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일보지부(지부장 전대식)가 사측과 임금·단체협상 결렬로 지난 2일부터 쟁의행위를 시작했다. 지부장은 이날 안병길 부산일보 사장 퇴진 등을 내걸고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부산일보지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130명 중 114명이 투표해 89.8%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고 이 중 94명(82.5%)이 찬성했다. 이는 과거 부산일보를 100% 소유한 정수장학회 관련 투쟁 때보다 높은 찬성률이다. 구성원들이 안 사장을 얼마나 불신하는지 알 수 있다. 편집권 침해 논란과 함께 사장 배우자가 지난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불 붙은 사장퇴진운동은 오늘로 156일째다.

단식 3일째를 맞은 전대식 부산일보지부장은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원·기자가 그 정도의 위법사항을 저지르지도 않겠지만 한 가지만 했더라도 큰 징계나 해고가 가능한데 사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죄과를 넘어갈 수 없다”며 사장 퇴진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안 사장은 편집권 침해 등 사규 뿐 아니라 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 지난 3일 단식 2일차를 맞은 전대식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장(오른쪽). 왼쪽은 오정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사진=부산일보 제공
▲ 지난 3일 단식 2일차를 맞은 전대식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장(오른쪽). 왼쪽은 오정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사진=부산일보지부 제공

부산일보지부에 따르면 안 사장은 노동청에서 임단협 거부 등 노동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됐다. 또 배우자 선거운동에 개입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역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노조는 주주총회 결의 없이 안 사장 자신을 비롯해 임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한 것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전대식 지부장은 “언론사 사장 신분으로 배우자 선거에 불법으로 개입해 문제가 된 건 처음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부산일보 노조 역사상 무기한 단식농성은 처음이다. 전 지부장은 “언론노동자이기 때문에 보통 비판하고 성명 내고 구호를 외치는 방식으로 해결했지만 굶어가며 싸워보진 않았다”며 “구성원들에게도 문화충격”이라고 말했다.

안 사장은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부·산·일·보 네 글자, 가슴에 새깁시다’란 글에서 “명목상 단체교섭 결렬을 내세워 합법 쟁의권을 확보하고 실질적으로는 사장퇴진 투쟁을 하자는 것인데 이것은 불법행위”라며 “노조위원장 임기가 한 달 남은 시점에 왜 이런 쟁의행위를 하는지, 회사의 이익보다 노조위원장 선거를 염두에 둔 시기 선택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에 전 지부장은 “위원장 선거는 퇴진 운동과 무관한 건데도 이를 언급한 건 위원장 선거 개입”이라며 “찬반투표 때도 ‘찬성이 반도 안 될 거’라며 노조활동에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 전대식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장은 지난 2일부터 부산일보에서 안병길 사장 퇴진 등을 주장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사진=부산일보지부 제공
▲ 전대식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장은 지난 2일부터 부산일보에서 안병길 사장 퇴진 등을 주장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사진=부산일보지부 제공

부산일보지부는 5일 대주주인 정수장학회를 방문하려 했다. 전 지부장은 “재단은 안 사장이랑 골프치고 밥 먹고 하다가 이제와선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례적인 강경 투쟁에 재단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6월 노조가 정수장학회를 항의 방문했지만 이렇다 할 답을 얻지 못했지만 지난 4일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다음주 초 노조에 면담을 신청했다.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고 5일 정수장학회 항의방문을 잠정 보류했다.

부산일보지부는 이사장 면담시 재단이 사장 거취를 결단하고, 재단이 부산일보 임원을 선임하는 구조개선을 요구할 예정이다. 전 지부장은 “2006·2011·2012년 노조가 재단과 싸웠지만 성과없이 끝나 상처가 있다”며 “장기적으론 재단 이사진 구성, 부산일보 이사 선임 등 여러 가지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일보를 소유한 정수장학회를 어떻게 할지엔 다양한 의견이 있다. 이미 사회 환원이 됐다는 의견도 있고, 이사진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를 ‘강탈’당한 유족에게 어떻게 배·보상을 할지도 과제다. 부산일보 편집권 독립과 관련해선 SBS처럼 사장 임명동의제를 도입하는 식의 방안논의가 필요하다. 

정수장학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감옥에 가면서 정수장학회는 실질적으로 주인 없는 재단이 됐다. 현 이사진은 자신의 임기동안 조용히 넘어가려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 지부장이 무기한 단식까지 하면서 정수장학회도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전 지부장은 “부산일보 경영진이 정수장학회만 바라보고 구성원을 무시하는 구조가 문제”라며 “노조 입장에서는 싸우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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