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7000만원을 받는다는 근로자들이 불법파업을 벌이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1년 5월30일 라디오 연설에서 유성기업 파업을 언급하며 한 발언이다. 거짓말이었다. 당시 유성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1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3월31일 기준, 재직 중인 전체 직원의 평균 연봉은 4500만 원 선이었다. 이 전 대통령의 주장처럼 연봉 7000만 원 받는 노동자는 근속년수가 28년인 이들 중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했다.

앞서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지난 8월1일 이 전 대통령이 현대자동차 부품 납품업체인 유성기업 파업 노동자를 비난하는 대국민 연설도 노조파괴로 악명 높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작품이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노동개혁위원이었던 김상은 새날 법률사무소 변호사에 따르면 유성기업 관련 대통령 월례연설의 근거가 된 기사는 한국경제 기사였고, 창조컨설팅은 관련 기사를 작성해 한경 기자와 청와대에도 보냈다.

2011년 5월30일 제66차 대통령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유성기업 파업을 언급한 장면.
2011년 5월30일 제66차 대통령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유성기업 파업을 언급한 장면.
김상은 변호사는 8일 민주노총과 이정미(정의당)·이용득·송옥주(이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노동행정개혁위원회 후속과제와 노조할 권리 토론회’에서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공작에 정부와 권력기관, 언론 등이 어떻게 관여했는지 조사결과를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청와대 파견 노동부 관계자와 창조컨설팅 관계자의 진술에 따르면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문건이 청와대에 전달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창조컨설팅에서 노사 관련 컨설팅에 들어갈 때 기본 프레임 자체가 청와대와 경찰, 용역회사를 하나의 컨소시엄으로 구성해 노조파괴를 기획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청와대 파견 노동부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의 라디오 월례연설이 한국경제 신문기사를 토대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진술했는데, 이는 허위로 보인다”며 “이 전 대통령 라디오 연설의 토대가 되는 기사를 창조컨설팅이 작성해서 청와대에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앞서 고용노동개혁위는 “당시 대통령 월례연설의 근거가 된 기사도 창조컨설팅이 써서 청와대로 보냈다는 창조컨설팅 관계자의 진술이 나왔다”고 밝혔는데, 개혁위는 창조컨설팅 이메일 주소록에 유성기업 관련 기사를 작성한 한국경제의 국장급 인사 이메일 주소가 포함된 사실도 확인했다. 노조파괴 전문 노무법인이 친기업·반노조 관련 기사를 국내 유력 경제지와 서로 협의해 작성한 후 청와대까지 보낸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의 라디오 월례연설에 앞서 한국경제는 “[유성기업 사태 악화] ‘연봉 7000만 원 넘는데 파업’…현대차 부품社 5000곳 멈출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유성기업 노조원 부인 A씨(52)의 하소연이라며 “A씨의 남편 B씨는 지난해 연봉 7700만 원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1인당 연봉이 7000만 원이 넘는 회사의 불법 파업을 국민이 납득하겠느냐”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말을 전했다.

▲ 2011년 5월23일자 한국경제 3면 머리기사.
▲ 2011년 5월23일자 한국경제 3면 머리기사.
창조컨설팅 관계자는 개혁위 조사에서 “기사도 창조에서 써서 청와대로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현대차, 유성 관련된 기사를 창조에서 썼던 것 같다. 내가 듣기로는 청와대도 간다고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유성기업은 2011년에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고 노조파괴를 실행했고, 그즈음 이 전 대통령이 회사 쪽에 힘을 실어주는 대국민 연설을 했는데 이 연설도 창조컨설팅과 한국경제의 ‘작품’이었다는 게 고용노동개혁위의 결론이다.

2012년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현장 폭력용역 관련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창조컨설팅의 메일 주소록에는 당시 청와대와 고용노동부·노동위원회·국가정보원·경찰·검찰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뿐 아니라 윤아무개 한국경제 국장(노동부 전문기자)과 YTN 관계자까지 포함돼 있었다.

김 변호사는 “청와대 파견 노동부 관계자가 창조컨설팅으로부터 이메일을 전송받은 사실을 인정해 창조컨설팅이 메일 송부 주소록에 기재된 자들에게 노조파괴 관련 문건을 전송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 변호사는 “창조컨설팅이 이메일 주소록에 수록된 자들에게 각종 문건을 송부하고, 관계기관이 사업장 노조파괴에 관여한 의혹이 제기됐으나 노동부는 2013년 6월 ‘창조에 대한 조사 결과, 임의로 작성한 메모 수준으로 밝혀져 종결 처리’했다. 결국 메일 주소록에 기재된 공무원들에 대한 자체 조사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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