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백화원 영빈관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비속어가 나왔다는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는 비속어가 아닌 것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 일정 첫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직접 문 대통령 내외의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을 안내하며 대화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비록 수준이 낮을지 몰라도 최대 성의의 마음을 보인 숙소이고 일정”이라며 “우리 마음으로 받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오늘 아주 최고의 환영과 최고의 영접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이같이 말하는 도중 비속어인 ‘지#하네’라고 추측되는 말이 튀어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 지난 9월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 평양 백화원초대소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환영하고 있다.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9월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 평양 백화원초대소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환영하고 있다.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두 정상의 대화 도중 누군가 비속어를 썼고, 방송에 노출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주장이 나왔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비속어를 쓴 사람을 처벌해달라는 국민 청원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을 올린 사람은 “이번 남북 정상의 만남 중에 양 정상이 담소를 나누는 장면 속에 카메라 기자인지 누군지가 작은 소리로 ‘지#하네’라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며 영상을 링크했고, 게시물을 접하고 하루 7만명 가까운 사람이 청원에 동의했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비속어를 쓴 사람이 KBS 기자라는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KBS는 “당시 촬영 화면은 방북 풀취재단 소속 취재기자와 촬영기자 없이 청와대 전속 담당자와 북측 인사 등만 동석한 상황에 진행됐다”며 자사 기자가 비속어를 썼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엉뚱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청와대가 진상조사를 벌어야 한다는 입장도 나왔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는 성명을 통해 “당시 현장은 비공개라서 언론사 소속의 평양공동취재단 카메라기자는 백화원 입구 현관까지만 영상을 촬영하고 문제의 현장으로는 가지도 않았다”며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정부 당국이 꼼꼼하게 조사를 벌여 진상 규명을 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언론은 갖가지 추측을 내놨다. 중앙일보는 단독 타이틀을 달고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 배명진 교수를 인터뷰하고 “해당 음성은 욕설이 아니라 마이크에서 나온 기계 잡음과 리설주 여사의 목소리가 겹쳐지면서 생긴 오해”라는 분석을 내놨다. 영상 기자가 카메라의 마이크를 잡으면서 ‘노이즈’를 일으켰고 마치 비속어처럼 들렸다는 주장이다. 현장음이 아니라 방송 송출 과정에서 들어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청와대는 이후 사실관계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진상파악 중이라는 입장이었는데 공식 조사결과가 아니긴 하지만 내부적으로 비속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지#하네’라는 비속어가 아닌 ‘지나가네’라는 말이 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나가네’라고 말한 것으로 추정되는 말을 한 사람도 청와대 전속 촬영 기자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 측 인사가 지나가네(지나갑네다)라고 한 말이 비속어 논란으로 번진 게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청와대 설명이 맞다면 두 정상 간 대화 도중 나온 비속어 논란은 헤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처음부터 비속어로 추정하는 게 음모에 가깝다라는 비판도 나왔는데 욕설한 사람을 처벌해달라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논란이 커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비속어를 쓴 사람을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 게시물에 5일 현재 9만 6천여명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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