞으로 20년을 살겠느냐”고 웃어넘겼다. 4·27 판문점선언 비준과 관련해선 “(2차)북미정상회담과 (4차)남북정상회담 결과가 좋게 나오면 비준에 대한 국민 요구가 높아질 것”이라며 “가능한 한 연내에 비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나 상황을 보며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꾸준히 설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남북 국회회담에 대해서도 “이번 방북에서 우리가 다시 한번 국회회담을 요청하니 (북측에서) ‘한국에서 반대하는 야당이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나중에는 ‘그런 어려움은 있지만 국회회담을 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현재까진 남북 국회 간 교섭이 시작된 게 아니어서 어디서 개최할지 논의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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