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최근 EBS의 보도·시사·오락프로그램 제작을 금지하는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EBS 안팎에서 ‘한국당의 정치적 공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전국 241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시민행동)은 1일 성명을 내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개악안에 따르면 EBS는 교육정책과 정보에 대한 뉴스 전달도 반려동물의 문제 행동을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짧지만 강렬한 이미지와 텍스트로 사회 의제를 날카롭게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만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김성태 의원 등 한국당 의원 17명은 지난달 27일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EBS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교육방송 프로그램’으로 명시, ‘모든 종류의 보도 및 시사, 오락프로그램은 교육방송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규정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개정안 제안 이유로 이들은 “(EBS가) 교육방송 설립 목적과 다른 시사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방송의 객관성,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밝혔다.

▲ EBS 사옥. 사진=EBS 제공
▲ EBS 사옥. 사진=EBS 제공

이는 한국당 소속 과방위 위원들이 문제 삼았던 EBS 시사프로그램 ‘빡치미’ 논란을 잇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국민 청원 프로젝트’를 표방한 이 프로그램은 ‘갑질공화국’, ‘청년임대주택 논란’, ‘동물학대’, ‘을의 반란’ 등을 주제로 다뤘다.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달 24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프로그램 출연진이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나 정당 소속이라는 점을 들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주장, 예산 삭감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시민행동은 “출연진 구성을 두고 정치권이 ‘정치적 편향성’ 운운하는 것은 방송법이 보장한 ‘편성의 독립과 제작 자율성’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공적 재원 구조가 취약한 EBS에 대해 예산 삭감을 거론하거나 방송 분야를 제한하겠다는 발상은 자유한국당이 아직도 ‘방송 장악’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민행동은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가 EBS 한국사 교재 내용에 삼청교육대 내용을 삭제하려 했던 점을 언급했다. 시민행동은 “역사교육마저 왜곡하려 한 당사자들이 EBS 공정성과 편향성을 운운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참으로 씁쓸하다”며 “더는 EBS를 정쟁 도구로 소모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조 EBS지부(지부장 유규오, EBS지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국회 일각에서 유례없는 황당한 방송 탄압 기도가 자행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BS지부는 EBS 관련 법 조항들을 언급하며 ‘빡치미’는 헌법과 EBS 설립 목적에 부합한다고 반박했다.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는 EBS 설립 목적이 ‘학교 교육의 보완, 평생교육, 민주적 교육발전에 이바지함’으로 돼 있고 △헌법 제31조는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해야 한다’고 돼 있으며 △평생교육법 2조는 ‘평생교육은 학력보완교육, 성인문자해득교육, 직업능력 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 등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EBS지부는 “그런데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해당 프로그램을 시사 프로그램, 정치편향 프로그램으로 낙인 찍으며 개악안을 발의했다”며 “방송법상 방송분야는 보도(뉴스), 교양, 오락으로 구분돼 있다. 시사 프로그램이라는 분야는 없다. 본인도 명백히 규정할 수 없는 방송분야를 설정해놓고 EBS에서 이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지의 소산일 뿐”이라고 밝혔다.

EBS지부는 이어 “EBS는 시청자위원회를 운영하고 있고 국가적으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존재한다”며 “특정 프로그램 출연자 구성을 빌미로 공정성과 편향성을 운운하며 법 개정을 통해 EBS 방송분야까지 제한하겠다고 나선 것은 권한 오용일 뿐만 아니라 명백한 방송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EBS지부는 “법 개정이나 예산 삭감으로 공영방송 EBS를 겁박하지 말라. 공영방송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이다. 공영방송은 정치권이 개입하면 할수록 공영성이 훼손되는 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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