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최대 무기인 파업을 할 수 없는 것을 악용해 교섭을 지연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시간만 질질 끌 겁니까?”

공휴일인 3일 오후 한화생명 본사가 자리한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에 한화그룹 산하 방산부문에서 일하는 생산직 노동자 500여명이 모였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는 이날 오후 결의대회를 열고 지난해와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해를 넘기고도 미루는 한화그룹을 규탄했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테크윈지회는 3일 오후 한화생명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지난해와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장기화시키는 한화를 규탄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테크윈지회는 3일 오후 한화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지난해와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장기화시키는 본사를 규탄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방산업체 삼성테크윈은 2015년 삼성그룹에서 한화그룹으로 인수돼 회사 이름을 한화테크윈으로 바꾸었다. 이후 한화테크윈은 5개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지상방산‧한화정밀기계‧한화파워시스템‧한화테크윈)로 분할됐다. 그러나 노조 이름은 2015년 결성 당시 사용했던 삼성테크윈을 그대로 사용중이다. 권오택 삼성테크윈지회 사무장은 현 노조 명칭을 두고 “삼성테크윈지회 설립 뒤 회사가 한화로 매각됐지만 회사의 노조탄압에 정신없이 대응하다 보니 이름을 바꿀 틈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도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를 사용하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정병준 삼성테크윈지회장은 “지난 2월 교섭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아무것도 없다”며 “사측이 진전된 안을 제시하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한다”고 했다. 사측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면서도 노조안에 적힌 조항과 용어 하나하나에 설명을 요구하거나, “검토 중”이라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로 현재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테크윈지회 정병준 지회장이 3일 오후 ‘한화재벌의 부당 경영권승계 규탄 및 방산사업장 노조할 권리 쟁취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정병준 지회장이 3일 오후 ‘한화재벌의 부당 경영권승계 규탄 및 방산사업장 노조할 권리 쟁취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테크윈지회는 3일 오후 한화생명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지난해와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장기화시키는 한화를 규탄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는 3일 오후 한화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지난해와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장기화시키는 본사를 규탄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삼성테크윈지회는 이를 놓고 “사측이 노조법상 방위산업체 파업금지 조항을 악용한다”고 비판했다. 방위산업체에선 회사가 노조와 협상을 맺지 않아도 방산노동자들은 파업으로 대응하지 못한다.

헌법 33조는 노동3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단서조항인 3항에는 “법률이 정하는 주요 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이를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노조법 41조는 “주요 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 중 전력·용수 및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헌법이 엄연히 노동3권을 보장하는데 방산업체는 무엇 때문에 단체행동, 파업을 못 한다는 말인가”라며 “모든 노동자의 권리는 아프리카와 미국, 일본 한국 다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김호규 위원장이 3일 오후 ‘한화재벌의 부당 경영권승계 규탄 및 방산사업장 노조할 권리 쟁취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가운데)이 3일 오후 ‘한화재벌의 부당 경영권승계 규탄 및 방산사업장 노조할 권리 쟁취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테크윈지회 노동자들이 3일 오후 한화생명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 결의대회에서 음악에 맞춰 율동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테크윈지회 노동자들이 3일 오후 한화생명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 결의대회에서 음악에 맞춰 율동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노조는 사측 태도가 삼성테크윈지회의 대표교섭노조 지위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지상방산은 복수노조 사업장인데,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가 지난해 10월 기업노조를 누르고 대표노조가 됐다. 대표교섭노조 기간은 본래 2년이지만, 대표노조가 단체협상을 체결하지 못하면 1년 만인 오늘 10월 중순 다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들어간다.

권오택 사무장은 “회사가 각 노조와 개별교섭하게 되면 기업노조와만 교섭을 추진하고, 이를 빌미로 노동자에게 삼성테크윈지회 노조를 탈퇴하거나 기업노조 가입을 유도할 수 있다”고 했다.

집회에 참여한 한화노동조합협의회 김기범 의장(한화손해보험 노조위워장)은 “한화는 노동자들을 향해서만 탐욕스럽게 자주적 단결권과 교섭권을 유린하고 단체행동 권한마저 짓밟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테크윈지회 노동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에서 ‘한화재벌의 부당 경영권승계 규탄 및 방산사업장 노조할 권리 쟁취 결의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노동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에서 ‘한화재벌의 부당 경영권승계 규탄 및 방산사업장 노조할 권리 쟁취 결의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테크윈지회 이승기 부지회장이 3일 오후 한화생명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 결의대회에서 손바닥 찍기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이승기 부지회장이 3일 오후 한화생명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 결의대회에서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허순규 삼성테크윈지회 수석부지회장은 “8개월을 끌어왔다. 막연히 기다릴 수 없다”며 “한화는 노동자를 적이 아닌 상생 파트너로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오늘이 안 된다면 내일, 내일 안 된다면 그 다음에 노동가치가 존중 받을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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