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노동조합(위원장 박준동)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겨냥해 “언론사 사유화와 세습이 언론자유의 적이란 사실을 사측이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편집권 독립 보장 제도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사주와 경영진 전횡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란 진단을 노조가 내린 것이라 주목된다.

조선일보 노조가 지난 1일 발행한 노보 하단기사 제목은 “언론사 사유화와 세습, 언론자유의 적이다”였다. 방씨 사주일가 세습을 직격한 내용으로 이전 노보보다 비판 논조가 세다. 노조는 “올해 노조가 사측으로부터 얻어낸 것은 별로 없지만 분명하게 밝힌 것은 있다”며 “조선일보 안에 성역은 있고 언론자유는 없다는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사진=미디어오늘
▲ 조선일보. 사진=미디어오늘
노조는 사주 독점 체제에 “대를 이어 세습돼 내려갈수록 기업가 정신은 옅어지고 특권은 강화되기 마련”이라면서 “지도자 자질과 상관없이 절대 권력은 언론자유를 압살하며 구성원들을 편향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편집권 독립을 위한 장치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사주가 인사권을 틀어쥐고 장기 집권하며 세습까지 하는데 언론자유가 살아있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직장에서 도태될 자유를 각오하지 않는 한 사주 심기를 거스르는 기자는 나오기 힘들다. 노조라는 공적 조직마저 성역을 침범했다고 ‘패싱’ 당하는데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노조의 강도 높은 비판은 ‘사주 심기를 건드리면 될 것도 안 되고 회사를 우회적으로 압박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과거 집행부 방침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노사 대립 시작은 지난 4월 노보로 보인다. 조선일보 노조는 과거 10년치 회계자료를 분석해 조선일보 임직원 임금에 비해 주주 배당금이 지나치게 늘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임직원 총임금은 2007년 439억 원에서 2017년 405억 원으로 줄어드는 추세인데 주주 배당은 2007년 54억 원에서 2017년 123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는 것이다.

당시 노조의 문제제기는 조선일보 지분 30%를 가진 방 사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물론 향후 임금협상에서 임금 인상 필요성을 어필하기 위해 제기한 이슈이기도 했으나 사측은 “성역을 넘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조는 “(문제 제기 이후) 사측은 사주 심기를 불편하게 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노골적인 노조 무시 행태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 왼쪽부터 방응모, 방일영, 방우영,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조선일보 사주 일가. 사진=미디어오늘
▲ 왼쪽부터 방응모, 방일영, 방우영,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조선일보 사주 일가. 사진=미디어오늘
노조는 ‘노조 패싱’ 차원에서 회사가 임금협상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지난 6월 임금협상 공문을 사측에 보냈지만 묵묵부답이었고 8월 초 박 위원장이 사장을 직접 찾아 결단을 촉구했으나 회사의 응답이 없다는 것. 노조는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무시하고 협상에 임하지 않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법을 따지기 전에 비판을 업으로 하는 언론사에서 노보 비판을 이유로 신경질적 반응을 하는 것이 온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는 회사가 매년 지급했던 기자협회 축구대회 지원금을 사주 비판 직후 끊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노조에 대한 보복을 기자 조합원들에게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노보 비판을 이유로 사원 임금과 노동조건을 볼모로 잡고 오기를 부린다면 정상적인 회사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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