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 드라마팀이 제작사에 개별근로계약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제작사가 턴키계약 하던 팀들에게 개별근로계약이 원천불가하다고 했다고 오늘 아침에 연락 받았습니다. 또 다른 드라마팀에선 제작사에 계약서 수정을 요구했는데 3일 후에 잘렸습니다. 스태프 노동자들이 강하게 요구해도 제작사는 들어주지 않습니다.”(방송스태프지부 조명분과 노동자)

“문화체육관광부와 고용노동부가 몇 가지 대책을 내놔도 제작사는 변질해서 이해하고 있고 (노동시간 단축 관련)법은 시행이 안 되고 있어 지금 상황이 더 좋지 않습니다. 열정적으로 일할 친구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7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새벽 3시40분에 퇴근하는 삶을 20년 이상 해왔습니다. 인간적으로 일하고 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방송스태프지부 그립분과 노동자)

“계약서·4대보험 등 작가들에게 보장하지 않는 게 많습니다. 보통 방송 1편당 페이를 받는데 결방이 되면 돈을 받지 못합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작가 인원을 많이 줄였습니다. 1인2역도 해 건강을 위협당해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하고 싶지도 않고요. 개편하면 최소 한달 전이라도 얘기를 해주면 좋겠어요. 오늘 얘기해서 다음주에 폐지한다? 우린 일자리를 잃는데…” (방송스태프지부 작가분과 노동자)

“독립PD들은 일의 시작과 끝이 없습니다. 계약은 거의 구두로 이루어집니다. 3개월짜리 제작비를 받았다가 6개월로 기간이 늘어도 받는 페이는 같습니다. 촬영 중 다치기라도 하면 보장받는 건 없고 그때부터 실직상태가 됩니다. 촬영 마치고 편집에 들어가면 더 타이트해서 밤샘작업을 합니다. 방송제작 기간을 늘리고 장시간노동을 줄여야 합니다.” (방송스태프지부 독립PD분과 노동자)

▲ 희망연대노조 김진억 국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드라마제작사 측 입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 희망연대노조 김진억 국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드라마제작사 측 입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지부장 김두영)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위원장 이학영)와 함께 국회에서 2일 ‘방송스태프 비정규직 노동자 국회증언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지부장 김두영)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위원장 이학영)와 함께 국회에서 2일 ‘방송스태프 비정규직 노동자 국회증언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지부장 김두영)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위원장 이학영)와 함께 국회에서 2일 ‘방송스태프 비정규직 노동자 국회증언대회’를 열었다. 방송스태프지부는 방송 제작현장에서 여전히 노동환경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방송사·제작사-스태프 노동자 등이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체’를 제안했다.

노사정 협의체는 영화산업이 앞서 도입했다.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조 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팀별계약·구두계약 관행은 영화도 드라마와 똑같았는데 2010년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영화산업노조, 한국영화제작사협회 등이 영화산업협력위원회를 꾸려 계약서를 만들기로 했다”며 “2013년부터 세차례 영화에 투자하는 대기업·극장 등이 참여하는 노사정 협약을 거쳐 표준근로계약서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정부측은 노사정 협의체 제안에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양한열 방송통신위원회 방송기반국장은 “노사정 협의체는 좋은 취지라고 생각한다”며 “방통위에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영 문체부 미디어정책국장도 “적극 찬성”이라며 “다만 방송사와 제작사가 들어오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방송사에 책임을 묻는 형식이기에 노사정 협의체에 방송사가 들어올 유인이 부족하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방송스태프지부 등은 방송사의 숙원사업인 중간광고를 ‘스태프 노동환경 개선’을 전제로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드라마 제작현장 3곳을 조사해 제작사와 턴키계약을 맺는 감독들을 사용자로 규정해 비판을 받았다. 방송사나 제작사가 스태프와 근로계약을 맺어야 스태프들의 노동조건을 책임질 수 있는데 이를 감독들에게 떠넘기는 꼴이라서다. 방송스태프지부는 노동부가 이번 발표를 철회하고 감독급도 노동자로 봐야 턴키계약을 근절하고 현실적으로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동부는 현 계약구조 하에선 제작사와 턴키계약을 맺은 감독들을 사용자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태호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교수 등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아 노동자성을 고민했고 조사한 결과 연출촬영제작 스태프들은 프리랜서 계약이지만 사실상 노동자로 봤고 팀장(감독)들은 도급업자(사용자)로 봤다”며 “현재로서는 제작사와 도급업자 간 체결하는 계약에서 각종 복지혜택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기 과기정통부 방송산업정책과장은 “200억원 규모로 방송사·제작사 프로그램 제작지원을 하고 있는데 외주제작시 이면계약금지 등을 위반할 경우 제작비를 환수하거나 참여를 제한하는 제재를 올해부터 반영했다”며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심사할 때도 제작비 적정성 심사를 추가했고, 스태프 상해보험 가입도 의무화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 드라마제작현장은 수직 다단계 구조로 고용관계 역시 복잡하다. 자료=방송스태프지부
▲ 드라마제작현장은 수직 다단계 구조로 고용관계 역시 복잡하다. 자료=방송스태프지부

현재 문체부는 방송제작 현장에 표준계약서라며 업무위탁계약서, 도급계약서 등을 만들어놓은 상태다. 안 위원장은 “노동시간을 통제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이기 때문에 여타 계약서는 필요가 없었다”며 “영화산업 쪽에선 근로계약서 하나만 만들었다”고 말했다.

영화산업노조와 방송스태프지부가 비판했던 표준계약서 문제에 대해선 문체부가 즉답을 피했다. 박 국장은 “표준계약서를 세가지로 만들었던 건 당시 방송 현장에는 서면계약 자체가 없었는데 다양한 고용형태를 반영해서 만들었던 것”이라며 “근로계약서로 통일하겠다는 건 바로 답을 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박 국장은 “현재 제작사는 신고제인데 규제를 강화해서 등록제로 전환할 것인지, 의무사항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 등 제재수단을 도입할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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