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협상 2라운드가 열린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오는 7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다고 2일(현지시각) 밝혔다. 8월 말 4차 방북을 앞두고 취소한 이후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예상보다 방북이 일찍 이뤄진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11월6일 미국 중간선거 전에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핵심 의제는 나와 있다. 북한의 비핵화 초기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 2차 북미 정상회담 등이다. 북한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과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 의사를 밝혔다. 이후 지난달 23일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 특정한 핵시설과 무기체계에 관해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한겨레신문 3면
▲ 한겨레신문 3면

북미간 물밑조율도 이뤄졌으리라 예상된다. 한나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대화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우리는 거기로 가서 대화를 지속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를 정도로 자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방북 전 김정은 위원장 면담 일정을 공개한 점은 이례적이다. 방북 앞뒤로 도쿄, 서울, 베이징을 방문하기로 한 것도 처음이다. 이번 방북이 ‘비핵화 진전이 충분하지 않다’며 지난 한 차례 취소한 이후 한 달여만에 성사됐다는 점에서도 이번 협상의 성과를 점칠 수 있다.

4일 아침신문들은 7일 방북에서 북미 양측 간 협상이 진전하리라고 입을 모았다. 협상 방향을 두고는 견해가 갈렸다. 다수 신문이 양쪽에 유연성을 발휘하라고 요구한 반면, 조선일보는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4일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폼페이오, 7일 평양서 ‘비핵화 빅딜’ 시작”

국민일보 “북‧미 ‘빅딜’ 접근… 중간선거 전 정상회담 가능성”

동아일보 “‘10말11초’로 당겨진 김정은-트럼프 회담”

서울신문 “평화가 시작됐다”

세계일보 “최순실 K스포츠재단 ‘버티기’로 41억 낭비”

조선일보 “청년은 ‘알바 절벽’”

중앙일보 “평창 온 유커 5887명 돈 벌러 눌러앉았다”

한겨레 “폼페이오 7일 방북…‘빅딜’ 문턱까지 왔다”

한국일보 “남북 지뢰 제거 시작… DMZ의 가을, 평화를 맞다”(사진)

아침신문은 북미 양측의 협상 성과 의지가 강하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이 짧고 김정은과 면담도 예고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북한의 ‘선 비핵화 조치’를 강조해온 기존 입장과는 다소 달라진 기류”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영변 핵시설 폐기 및 사찰 수용과 종전선언 등 미국의 상응조치를 맞바꾸는 ‘빅딜’의 실마리를 찾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양측 대화가 교착된 이후 미국과 북한은 각기 상대방의 요구와 기대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라고 했다.

▲ 4일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
▲ 4일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

한국일보는 “북한이 미국에 더 파격적인 제안을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양측 간에 종전선언이 기정사실화한 만큼, 핵 신고가 다소 불완전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원하는 과감한 비핵화 조치들이 이뤄진다면 북한의 핵 신고나 초기 조치 여하에 따라 단계적으로 제재를 풀어준다는 조건부 약속 형태의 합의가 도출될 개연성이 있다”는 전문가 전망을 실었다.

많은 신문이 양쪽의 ‘빅딜’을 위한 양보를 주문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미국이 ‘선 비핵화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압박적 태도를 풀고, 북한도 국제사회를 납득할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함으로써 실효성 있는 ‘빅딜’을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신문도 “(미국은) 제재 완화와 연락사무소 설치, 인도적 지원, 예술단 교류 같은 적대관계 해소의 상징적 행동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북한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내 강경파를 납득시킬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신문들은 나아가 미국의 결단도 요구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북한이 평양 공동선언과 트럼프 대통령를 향한 비공개 메시지를 전한 이상 “미국이 종전선언 및 제재 문제에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으리라 본다”고 했다. 또 “두 지도자의 결단에 의한 톱다운 방식으로 진전을 이루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실험장 사찰과 영변 핵시설 폐기까지 거론하면서 상응조치를 요구한 이상, 미국이 호응하지 않는다면 방북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 4일 조선일보 사설
▲ 4일 조선일보 사설

반면 보수신문은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를 두고 선을 그었다. 동아일보는 “미국은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선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디테일의 악마’를 넘어서지 못하면 비핵화 협상의 동력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영변 이외의 핵무기‧물질‧시설까지 망라한 신고서를 받아내고 이것을 검증하는 게 핵심”이라며 “이것이 되면 비핵화이고 안 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향해 “미국이 11월 중간선거를 위해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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