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에서 관심을 두고 이번 토론회를 보도했으면 했는데 취재를 나오지 않은 거 같다. 지상파 방송이 노동자들의 노동권 개선에 힘써야 한다. 관심 간곡히 부탁한다.”(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 3개월, 방송 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대안을 촉구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한빛센터)와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방송계갑질119,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노총법률원,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추혜선 정의당 의원실은 5일 방송계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토론회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했다.

▲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이 5일 서울의원회관에서 토론회 시작을 알리는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이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 시작을 알리는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이날 토론회는 스태프노조와 노동계 인사들뿐 아니라 드라마제작사협회 등 제작사 관계자, 정부 부처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그러나 정작 해결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할 방송사 관계자들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용관 이사장은 “노동시간 단축 법 개정이 됐지만,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위법과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며 “초장시간 노동 관행이 여전한 상황에서 촬영 일수가 줄어들어 저임금 노동자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김진억 희망연대노조 나눔연대국장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상파 방송사는 노력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전제가 붙는다.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시간을 달라, 과도기적 시기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그 점은 이해해 달라는 것”이라며 “정부조차도 방송제작환경 개선에는 동의하나 현실적, 구조적 어려움이 있다, 한꺼번에 되지 않음을 양해해달라고 방송사와 제작사와 똑같이 말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쪽 대본’ 관행과 구조를 없애고 드라마 사전제작을 정착하고 △방송 편성 기간과 촬영 기간을 늘리고 △주연배우 중심 촬영 문화와 임금 분배구조를 개선하고 △다단계하도급·턴키·프리랜서 계약 근절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추혜선 정의당 의원실
▲ 사진=추혜선 정의당 의원실
발제를 맡은 김유경 방송계갑질119 노무사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탄력근로제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노동시간 단축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주당 노동시간을 최대 80시간까지 가능하게 하는 ‘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주 40시간에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초과노동 12시간, 당사자 동의 후 연장근로 12시간, 토일 휴일근로 16시간을 덧붙여 주당 최장 80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김 노무사는 “탄력근로제가 80시간까지 보장이 된다고 안내하는 부분이 충격적이었다. 유예기간인 지금 방송사와 제작사는 연장근로 12시간을 두고는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있다”며 “법 개정 취지와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를 대표해 참석한 하창용 노동시간단축지원TF 과장은 이에 “6개월을 유예했다고 했는데 ‘계도’가 맞다. 고의로 안 지킨다면 처벌해야 한다”며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노동부) 인력을 채용한다든지 시스템이나 근무표를 바꾸든지 하겠다”고 전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관련 부처들이 모여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광혁 방통위 편성평가정책과장은 “고용부 근로감독, 문체부 표준계약서, 방통위 재허가 때 인권 문제 안전 대책, 인권선언 등 가이드라인 마련은 부처 간 협의해야 한다”며 “계속 모여서 분기별로 점검을 하고 진행하고 있고 2년~3년 지나고 나면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방송 스태프들이 소속된 드라마제작사들은 억울함을 토로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드라마제작스태프노동실태 조사 결과 상당수 스태프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됨에 따라 일부 제작사 측은 프리랜서나 계약직 스태프들을 법적인 근로자로 인정해 고용하게 됐다.

▲ 게티이미지.
▲ 게티이미지.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정책적 방향은 동의하나 과정상에서 우리와 충분한 논의가 있었나. 스태프들 이동시간까지 촬영시간으로 포함하면 실제 촬영시간이 너무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작사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하는 이 세미나의 분위기가 당황스럽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의 초과노동을 개선하라는 스태프들 요구에 반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최저임금에 미달한 임금을 받는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그 사람들이 도대체 누군지 모르겠다. 스태프들에게 말하고 싶다. 힘든 거 충분히 이해하지만, 대화를 통해서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제작사가 본인들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제작 현장에 와서 제작을 접어라, 말라면서 마치 본인들이 대단한 권한을 가진 거처럼 행동하지 말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이들을 ‘조폭’에 비유했다.

그러자 토론회에 참석한 스태프들은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세찬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조직국장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노동3권에 따라 방송스태프들의 환경이 힘들어서 이야기 한 거 가지고 조직폭력배라고 말한 것은 사과를 받아야겠다. 노동3권에 보장된 단결권과 파업권을 가지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는 수많은 스태프와 희망연대노조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박 사무국장은 해당 비유에 대해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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