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경찰 댓글·여론공작 지휘 조현오 구속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 공작’을 총지휘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5일 구속됐다. 전직 경찰 총수가 검찰이 아닌 친정인 경찰 수사를 받다 구속돼 경찰관서에 수감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조 전 청장은 2011년 경찰청장 시절 한진중공업 사태 때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불법성이 드러나도록 버티라고 지시하고 여론대응팀을 적극 운용해 대처하라고도 한 것으로도 밝혀졌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조 전 청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구속 필요성 여부를 심리한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조 전 청장의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조 전 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전국의 보안사이버요원 등 경찰관 1500명을 동원해 천안함 사건,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현안과 관련해 온라인에서 정부와 경찰을 옹호하는 댓글과 트위터글 3만3000여건을 게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조 전 청장이 보안·정보국 소속 경찰관들에게 다른 사람 명의 계정이나 해외 인터넷주소(IP) 등을 동원해 마치 일반 시민의 의견인 것처럼 정부를 옹호하는 댓글을 달라고 지시하는 등 여론을 조작했다고 보고 있다.

20181005_경향신문_'댓글공작 지휘 혐의' 조현오 구속 전직 경찰 총수로 첫 경찰서 수감_사회 20면.jpg
지난 4일 경향신문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한진중공업 3차 버스시위 대책회의 청장님 지시사항’ 문건을 공개했는데, 이 문건엔 “유인 P/L(폴리스라인)은 시위대에 버티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줘야 함. 시위대가 몰려온다고 바로 물러나서는 안 되고 불법성이 드러나도록 버틴 후 물러날 것”이라고 조 전 청장이 지시했다고 나온다.

조 전 청장은 또 “허위 선전·선동 행위 또는 왜곡·과잉 보도 등으로 곤란한 상황에 몰리지 않도록 여론대응팀을 적극 운영해 대처”, “시위대 대응 과정에서 기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중립적·우호적 기자들이 경찰에 등을 돌리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지시하기도 한다.

조 전 청장은 “집회시위의 명칭을 ‘희망버스’나 ‘절망버스’보다는 ‘버스시위’로 통일해 사용하라”는 꼼꼼함도 보였다. 경향신문은 “당시 경찰이 희망버스 시위를 두고 내부적으로 ‘절망버스’ 같은 명칭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별수사단은 2011년 부산경찰청이 희망버스에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려고 ‘절망버스’ 등으로 비하하는 댓글공작을 광범위하게 벌인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문건은 2011년 7월29일 오전 경찰청 무궁화회의실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나온 조 전 청장 지시를 정리한 것이다. 같은 달 10일 희망버스 2차 시위에서 심상정 당시 진보신당 고문은 경찰에 체포돼 집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는데 조 전 청장은 당시 회의에서 “불법시위 주된 책임이 있는 참석자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법처리가 필요하다. 미국 경찰이 10선 하원의원을 체포한 사례가 있다. 좋은 게 좋다고 적당하게 넘어가려고 하면 현실은 개선되지 않는다”고 했다.

심재철 비인가 유출 자료 무려 800만 건 이상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인가받지 않고 열람·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정부 예산 관련 자료 규모가 800만 건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자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이진수)는 지난달 21일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심 의원 보좌관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한국재정정보원의 재정분석시스템(OLAP)을 비교·분석했는데 심 의원실 측에서 빼간 자료가 기획재정부 발표보다 8배 이상 수준인 것으로 파악했다. 한국일보는 “확인 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되지는 않은 상황이라 건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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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는 “게다가 심 의원실 측에서 자료를 다운로드하는 과정에서 OLAP에 장애가 발생한 정황도 확인됐다. 국정감사와 관련된 특정 목적의 자료를 열람하고 내려 받았다기보다 무차별적으로 자료를 획득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17일 기재부는 심 의원 측이 인가를 받지 않은 행정자료를 불법으로 취득했다고 고발하면서 빠져나간 자료가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 등 48만 건이라고 했다. 이어 심 의원이 빼내간 정보를 수차례에 걸쳐 잇달아 공개하자 심 의원을 고발할 때는 다운로드 된 정보 건수가 ‘100만건+α’라고 주장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고발 당시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아 48만 건으로 봤고, 이후 재정정보원 확인 과정에서 100만 건 정도까지 추정됐다”며 “심 의원실 측에서 190회 다운로드 받았고 한 번에 몇 건 다운로드 받았는지는 검찰 수사로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심 의원실이 다운로드 받은 자료 건수를 확정하고, 심 의원 측이 OLAP 자료를 취득한 경로와 관련해 고의성 및 해킹 여부를 분석 중이다. 한국일보는 “다만 지난달 압수한 심 의원 보좌관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디지털 포렌식 작업에 입회해야 하는 심 의원 측이 검찰 출석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진척이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며 “검찰은 디지털 포렌식 작업이 끝나는 대로 심 의원 보좌관 등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심 의원 측은 구체적인 다운로드 횟수나 문건 분량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심 의원실 관계자는 “업무추진비가 날짜, 시간, 장소, 결제금액별로 정렬돼 있는데 (검찰과 기재부에서) 업무추진비 사용 1건을 자료 1건으로 본 것 같다”며 “자료 자체를 불법 취득한 게 아닌데 분량을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100만 건이라는 숫자로 사건 본질을 흐리려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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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이낙연 연설문 자문료 의혹 제기에… “문제 없다”

4일 심재철 의원은 OLAP에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민간인 신분의 방송작가가 이낙연 국무총리의 연설문 작성에 참여하고, 자문료 명목으로 981만원을 받아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민간인 최순실씨가 연설문 작성에 참여한 게 발단이 돼 탄핵됐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키우려 했지만, 총리실은 “총리 업무 수행에 필요할 경우 자문위원을 둘 수 있다는 내부규정에 따라 연설 자문위원을 뒀고 자문료 형태로 지급한 것으로 규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심 의원에 따르면 방송작가 박모씨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12차례 총리실로부터 연설문 작성 사례금 및 회의 참석 수당을 수령했는데, 총리 연설문 작성을 담당하는 공보실 및 소통메시지 비서관 등 별도 인력이 있는데도 민간인에게 연설문을 맡긴 것은 예산 낭비라고 문제 삼았다. 또 내부회의에 참석한 박씨를 통해 국가 안위·안보 관련 문건, 정보 등이 유출됐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총리는 대정부 질문에서 관련 질의가 나오자 “연설문을 쓰는 사람이 2명뿐이라 도저히 일을 감당할 수 없어서 한 분을 식구처럼 모시고 함께한 것”이라며 “안보·통일 분야는 대통령 직할이라 총리에게는 (업무가) 안 온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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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4일 “1일부터 기존에 지급됐던 법인카드가 아닌 새로운 카드가 일괄 지급됐다”며 “(심 의원의 폭로로) 기존 법인카드의 카드번호가 고스란히 외부에 유출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회도 그동안 비공개했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전면 공개할 방침이다. 최근 심재철 의원이 청와대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폭로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 “국회는 왜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공개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법원에서도 계속 공개 결정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는 “문희상 국회의장 직속으로 지난달 출범한 국회혁신자문위원회가 최근 회의에서 최소한 다른 정부기관 수준으로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는 방안에 뜻을 모았다”며 “이에 따라 국회는 우선적으로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에 전향적으로 응하고, 향후 업무추진비 등 예산 집행 내역 공개를 제도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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