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3월 KBS를 떠났던 최경영 전 뉴스타파 기자가 지난 1일부터 KBS에 출근하고 있다. KBS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KBS 진실과미래위원회가 명예 회복과 피해 구제 차원으로 최 기자 복직을 권고했고 전문 인력 채용이 필요하다는 김의철 KBS 보도본부장 판단에 따라 특별채용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특별채용은 사장 결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양승동 KBS 사장 뜻도 반영됐다. 최 기자는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J’에서 활동한다.

최 기자는 2012년 공정방송 파업 과정에서 그해 4월 해고 처분을 받았다가 재심에서 정직6개월로 감경됐다. 이듬해 KBS에서 퇴사해 탐사보도 전문 매체 뉴스타파로 자리를 옮겼다. 최 기자는 2012년 파업 중 당시 김인규 KBS 사장에게 “이명박의 강아지 나가라”, “김인규 너 나가 인마” 등의 문자를 보냈고 품위유지 위반 등 사유로 징계를 받았다. 

김인규 전 사장은 MB 특보 출신으로 KBS 공정성을 정권 입맛에 맞게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2년 KBS 임원회의록을 보면, 김인규 전 사장은 최 기자 해고 이후 자신을 향한 비난을 무마시키려 간부들을 중심으로 사내 여론전을 기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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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호 전 뉴스타파 기자 역시 KBS에 특별 채용돼 지난달 1일부터 출근 중이다. KBS 경영진과 간부들의 부당 지시와 제작 자율성 침해, 부당 전보로 고초를 겪던 그는 지난 2016년 3월 KBS에 사표를 내고 뉴스타파 기자로 활동했다. 특별채용에 앞서 KBS 진실과미래위원회는 최문호 기자 명예를 회복하고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KBS에 권고했다. 

▲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왼쪽)와 김용진 대표가 지난 2016년 4월 서울 중구 정동 성공회빌딩에서 조세도피처 취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왼쪽)와 김용진 대표가 지난 2016년 4월 서울 중구 정동 성공회빌딩에서 조세도피처 취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번 인사는 KBS 입장에선 탐사보도 전문 인력을 수급한 절차지만 뉴스타파로선 주축 인력 이탈이다. 그러나 KBS 탐사보도팀장 출신의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1일 통화에서 “최경영·최문호 두 사람은 KBS에서 아픔을 겪었다. 본인들과 KBS가 서로 원한 결과 특별채용이 이뤄졌다”며 “공영방송이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중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향후 KBS와 뉴스타파가 협업하는 데 있어서도 두 사람이 가교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너지 효과를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결정”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뉴스타파 앵커로 활동했던 최승호 MBC 사장 체제 하에서 MBC와 뉴스타파 협업이 이뤄졌다. 사이비 국제학술단체 와셋(WASET) 고발 보도가 대표적이다.

뉴스타파는 최근 5년차 안팎의 젊은 기자들을 충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다스(DAS)와 그 협력업체들을 취재했던 강현석 일요신문 기자도 뉴스타파에 합류했다. 김 대표는 “뉴스타파는 그동안 세대 교체를 해왔다. 경험 많은 기자들이 떠난 것이 뉴스타파 역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할 순 없지만 이들을 보완할 만한 인력은 충분하다”면서 인력 유출에 따른 우려를 일축했다.

뉴스타파를 둘러싼 환경이 낙관적인 건 아니다. 정권 교체 이후 후원자가 감소했다. 지난해 4만 명을 넘었던 후원자 수는 3만 명대로 준 상태다. 광고가 아닌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뉴스타파로선 고민거리다. 정상화 과정에 있는 KBS·MBC도 과거 정권 때와 달리 ‘좋은 보도 경쟁자’가 됐다.

김 대표는 “정권 교체 이후 후원이 조금 떨어졌지만 올 들어 선보인 ‘장충기 문자’, ‘가짜 학회’ 보도 등으로 신규 가입하는 후원자들이 있다”며 “여전히 ‘좋은 저널리즘’을 하면 시청자와 독자들이 반응한다. 또 시민들 사이에 ‘독립 매체를 지켜나가자’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다음과 네이버 포털 사이트 제휴를 통해 시청자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포털 제휴는 좋은 기회지만 포털에만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성 매체가 못하는 탐사 보도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앞으로도 ‘좋은 저널리즘’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 기자 출신 김경래 뉴스타파 기자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촛불 혁명과 정권 교체 이후 후원자 수가 줄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뉴스타파라는 독특한 매체가 갖고 있는 효용은 꽤 크다. 이 매체가 조금 더 탄탄해지고 조금 더 확장된다면 한국 민주주의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KBS 기자 출신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뉴스타파 기자로 계속 일할 것”이라며 “KBS로 돌아가지 않을 거고 현장을 떠나지도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저의 첫 번째 정체성은 뉴스타파의 탐사보도 기자”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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