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자 아침 신문들은 어제 있었던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가시돋힌 설전을 생중계하면서 갈등과 대결의 우리 정치를 여실히 보여줬다. 우리 언론은 갈등을 여과없이 생중계하면서 해결책이나 대안을 제시하기는커녕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1면에 ‘백스페이스 2번, 클릭 5번에… 예산시스템 뚫린다’는 제목으로 심재철 의원이 어제 국회에서 시연한 예산정보 유출 과정을 보도한데 이어 3면 해설기사에서도 관련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 조선일보 3면
▲ 조선일보 3면

김동연-심재철 운동경기 생중계하듯 대결 부각

조선일보는 3면 머리기사에 ‘팩트체크’란 문패를 붙여 ‘심재철 불법 없었다, 김동연 경고 무시했다… 국회서 40분 치고받아’라는 제목으로 예산정보 유출 관련 공방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3면 아래쪽에는 ‘심재철, 靑 세월호 마지막 참배일도 술집서 카드 긁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청와대가 세월호 마지막 참배일에도 술집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했고, 밀양 화재참사와 흘지훈련 기간에도 심야시간에 사용했다는 심재철 의원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이에 청와대는 사실과 다른 추측성 호도라고 반박했다.

또다른 조선일보 3면 기사는 ‘김동연 대통령 경호장비 자료도 유출, 야 공안사범으로 모나’라는 제목을 달고 정부와 한국당의 정면대결을 부각시켰다.

“의원님 자료도 다 갖고 있어” 갈등 부채질

▲ 위는 동아일보 3면, 아래는 중앙일보 3면
▲ 위는 동아일보 3면, 아래는 중앙일보 3면
다른 신문들도 마찬가지였다. 동아일보는 3면 머리기사에 [심재철 규정위반 추궁에… 김동연 “의원님 자료도 다 갖고 있어”]란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동아일보의 이 기사 첫 문장은 “2일 오전 11시50분, 국회 본회의장”으로 시작한다. 마치 축구경기를 생중계하듯 두 사람의 공방을 다뤘다.

중앙일보도 3면에 [심재철 “정부, 골프장서 1105만원 써” 김동연 “매점서 쓴 것”]이란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중앙일보 기사에서 심 의원은 “낚싯배 사고 등 재난 때도 청와대가 술집에서 업무추진비를 썼다”고 했고, 청와대는 “모든 건 정당하게 집행됐다”고 맞받았다.

한국일보 1면톱, ‘친부 살해 거짓자백 무기수 재심 확정’

한국일보는 3일자 여느 신문과 달리 강압수사에 못 이겨 친아버지를 살해했다고 거짓자백했다며 교도소 안에서 18년 동안 줄곧 자신의 무죄를 주장해온 무기수가 대법원의 판결로 다시 1심 재판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한국일보는 이날 심재철-김동연 공방을 1면 아래쪽으로 밀어내고 1면 머리기사로 이 사실을 상세히 보도했다.

무기수 김신혜씨는 2000년 3월 아버지가 도로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고모부의 진술에 따라 이틀 뒤 체포돼 존속살해 및 사체 유기혐의로 1년 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현재까지 18년을 복역중이다. 당시 경찰은 숨진 아버지가 자신과 이복 여동생을 장기간 성추행한 데 따른 분노를 범행 동기로 봤다.

그러나 김씨는 1심 재판 때부터 자신의 진술을 부인했다. 자신의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의 말에 동생 대신 자신이 감옥에 갈 생각으로 경찰에 거짓 자백했다는 것이다.

▲ 한국일보 1면 머리기사와 6면 기사
▲ 한국일보 1면 머리기사와 6면 기사

18년 옥살이 끝에 무기수 첫 재심

김씨는 경찰의 강압수사에 거짓진술을 하게 됐다며 교도소 안에서 18년 동안 무죄를 주장했다. 김씨는 사건 발생 15년 만인 2015년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재심을 청구했다. 2015년 11월 전남 해남지원이 재심개시 결정을 내린데 이어 2017년 2월 광주고법도 같은 취지로 결론 내렸고, 지난 9월28일 대법원이 김씨의 재심을 최종 결정을 내렸다.

김씨는 2000~2001년까지 무기징역형이 확정되기 까지 1~3심을 거쳤고, 2015년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재심 확정을 위해 다시 1~3심을 거쳤다. 18년 동안 1심부터 대법원까지 두 바퀴를 돌아 6번의 재판을 받았다.

이제 김씨는 다시 1심 재판을 받게 됐다. 무기수의 재심 확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는 가석방도 포기하고 18년 동안이나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23살에 교도소에 간 김씨는 이제 40대가 됐다. 한국일보는 “무기수 김씨가 제2막에서 극적인 법정드라마를 쓰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기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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