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열리는 제주국제관함식에 일본 자위대 군함이 욱일기를 게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정치권에서 아예 일본 군함의 참여 자체를 못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이 문제에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지 않았던 자유한국당의 일부 국방위원도 욱일기 게양 반대입장을 내놓았다. 해군은 참가국이 주최국 국기와 자국기를 게양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최고위원회에서 일본 자위대의 욱일기 게양 방침을 두고 “언론이 용어를 제대로 정리해야 한다. 일본 욱일승천기는 일본이 부르는 말이고 전범기가 정확하다”며 “나치깃발을 전범기라 부르듯이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광온 의원은 일본 해상자위대가 주권의 상징이라서 우리 외교부와 해군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보도에 “주권의 상징이 아니라 침략과 군국주의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전범기를 펄럭이면서 일본 함정이 들어온다면 독일 함정이 나치깃발을 달고 프랑스 노르망디나 다른 전쟁피해 국가의 항구에 들어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독일은 이런 행위를 생각하는 것조차 범죄로 규정하고 끊임없이 사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일본이) 끝까지 고집한다면 일본 참석을 불허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정서”라고 역설했다.

같은당 박주민 의원도 이날 회의에서 “욱일기는 단순한 깃발이 아니다. 일제 강점의 피해 당사자나 피해국에는 전쟁범죄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박주민 의원은 “일본이 과거 군국주의에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 없이 함께 평화를 지키겠다는 관함식 행사에 참여하는 건 국제관함식의 의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 지난달 27일 오후 서귀포시 강정동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가 국제관함식 즉각 취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달 27일 오후 서귀포시 강정동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가 국제관함식 즉각 취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이와 관련해 아직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으나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만 유일하게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열린 국방위원회에서 욱일기 게양시 관함식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 국회 국방위원회가 11일 국정감사 때 관함식에 참여하기로 돼 있는데, 욱일기를 달고 오는 일본 군함을 향해 박수 칠 수는 없지 않느냐. 만약 욱일기를 달고 오는 것을 고수한다면 거기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의원은 ‘관함식에 일본 자위대가 욱일기 게양을 고수하려거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인가’라는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앞서 귀화한 일본인 출신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아예 욱일기를 포함해 일본 군국주의 상징물을 한국 안에서 쓰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사카 교수는 “독일에서 하켄크로이츠라든가 히틀러를 상징하는 모든 것을 공공장소에서 쓰지 못하게 하는 법안과 비슷하게 한국에서만이라도 그렇게 쓰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있으면 일본이 이쪽에 들어올 때도 절대 못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리 해군은 일본에 행사개최국인 한국의 태극기와 일본 일장기를 함께 게양하는 게 원칙이라고 공지했다. 해군 관계자는 1일 오후 “욱일기 문제를 떠나, 해상 사열시 일본을 포함한 모든 참가국이 함정의 마스트에 태극기와 자국 국기를 게양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을 공지했다. 그 후 우리 입장이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원칙을 일본이 위반할 경우를 두고 “발생하지 않은 일에 대해 답변할 수 없다”면서도 “당시 무슨 일 생기면 (당연히) 상황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해군 내에서는 국제법상 ‘움직이는 영토’라는 군함의 법적 지위가 있기에 강제로 욱일기를 떼도록 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지난 2015년 10월15일 오전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시에 정박 중인 일본 해상자위대의 함선에 욱일기가 게양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2015년 10월15일 오전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시에 정박 중인 일본 해상자위대의 함선에 욱일기가 게양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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