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 항소심 소송의 대리인을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지정해 승소시 3억 원의 성공보수를 주기로 계약했다. 한수원은 이밖에도 김앤장에 착수금으로 1억5000만 원을 지급했고, 사건이 대법원에 갈 경우 75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의 소송비용이나 성공보수에 비춰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한수원 스스로 월성 1호기를 조기폐쇄하기로 결정해놓고 정작 거액의 수임료를 들여 수명연장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혈세낭비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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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수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기업벤처위원회 소속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답변자료에 의하면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결정처분 무효소송 항소심 대리인으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결정했다. 한수원은 “판결 결과가 당사에 미치는 영향, 사안의 중요성, 난이도, 긴급성 등을 고려하여 선임(총무규정 제13조 제2항 제3호)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김앤장에 대한 위임보수를 항소심 착수금으로 1억5000만 원을 지급했고, 승소가 확정될 경우 1회에 한해 3억원을 성공보수금으로 지급하기로 계약했다. 또 한수원은 이 사건이 상고심(대법원)으로 갈 경우 7500만 원 수임료 착수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 지난해 2월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사옥 앞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며 월성1호기 원전 폐쇄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해 2월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사옥 앞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며 월성1호기 원전 폐쇄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결정 무효소송에서 원안위 결정을 취소한 1심 판결이 나오자 지난해 3월 시작된 항소심(서울고법 행정1부)에 제3자 소송참가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항소심 재판에서 한수원은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피고인1)과 함께 피고인2로 소송에 참가하고 있다. 서울고법 행정1부 재판부는 지난 8월21일 공판기일을 연기해 추후지정한 상태다.

또한 한수원의 총무규정 보다 더 주기로 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소송위임보수를 규정한 17조를 보면 제4항에 ‘본안사건이 승소확정된 경우에는 1심 착수금의 1.5배에 승소율을 곱하여 성과금을 지급한다’고 돼 있다. ‘승소율이 40% 미만인 경우에는 성과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한수원이 김앤장에 지급하기로 한 성공보수는 착수금의 2배이다. 다만 한수원 총무규정은 재산권에 속하지 않는 사건 및 소송물가액과 이익을 산정할 수 없는 민사사건, 행정소송사건의 경우엔 위임보수를 협의해 결정한다고 규정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소송의 당사자도 아닌 한수원이 1억5000만 원이라는 큰 변호사 비용을 지출하고, 총무규정까지 어겨가며 더 높은 성공보수를 약속한 것 자체부터 문제”라며 “월성1호기는 이미 폐쇄하기로 결정해 한수원은 더 이상 소송의 실익이 없어진 만큼 즉각 소송참여를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월성 1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을 대리하는 김영희 변호사는 5일 “월성1호기 수명연장이 매우 불법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1심 판결로 명확히 확인된 만큼, 정부는 지금이라도 1심 판결을 받아들이고 항소를 취하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항소취하를 하지 않는 것은 반성을 하지 않는 것이고, 3심 착수금 등 김앤장의 변호사보수에 대한 이해관계가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한수원은 수억원의 돈을 김앤장을 위해 쓸 것이 아니라 핵발전소 안전 강화에 써야 한다”며 “정부는 제주강정마을 구상금 청구 소송을 취하하고,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백남기 농민 사망 관련 손배소 취하를 권고에 한 것을 정부가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한 전례가 있다. 이런 전례에 비춰 원안위와 한수원은 당장 월성1호기소송 항소를 취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희 변호사는 “무조건 소송에서 이기려고 하는 당사자주의 보다는 불법에 대해선 분명히 시인하는 게 재발방지와 시정이라는 점에서 공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수원은 5일 설명자료를 내어 “월성1호기 소송 1심 판결이 선고된 당시는 월성1호기가 가동되고 있었던 때로 만약 월성1호기 소송이 피고(원안위) 패소로 확정되어 월성1호기 계속운전을 위한 운영변경허가가 취소될 경우에는 그 즉시 월성1호기의 가동을 멈춰야하는 긴급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총무규정 위반 주장에 “규정의 17조 7항은 ‘소송대리인의 위임보수는 위임사건의 중요성 및 난이도에 따라 이 규정(17조)에 불구하고 가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월성1호기 소송이 패소로 확정될 경우 한수원에 미치는 영향 및 소송의 난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임보수를 정한 것으로서 총무규정에 위반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 월성 원전 1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 월성 원전 1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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