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2년 동안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일을 제대로 했을까. 미디어오늘은 지난 2년 동안 과방위를 양적·질적으로 분석해 평가했다. 전반기 과방위원들의 소관·유관 법안 대표 발의 현황을 분석하고 언론·시민단체 4곳에 의뢰해 조속한 입법이 필요한 ‘좋은 법안’과 폐기되거나 수정돼야 할 ‘나쁜 법안’을 선정했다.

방송통신ICT 집중, 원자력 외면

전반기 과방위(2018년 7월18일 이전까지)에서 1년 이상 의정활동을 한 의원 24명 가운데 소관·유관 법안을 가장 많이 대표 발의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27건)이다. 이어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22건)이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과 바른미래당 최명길 전 의원이 각각 20건씩을 대표 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19건),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17건) 순으로 대표 발의 법안이 많다.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대표발의한 과방위 소관 또는 유관 법안. 기간은 20대 국회 개원 때부터 2018년 7월18일 이전까지. 디자인=이우림 기자.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대표발의한 과방위 소관 또는 유관 법안. 기간은 20대 국회 개원 때부터 2018년 7월18일 이전까지. 디자인=이우림 기자.

관련 법안을 가장 적게 대표 발의한 의원은 자유한국당 김재경·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이다. 이들은 소관·유관 법안을 단 한 건도 대표 발의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대표 발의 법안이 적은 의원은 민주당 이상민 의원과 의원직을 박탈당한 민중당 윤종오 전 의원으로 각각 4건이다.

분야별로 나누면 방송통신ICT 법안 대표 발의 비중이 높았다. 24명의 과방위원들은 소관·유관 법안 300건을 대표 발의했는데 이 가운데 202건이 방송통신ICT 분야였다. 이어 과학기술분야(50건), 원자력안전위원회 소관(31건), 선거법 가운데 표현의자유 및 미디어 관련 분야(17건) 순이었다.

방송통신ICT분야 법을 가장 많이 발의한 의원은 민주당 신경민 의원(18건)이다. 이어 한국당 송희경·바른미래당 최명길 전 의원(15건), 바른미래당 오세정 의원 (14건), 정의당 추혜선 의원(13건) 순이다. 신경민, 최명길 의원은 MBC 출신이고 추혜선 의원은 언론개혁시민연대에서 활동했다.

과학기술분야에 주목하는 의원은 소수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의 과학기술계 비례대표였던 문미옥 전 의원은 대표 발의한 법안 13건 가운데 10건이 과학기술분야이고 방송통신ICT 관련법은 한 건도 대표 발의하지 않았다.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과학기술 몫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한 신용현 의원도 과학기술 관련 법안을 7건 발의했다. 과학단지가 있는 대전을 지역구로 둔 이상민 의원은 대표 발의한 과방위 소관 법안 4건 모두 과학기술 관련 내용이었다. 과방위 간사를 지낸 박홍근 의원의 경우 과학기술 법안을 13건이나 발의한 점이 눈에 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과방위 소관이지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조사 대상 의원 24명 가운데 3분의1이 넘는 9명이 원안위와 관련한 법안을 한 건도 발의하지 않았다. 과방위에는 미디어, 과학기술, 정보통신분야 출신 의원들이 다수지만 원자력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여당 과방위 관계자는 “과방위 자체가 이질적인 분야가 섞여 있지만 원안위가 특히 그렇다”며 “탈원전, 지진, 라돈침대 등으로 현안 질의는 나오지만 내용이 복잡하고 원안위 자체가 역할이 많지 않아 법안 발의는 많지 않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비인기 상임위인 과방위는 소속 의원조차도 소관 법안 제출에 소홀했다. 24명의 의원이 발의한 과방위 소관 법안은 총 283건인 데 반해 과방위 소관이 아닌 법안은 601건에 달해 2배가 넘었다. 과방위 소관 법안을 다른 법안보다 더 많이 대표 발의한 의원은 바른미래당 최명길 전 의원과 오세정 의원,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비례대표) 뿐이다. 반드시 소관 상임위 법안을 발의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상임위원회가 소관 기관을 견제하고 문제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법안을 발의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상임위에 관심이 떨어지는 건 비판이 가능하다.

▲ 국회의원 뱃지. ⓒ 연합뉴스
▲ 국회의원 뱃지. ⓒ 연합뉴스

드루킹, 가짜뉴스, 공영방송법 봇물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내역을 보면 온라인 공간을 규제하는 법안이 많았다. 특히 국회는 ‘드루킹 논란’으로 포털 댓글 문제를 정조준했다. 20대 국회에 제출된 댓글 관련 정보통신망법·공직선거법 개정안만 20건에 달하는데 포털이 댓글 서비스를 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순공감순’ 댓글에 제한을 두고 모니터링 및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다수였다.

최근에는 가짜뉴스 논란이 불거지면서 가짜뉴스와 관련한 정보통신망법·공직선거법 개정안도 13건에 달했다. 댓글, 가짜뉴스 이슈는 과방위 소관이 아닌 신문법·언론중재법상 안까지 포함할 경우 관련 법안이 더 늘어난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드루킹 사태 방지와 가짜뉴스를 빌미로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거나 인터넷 이용자의 편익이나 소비자로서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인터넷 댓글이나 뉴스 서비스를 한정하고 강제하는 법안들이 부지기수로 발의됐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논의가 한창인 공영방송 이사회와 관련한 법안도 많았다. KBS 기준 공영방송 이사회 관련 법안은 9건이고, 이사회 지배구조 개선을 다룬 법안은 박홍근·노웅래·강효상·추혜선·이재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5건이었다. 20대 과방위는 방통위 방송미래발전위원회가 내놓는 개선안까지 심사해 최종안을 내놓아야 하지만 법안마다 내용이 상이해 합의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실명제’ ‘가짜뉴스 대책위’ 나쁜법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오픈넷,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단체 4곳이 선정한 ‘나쁜 법’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규제 법안이 공통적으로 뽑혔다.

언론노조와 언론연대는 강효상 의원의 가짜뉴스대책위원회 설립 법안을 나쁜 법으로 꼽았다. 이 법안은 국무총리실 산하에 가짜뉴스를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해 유통방지 대책을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부에서 가짜뉴스와 관련한 기준을 정하고 처벌하는 건 해외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들다. 언론연대는 “별다른 고민 없이 불필요한 법안을 남발하는 국회의 규제만능주의, 인기영합주의 행태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오픈넷,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 및 시민단체가 꼽은 좋은 법과 나쁜 법. 디자인=이우림 기자.
▲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오픈넷,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 및 시민단체가 꼽은 좋은 법과 나쁜 법. 디자인=이우림 기자.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오픈넷은 공통적으로 인터넷실명제 법안을 문제로 지적했다. 민언련은 “헌법재판소가 이용자를 보호하려 이미 위헌 결정을 한 인터넷 댓글 실명제를 부활시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정치인의 의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포털에 가짜뉴스 모니터링과 삭제 의무를 부과하는 김성태 의원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역시 가짜뉴스 관련 문제적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손지원 변호사는 해당 법안이 “정치적 이익 목적’, ‘여론 형성에 영향’, ‘여론 조작’, ‘가짜뉴스’ 등의 불명확한 개념을 기준으로 표현행위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도록 한다”고 지적한 뒤 “판단자의 주관에 따라 적용범위가 달라지고 어떤 표현행위도 안전하지 않으며, 정치적으로 남용될 위험도 높은 인터넷의 숨통을 조이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해당 법이 포함된 자유한국당 의원 110명이 공동 발의한 ‘포털 5법’ 모두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언론노조는 최근 사회적 현안인 EBS에 보도 프로그램 편성 금지를 골자로 하는 한국교육방송공사법도 문제로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현행 방송법은 모든 프로그램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절차를 보장하고 있다”며 “방송법 어디에도 정치권이 특정 방송사의 특정 프로그램에 대해 금지 및 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협찬 투명’ ‘미디어교육 활성’ 좋은법

시민단체들은 온라인 표현물 논란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거나 생산적 논의를 하는 법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언론노조와 언론연대는 가짜뉴스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나온 유은혜 민주당 의원의 ‘미디어교육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을 공통적으로 좋은 법안으로 꼽았다. 이 법안은 미디어교육의 보편적 시행을 위한 기구를 만들고 시민사회와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언론노조는 “미디어교육을 보편적 서비스로 확대하고, 통합적·체계적인 미디어교육 추진을 통해 미디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속히 심의·통과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언론연대는 “정부 주도의 권위주의적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과 정부 간 협업체계와 지역분권의 거버넌스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오픈넷은 유승희 의원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좋은 법으로 제시하며 기존 규제법과 상반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승희 의원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 삭제’ ‘후보자 비방죄 삭제’ 등을 골자로 한다.

민언련과 언론연대는 방송협찬을 투명화 하는 내용의 신경민 의원의 방송법 개정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협찬은 간접광고와 달리 방송사와 광고주가 직거래하면서 광고 규제의 틀을 벗어나 음성화돼 단가의 기준도 알 수 없고 돈 받고 뉴스를 내보내는 경우까지 나왔다. 민언련은 “‘협찬’이 아니라 협찬 ‘고지’의 허용범위와 기준만 규정해 부적절한 협찬이 온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둔 허점투성이 제도”를 현 방송법의 문제로 지적하며 “조속히 협찬과 관련한 구체적 기준과 방법 등을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영방송·미디어 규제기구와 관련한 법안 가운데 민언련은 이재정 의원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에 주목했다. 이 법안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 시 소속 구성원, 방송 관련 학계 추천이 3분의1 이상 되도록 하고 KBS 사장 선임 때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사장추천위원회를 만드는 내용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구조를 개선하는 법안에 주목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진선미·남인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통위 설치법은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미디어 규제기관의 위원 선임 시 특정 성별이 특정 비율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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