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집회 인원은 축소되고 촛불집회 인원은 부풀려질 겁니다. 우리에겐 신문도 지상파도 종편도 없습니다.…우리가 모두 언론이 되면 됩니다. 스마트폰으로 애국 혁명을 일으킵시다!”(2017년 2월 서울시청 앞 박근혜 탄핵반대 집회 중 사회자 발언)

전직대통령 박근혜씨 탄핵 반대로 광장에 등장했던 극우보수진영이 심의·규제에서 자유로운 유튜브 플랫폼에서 가짜뉴스라는 총구를 통해 ‘혐오’라는 총알을 쏴대고 있다. 총구가 문재인정부와 진보진영을 겨누고 있지만 피를 흘리는 건 저널리즘이다. 유튜브와 가짜뉴스는 다가온 국정감사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며 사회적 논쟁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보수 성향 유튜브 상위 17개 채널의 총구독자는 83만5100명에서 200만1700여명으로 1년 사이 2배 이상 성장했다.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 25.2만 명 △황장수의 뉴스브리핑 21.2만 명 △신의 한수 20.1만 명 △조갑제TV 14.9만이란 구독자수에서 극우보수 성향 정치시사채널의 영향력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탄핵 당시 박근혜씨는 MBC나 KBS가 아닌 정규재TV와 단독인터뷰에 나섰다. 돌이켜보면 유튜브에서 진지전을 펼쳐야 한다는 일종의 메시지였다. 월간조선 전 편집장 조갑제씨는 박근혜 탄핵반대집회 당시 “한국 언론을 쓰레기라고 하는 것은 극존칭이다. 쓰레기는 재활용할 수 있지만 언론 조작은 정신적 독극물”이라고 주장하며 언론혐오를 부추겼다.

▲ 2017년 2월 서울시청 앞 박근혜 탄핵반대 집회 모습. ⓒ연합뉴스
▲ 2017년 2월 서울시청 앞 박근혜 탄핵반대 집회 모습. ⓒ연합뉴스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국면에서 조중동을 포함한 대다수 보수언론이 박근혜씨를 비판하자 극우보수는 언론을 탄핵사태의 원인으로 규정하고 스스로 ‘미디어전사’를 자처했다. 그리고 약 2년이 흐른 지금 종이신문·인터넷매체·팟캐스트·페이스북 등을 기웃거렸던 이들은 유튜브에 자리를 잡았다. 공영방송의 정상화흐름과 함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증가와 같은 변화가 이들 채널이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가짜뉴스의 중심은 일간베스트(일베)에서 유튜브로 이동했다. 일베는 2013~2014년 동시접속자 수가 3만~4만 명이었지만 2018년 현재 3000~4000명, 10분의1로 급감했다. 극우보수 유튜브 채널은 서로의 가짜뉴스를 확대재생산하면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이들 콘텐츠는 상업적 목적과도 결합돼 진화하고 있다. 조회 수 기반 광고수익을 고려할 때 주요 채널의 경우 월간 수천만 원의 수익을 쉽게 올리고 있다.

▲ 유튜브는 극우보수의 진지전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다.
▲ 유튜브는 극우보수의 진지전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다.
이들은 가짜뉴스와 의혹제기를 섞어가며 효과적인 선동에 나섰다. 유튜브 같은 OTT서비스는 방송법에 따른 규제를 받지 않는데다, 이들 채널은 언론사도 아니어서 검증책임마저 없다. 이 점을 활용해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음모론으로 젊은 층을 붙잡고 과거 종편에 등장했다 지금은 퇴출된 이들을 활용해 노년층을 붙잡는 식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한겨레는 탐사취재를 통해 가짜뉴스 발원지가 종교단체 ‘에스더기도운동’의 공지게시판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에스더와 청년 극우 활동가들이 태극기 집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으며 이들이 개발한 가상의 적은 동성애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박근혜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에 43억여 원의 자금지원을 요청한 것으로도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에스더에서 일했던 한 활동가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에스더의 인터넷 사역 전략은 차별금지법 반대로 시작해 인권조례반대, 종북논쟁, 동성애 이슈 확산 등을 거치며 완성됐다”고 밝혔다. 당장 에스더기도운동측은 2일 ‘한겨레가짜뉴스피해자모임’을 만들고 “가짜뉴스의 온상 한겨레는 폐간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제 저널리즘은 가짜뉴스로 인해 신뢰에 위협을 받는 가운데 가짜뉴스를 검증하는데 화면과 지면을 써야 하는 처지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처럼 9월28일자 지면에 변희재 석방을 요구하며 태블릿PC조작을 주장하는 의견광고를 실어주게 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 9월28일자 조선일보 지면.
▲ 9월28일자 조선일보 지면.
오늘날 가짜뉴스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은 반복적인 ‘혐오’다. 과거 나치가 유대인과 관련한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유대인 혐오를 증폭시켰던 점과 유사하다. 등장 당시 조롱의 대상이었던 나치가 1929년 세계대공황을 기회로 좌파와 우파 모두에 대한 적대감을 민족주의와 결합시키며 당시 독일의 ‘대체 종교’로 등장했던 역사가 오늘날 갖는 시사점은 크다.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던 가짜뉴스의 공포는 가짜뉴스 그 자체보다 공유와 확산에서 비롯된다. 이는 유튜브나 구글이란 인터넷서비스의 알고리즘 문제일수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볼 때 △정신적 불안 △경제적 혼란 △정치적 분노에 대한 반응이자 혁명의 확산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2017년 유례없는 촛불시민혁명을 경험한 한국사회가 역설적으로 ‘반동의 시대’를 맞이할 위협에 놓여있다는 의미다.

극우보수가 유튜브 진지전을 예고한 가운데 정부는 대응에 나섰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이낙연 국무총리는 2일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는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사회의 공적”이라며 “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사람은 의법 처리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한 뒤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부처는 가짜뉴스 통로로 작용하는 매체에 대해 필요하고 가능한 조치를 취해야 옳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무총리의 저 당연한 말은 가짜뉴스를 해소할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자칫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빌미를 줄 수 있다. 앞으로 유튜브와 가짜뉴스와 관련된 논의에서 저널리즘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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