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복지정책 ‘포용국가비전’이 성장동력을 상실한 대한민국에서 재생산위기를 타계하기 위해 제시한 하나의 국가전략이지만 여전히 내용이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미래세대부담론이나 재정안정화론과 같은 경제주의적 대응을 담아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정의당은 5일 연속정책토론회의 5차 토론회 순서로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 진단과 개혁방안’이라는 주제를 통해 지난달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복지정책에 대한 진단과 지적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9월6일 사회정책 분야의 국가비전으로 ‘다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제시하고, 양극화·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를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발제를 맡은 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집권 1년 후가 지난 시점에서도 아직 추상적인 비전을 발표한 점에서는 비판적 평가가 가능하며, 포용국가라는 슬로건이 권리보장보다는 가부장적인 배려의 의미가 강하다”고 말했다. 

남찬섭 교수는 “이 전략에서 미래세대부담론이나 재정안정화론과 같은 경제주의적 대응을 하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남교수는 복지정책을 펼칠 때 ‘재정건전화론’과 ‘미래세대부담론’에 치우치지 말고 새로운 프레임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우선 재정건전화론과 미래세대부담론은 현재와 같은 급속한 인구고령화 및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경우 복지지출이 늘어나는 반면 재정여력이 약화돼 국가채무의 증가 및 사회보험 기금의 고갈과 같은 재정적 지속불가능 상황을 초래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남 교수는 미래세대부담론 역시 이런 지속불가능 상황이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한다는 논리로, 언론에서도 ‘미래세대에 대한 도둑질’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조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당 주최의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 진단과 개혁방안' 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정민경 기자.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당 주최의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 진단과 개혁방안' 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정민경 기자.

남 교수는 인구고령화가 일률적으로 복지지출의 증가를 가져오고, 이것이 국가채무로 이어진다는 논리는 지나치게 단순한 논리라고 비판했다. 남 교수는 “물론 노령지출이 노인인구비중과 높은 상관성이 있긴 하지만 모든 나라에서 노인인구비중과 노령지출이 무조건 정의 관계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이나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등은 노인인구비중도 높고 노령지출도 높지만 스웨덴과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노인인구비중이 높으나 노령지출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인인구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 미국은 노령지출이 낮지는 않다고도 했다. 또 남교수는 “복지지출이 많다고 반드시 국가채무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독일과 오스트리아, 북유럽 국가는 복지지출이 많으나 국가채무 수준이 낮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인구노령화와 노령지출, 복지지출, 국가채무 간의 관계는 결정된 것이 아니라 어떤 정책적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미래세대부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복지지출을 줄이거나, 조세부담을 증가시키는 방안을 이야기하는데, 오히려 복지지출을 줄이는 게 오히려 미래세대에 부담을 준다는 주장도 나왔다. 남 교수는 “복지지출을 줄이면 그로 인한 혜택의 감소는 현 세대 내에서 주로 서민계층에게 돌아갈 것이며 이는 현재의 서민계층의 삶을 더 어렵게 할 것이고, 나아가 서민계층에게서 태어날 미래세대는 현재의 서민계층 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서 태어나 오히려 미래세대에 부담을 더 준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남 교수는 재정적 지속가능성에만 집착한 프레임에서 벗어나 ‘사회전체적인 부양능력의 향상’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 교수는 앞으로는 새롭게 나타나는 노동시장과 산업구조의 변화, 젠더나 소수자 같은 차별과 이주민 문제를 고려한, 복지국가에 대한 패러다임 재구축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임준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보건대학원 부원장 역시 “현 정부의 포용 국가 비전의 경우, 여전히 ‘미래세대부담론’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 부원장은 “서비스 전달체계가 여전히 사익추구적인 민간 부문에 대한 의존성이 높고, 이런 문제를 개혁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며 “재원조달 구조의 획기적 변화가 필요한데 정부발표에서 해당 부분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상임대표는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돌봄 지원 서비스’라는 개념을 ‘자립 지원 서비스’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돌봄이나 동정, 헌신 등의 개념은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대상화하기에 자립 지원 서비스가 맞다”며 △1일 최대 24시간 자립지원 △장애인 거주시설 신규입소 금지 △문재인 정부 임기 내 OECD 평균 장애인복지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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