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낯선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발단은 정부여당의 가짜뉴스 대응 주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유튜브, SNS 등 온라인에서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책을 주문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튜브 가짜뉴스를 지적하며 연일 규제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이 반발하고 나섰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4일 논평을 내고 “정부여당이 야당과 국민의 비판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고 언론·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 시도하고 있다”며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가짜뉴스를 방지하고 처벌할 수 있는데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여당은 ‘가짜정보유통방지법’을 발의하겠다며 예민하게 나설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이낙연 국무총리. 사진=민중의소리.
▲ 이낙연 국무총리. 사진=민중의소리.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일리 있다.  

우선, 이낙연 총리가 대상을 분명히 하지 않은 채 ‘가짜뉴스’ 대책을 촉구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가짜뉴스’라는 표현은 ‘Fake news’의 정확한 번역도 아니고 용어 자체가 모호하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은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현행 법으로 이미 처벌할 수 있는데 국무총리까지 굳이 나서서 대응을 주문할 필요는 없다. 

이낙연 총리가 정부 주도의 유통방지책을 주문하고 박광온 의원이 규제 법안을 강조한 것 역시 문제가 있다. 유튜브에서 편파적이거나 허위사실을 담은 콘텐츠가 유통되는 건 맞다. 그러나 정부가 사업자에게 기준도 모호한 ‘가짜뉴스’ 유통방지 책임을 강제하면 오남용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가짜뉴스 대책이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포털  같은 사업자들은 ‘다스는 이명박 대통령의 소유다’,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제기를 가짜뉴스라고 삭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가짜뉴스 유통을 정부가 규제하는 국가를 찾아보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언론과 정치권에 의해 독일에 ‘가짜뉴스 처벌법’이 있다고 알려졌지만 이미 법에서 규정한 불법적인 혐오표현을 온라인 공간에서 규제하는 내용으로 가짜뉴스 규제가 아니다. 4기 방통위가 정책과제를 제시하면서 가짜뉴스 유통방지책을 마련하는 대신 ‘팩트체크에 대한 지원’ 등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국무총리의 발언이 부적절한 것과 별개로 자유한국당은 이런 주장을 할 자격이 없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적극 ‘가짜뉴스 규제’를 추진한 정당이 바로 한국당이라서다. 미디어오늘이 실시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중간평가에서 시민사회단체는 수 많은 가짜뉴스 관련 법안 가운데 김성태 한국당 의원(비례대표)이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강효상 의원이 발의한 국무총리실 산하 가짜뉴스대책위원회 설치 법안을 ‘최악’으로 꼽았다.

▲ 유튜브 로고. 최근 유튜브를 통한 허위정보, 혐오차별 콘텐츠가 퍼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 유튜브 로고. 최근 유튜브를 통한 허위정보, 혐오차별 콘텐츠가 퍼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런 법안은 몇몇 의원의 개별 입장도 아니다. 김성태 의원의 법안은 ‘드루킹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한국당 당론으로 채택돼 무려 한국당 의원 110명이 공동발의했다. 이 법안은 가짜뉴스의 정의를 광범위하게 규정하면서 포털이 가짜뉴스를 차단하지 않으면 최대 폐업까지 시키는 내용을 담아 포털에 ‘검열’ 의무를 과도하게 부과했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법안도 우려스럽긴 마찬가지지만 ‘가짜뉴스’의 범위를 재판부 또는 언론중재위가 오보라고 판단한 표현물로 규정하는 등 비교적 기준이 분명해 그나마 ‘최악’은 면했다는 평가다.

한국당의 논평을 상기해보자.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가짜뉴스를 방지하고 처벌할 수 있는데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도 잘 한 건 없지만, 가장 호들갑스런 무리수가 바로 한국당 당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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