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들이 강력하게 요구해 도입된 지상파 UHD 투자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디어오늘이 김종훈 민중당 의원으로부터 제공 받은 ‘2017년 지상파 UHD 이행점검’ 자료에 따르면 MBC와 SBS의 UHD 시설투자 이행률이 허가 당시 계획 대비 각각 64%, 50%에 불과했다. MBC는 UHD 시설에 158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100억원만 투자했고, SBS는 155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79억원만 투자했다. 지상파 UHD 본방송 도입이 두 달 늦춰진 점을 감안해도 시설투자는 크게 못 미쳤다. 

지상파 UHD는 HD보다 화질이 4배 선명한 방송으로 미국식 전송방식의 UHD TV 또는 UHD 컨버터를 구입하고 케이블이나 IPTV 가입 없이 지상파를 안테나로 직접 수신해야 볼 수 있다.

콘텐츠 편성의 경우 지상파 3사 모두 턱걸이로 의무 편성비율을 넘겼다. 지상파 UHD 방송은 2017년 기준 전체 방송 대비 5% 이상 편성하는 것이 허가 조건인데 SBS가 6.1%로 편성비율이 가장 높았고 KBS2(5.36%), KBS1(5.3%), MBC(5.04%) 순으로 나타났다. 

▲ 지상파 UHD 투자 현황. 자료=김종훈 의원실.
▲ 지상파 UHD 투자 현황. 자료=김종훈 의원실.

그러나 이들 방송의 ‘순수’ UHD 비율은 5%에 미달됐다. 방통위는 2017년 기준 독립제작사가 제작한 방송일 경우, 주시청시간대에 편성하는 경우 UHD 편성 비율에 50% 가중치를 주고 UHD가 아닌 HD방송의 화질을 개선한 리마스터도 UHD로 인정한다. SBS는 2017년 기준 전체 편성의 36.4%가 HD방송을 리마스터링하거나 리마스터링 기법을 일부 적용한 방송이었다.

박근혜 정부 미래창조과학부는 700MHz대역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쓰겠다고 했지만 2015년 지상파와 국회의 요구로 해당 주파수 대역 일부를 지상파 UHD 용도로 할당했다. 

▲ 2015년 지상파의 주파수 할당 관련 보도. 당시 지상파는 UHD 도입을 위해 '자사이기주의' 보도를 해왔다.
▲ 2015년 지상파의 주파수 할당 관련 보도. 당시 지상파는 UHD 도입을 위해 '자사이기주의' 보도를 해왔다.

지상파는 UHD 허가를 받은 이후 어려운 경영상황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봐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원래 방통위는 HD 리마스터를 UHD로 인정하겠거나 편성 가중치를 두는 것을 감안하지 않고 2016년 지상파 UHD 허가를 냈다. 그러나 2017년 3월 ‘UHD 편성 기준’을 추후에 만들면서 다양한 감면 조항을 넣었다.

지상파는 2016년 이미 방송 허가를 받은 상황에서 2017년 3월에 예정된 본방송을 하지 않고 방통위에 ‘도입 연기’를 계속 요청해 결국 예정보다 두 달 늦은 2017년 5월 본방송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지상파가 허가를 받기 위해 약속한 투자계획은 한 차례 수정돼 투자규모가 축소됐다. 최근에는 언론노조와 지상파가 산별교섭을 통해 지상파 UHD 의무편성 비율을 2020년까지 유예할 것을 방통위에 요청했다.

▲ 지상파 3사 공동 지상파 UHD 홍보 광고.
▲ 지상파 3사 공동 지상파 UHD 홍보 광고.

이처럼 지상파 UHD는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도입하면서 차질이 빚어지고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사전에 비용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도입을 요구해온 지상파와 2018년 평창올림픽 UHD중계를 위해 무리한 일정을 추진한 방통위 모두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 

김종훈 의원은 “지상파 UHD 투자 및 편성 결과에서 확인되듯 준비되지 않은 사업을 정부와 사업자들이 일방으로 밀어붙인 것은 알맹이 없는 성과주의에 다름없다”며 “HD방송 도입 과정에서 시민들이 겪었던 불편과 비용감수 등 과거 사례를 상기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충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정이 어려운 지역 민방과 방송사들을 고려해 정부차원의 지원확대가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UHD는 현재 순차로 도입 중이며 2021년 전국방송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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