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자문위원들이 대체복무 기간과 분야를 놓고 열띠게 토론하는 가운데 청중 토론에선 ‘양심’이란 표현을 놓고 시비가 거듭되자 국방부가 이를 일축했다.

이날 공청회는 내년까지 대체복무제도를 마련해 시행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28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고려해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이후 국방부‧법무부‧병무청이 실무추진단을 꾸리고 학계와 시민단체 전문가를 중심으로 자문위원을 위촉해 도입안을 검토해왔다.

▲ 4일 오후 열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 공청회에서 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4일 오후 열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 공청회에서 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대체복무 기간으로 제출된 안은 육군 병사의 1.5배(27개월) 또는 2배(36개월)였다. 이날 자문위원 7명 가운데 4명이 27개월 안을 지지했다.

발제를 맡은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1.5배안’이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유럽연합(UN) 인권위원회와 자유권규약위원회가 각각 대체복무제 기간이 징벌 성격이거나 ‘양심의 진실성을 시험’해선 안 된다고 명시한 점을 들었다.

임 변호사는 27개월 복무가 이미 국민적 공감대를 얻었다고도 했다. 임 변호사는 “헌재 결정 이후 리얼미터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등 여러 여론조사에서 과반이 1.5배안에 찬성했다”며 “2배안은 ‘현역의 상대적 박탈감’을 강조하나 1.5배가 짧지 않다는 여론이 확인됐다”고 했다.

▲ 4일 오후 열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 공청회에서 자문위원인 임재성 변호사와 음선필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학장이 청중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4일 오후 열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 공청회에서 자문위원인 임재성 변호사와 음선필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학장이 청중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대체복무 기간을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심상돈 국가인권위원회 정책교육국장은 “현재까지 병역거부자들이 교정시설에 가면 15개월 정도 근무했는데,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같은 일을 27개월 하게 된다”며 “대체로 1.5배로 시작하되 사정에 따라 축소해야 한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도 대체복무제가 또다른 징벌제가 된다면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결정문에 밝혔다”고 했다.

반면 지영준 법무법인 저스티스 변호사는 36개월안을 지지했다. “병역거부자들이 많이 지원해도 문제가 없는 대체복무제를 만들려면 현역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학과장은 “기간이 길다고 징벌적이라고 표현하는 자체가 적절치 않다”며 “대만과 같이 대체복무제 도입한 사례로 든 나라들은 (남북이 대치하는) 우리와 너무 다른 세계”라고 주장했다.

▲ 국방부가 4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 공청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국방부가 4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 공청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복무 분야는 교정시설에 한정하는 안(1안)과 교정 및 소방(2안)으로 갈렸다. 임재성 변호사는 “소방시설은 이미 미국과 대반에서 대체복무 형태로 활발히 활용한다”며 “한국은 저출산을 이유로 600명 규모인 의무소방대가 없어질 예정인데, 안정적으로 운영해온 제도를 대체복무제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심상돈 국장은 “복무분야를 하나로 규정하기보다 내용과 난이도를 고려해 다양하게 넓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내년 12월 31일까지 도입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법무부와 병무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실무추진단을 구성하고, 민간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날 시민 참여 토론에선 복무 중이나 전역 후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경우를 놓고 질문이 나왔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인 이용석(38)씨는 “복무 중 병역거부 의사를 밝히고 처벌을 택하는 사람도 있고, 예비군 복무 중 병역거부 의사를 밝히는 이들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은 “예비군에는 상응하는 대체복무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복무 중에는 심사 소요시간을 고려해 신청을 인정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 4일 오후 열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 공청회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이용석(38)씨가 질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4일 오후 열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 공청회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이용석(38)씨가 질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양심’ 개념을 놓고 주장이 오가다 소란도 벌어졌다. 3명의 시민이 용어 표현을 두고 “군대를 가는 사람은 비양심적이냐”고 제기하며 언성을 높였다. 이남우 실장은 “헌법 19조도 양심의 자유를 규정한다. 이 ‘양심’ 개념은 가치 판단이 들어가선 안 된다”며 “(표현 하나를 거듭 문제 삼는) 그런 식으로 공격하시면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에 보수단체 소속 일부 시민들이 자문위원과 국방부 관계자를 향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거나 “변호사 맞냐”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 4일 오후 열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 공청회에선 보수단체 소속 시민들이 대체복무제 도입에 문제를 제기하며 장내가 소란해졌다. 사진=김예리 기자
▲ 4일 오후 열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 공청회에선 보수단체 소속 시민들이 대체복무제 도입에 문제를 제기하며 장내가 소란해졌다. 사진=김예리 기자
▲ 4일 오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 공청회를 앞두고 극우단체 ‘동성애동성혼개헌반대국민연합’이 국방컨벤션 건너편에서 집회를 열였다. 사진=김예리 기자
▲ 4일 오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 공청회를 앞두고 극우단체 ‘동성애동성혼개헌반대국민연합’이 국방컨벤션 건너편에서 집회를 열였다. 사진=김예리 기자

임재성 변호사는 끝무렵 “헌재 결정은 국가안보와 개인의 양심 중 어느 하나를 고른 게 아니라, 둘을 조화하는 방안이 존재한다고 밝힌 것”이라며 “두 가지의 공존을 위해서도 대체복무제가 잘 설계돼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국방부는 “공청회에서 나온 견해들을 토대로 도입안을 확정하고, 병역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오는 11월 안에 대체복무제 시행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공청회를 앞두고 극우단체 ‘동성애동성혼개헌반대국민연합’이 국방컨벤션 건너편에서 집회를 열고 ‘형평적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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