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JTBC 기자들이 재량근로제 수용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지난 7월1일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를 두고 중앙일보 노사가 첨예하게 맞선 쟁점은 재량근로제 도입 여부였다.

재량근로제는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일일이 측정하지 않고 노사 대표가 서면 합의로 정한 노동시간만을 인정하는 방식이다. 노사가 정한 노동시간 이상 일해도 초과노동에 대해선 임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언론사들은 이 제도를 근로시간 단축 ‘0순위 대책’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 제도가 장시간 노동을 유발해 법 취지를 무력화한다고 지적한다.

중앙일보 사측은 지난 3월 노조에 보낸 공문에서 ‘노사 상생을 위한 대응 방안’으로 재량근로제 도입을 제안했다. 사측은 “재량근로제를 도입하더라도 사전에 허가 받은 근로(로테이션에 의한 휴일근무 등)에 대한 보상은 지속 시행하도록 노사 협의를 통해 세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노조는 “재량근로제는 업무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실시간으로 보고하고 지시 받는 중앙일보·JTBC 기자 근무 현실에 맞지 않는다. 사용자가 업무 수행 수단, 마감(시간 배분)에 대해 구체적 지시를 하기 때문”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27일 중앙일보·JTBC 노동조합은 조합원 총회에서 다시 한 번 재량근로제 수용 불가 방침을 확인하고, 회사에 정당한 노동 대가 지급을 촉구하는 동시에 기존 수당체계를 포함한 임금체계 개편을 요구했다.

▲ 서울 상암동 JTBC 사옥. 사진-JTBC
▲ 서울 상암동 JTBC 사옥. 사진-JTBC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총회에 노조 조합원 245명 가운데 121명이 참석했다. 휴직 조합원을 제외하면 참석률 50%가 넘었을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특히 주 52시간 도입 이후 근로시간 축소에 따른 수당 문제로 JTBC 기자들 월급이 100만 원 가량 줄어드는 등 임금체계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KBS·MBC·SBS 등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1년 유예된 방송사와 달리 JTBC는 지난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 체제다. JTBC 기자들의 소속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는 신문사 중앙일보라서다.

노조가 5일 발행한 노보를 보면, 한 조합원은 총회에서 “노조가 있는 언론사들 중 아직 아무도 받지 않은 재량근로제를 우리가 나서서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재량근로제는 사실상 아무리 근무시간이 늘어나도 반박할 수 없는 스스로의 굴레를 만드는 것 아닌가”라며 “당장 통장에 찍히는 돈이 줄어 다급한 마음도 있지만 이번 사태를 디딤돌 삼아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총회에선 주 52시간과 대체휴가 이야기도 나왔다. 한 조합원은 “JTBC 보도국의 경우 대휴가 5~7일씩 쌓여있는 조합원들이 많다. 이런 부서들은 기자 수도 적어 사실상 대휴 소진이 불가능하다”며 “인원이 늘었다는 지금도 주 52시간제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52시간 때문에 신설된 주말부의 경우 토일 주말을 무조건 출근하는 대신 월화를 쉬는 방향으로 하는데 주말 이틀을 다 출근하고도 이를 평일과 등가로 계산하고, 따로 노고를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근무시간과 관련해 한 조합원은 “초과근로를 기록하려고 회사 시스템으로 신청해도 어차피 부장들이 모두 (신청한 근로를) 반려하고 있어서 현재 개인적으로 매일 근무시간을 기록해 저장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중앙일보 사측은 기자들이 재량근로제 수용불가 방침을 재확인한 것에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노사가 이처럼 이견을 보이는 중에 나온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 인터뷰도 주목된다.

손 사장은 지난달 18일 시사IN과 인터뷰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켜주고 싶다”며 “기자들 처지에선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현재 회사에서 얘기하는 재량근무제를 노조는 받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내 입장이 곤란할 때가 많다. 임원이긴 한데 솔직히 말하면 마인드는 그렇지 못하다”며 “양쪽이 빨리 타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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