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내년 초를 목표로 드라마본부를 분사한다. 지금까지 SBS 드라마PD로 SBS드라마만 만들었지만, 내년에는 자신이 연출한 드라마를 MBC나 JTBC에도 내보낼 수 있다.

PD저널에 따르면 SBS는 드라마본부 소속 PD를 대상으로 분사 찬반 의견을 물었는데 반대 의견이 많았지만 드라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분사를 결정했다. SBS 드라마 평PD협회는 지난달 투표를 진행했고 약 60%가 분사를 반대했다고 밝혔으며 지난해 7월 설문에선 투표자 39명 중 찬성이 1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사 찬성 의견이 많아진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SBS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분사의 가장 큰 이유는 드라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며 “내부에서도 반발이 적진 않지만 한편에서는 시대적인 흐름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아직 어떤 형식으로 분사가 이루어질지 구체적인 형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SBS는 임금체계, 드라마 유통 부서 확보 등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 목동에 위치한 SBS 사옥. 사진=SBS
▲ 서울 목동에 위치한 SBS 사옥. 사진=SBS

현재 드라마 경쟁에서 우위를 가진 곳은 CJ ENM의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으로 평가받는다. 지상파와 달리 스튜디오드래곤은 넷플릭스 등에도 드라마를 판매하기도 하고 자체 자금력이 뛰어난 회사로 알려졌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일반 방송사와 달리 제작·기획 등 다양한 공정에 손을 댈 수 있고 실력 있는 PD·작가 등을 확보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영화도 제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CJ가 아닌 다른 방송사에도 드라마를 팔 수 있다. 수익의 통로가 다양해진 것이다. 

최근 주목 받은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경우 스튜디오드래곤이 4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드라마예산이 결코 영화에 뒤지지 않는 상황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방송 전에 이미 제작비를 환수했고, 넷플릭스에 회당 12억원으로 방영권을 판매했다. 대본을 쓴 김은숙 작가의 회당 원고료는 억대에 이른다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SBS를 비롯해 지상파 중에서 이 정도의 제작비를 투자할 여력이 있는 방송사는 없다.

▲ CJ ENM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
▲ CJ ENM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

분사를 통해 PD들에게 긴장감을 줘 경쟁력을 올리겠다는 건 SBS 뿐 아니라 많은 방송사의 생각이다. KBS도 KBS미디어 등과 함께 몬스터유니온을 만들어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었다. 이제 자회사 방식으로 드라마제작 경쟁력을 키우는 방식은 대세가 되었다. 다만 아직 입봉하지 못한 조연출들은 자체 경쟁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분사 반대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SBS에서 드라마본부 분사를 계획하면서 방송스태프들도 긴장하고 있다. SBS가 계획을 구체화하지 않아 스태프들도 향후 노동조건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스튜디오드래곤의 경우 엄청난 자본으로 동시에 여러 드라마를 방영하면서 스태프 수요도 늘고 있다. 또한 스태프 노동조건을 개선하라는 사회적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스태프들의 임금이 오르고 노동조건도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 SBS도 분사 이후 경쟁력을 확보해 수익성이 높아질 경우 스태프들의 조건도 함께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300인 이상 사업장인 SBS에서 드라마본부 분사 이후 300인 이하 사업장이 되면 당장 내년부터 주 52시간을 적용받지는 않게 된다. 이는 스태프들 입장에서 좋은 소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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