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를 더 주고 싶게 만드는 프로그램, KBS ‘저널리즘토크쇼J’(이하 ‘J’)가 9월30일 방송에서 신뢰도·영향력 1위 JTBC를 통해 무언가 배우고자 했다면 진행자였던 정세진 아나운서가 JTBC ‘소셜라이브’를 두고 “전 한 번도 안 봤어요”라고 말한 대목은 제작진이 편집했어야 했다. 경쟁사 뉴스를 분석해 자사뉴스를 성찰하겠다고 시작한 아이템인데 경쟁사의 디지털 킬러콘텐츠를 한 번도 안 봤다는 걸 언급해 버리면 배우겠다는 의지가 1도 없어 보인다.
‘J’가 JTBC를 다룬 사실 그 자체로도 평가하고 인정할 만하다. 경쟁사를 인정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이날 방송에선 권석천 JTBC보도국장이 출연해 “현장을 연결하고 현안에 대해 계속 집요할 정도로 파고 들어간다. 한 발 더 들어간다는 콘셉트에 따른 것”이라며 JTBC만의 메인뉴스 블록편집전략을 소개하는 파격을 보여줬다. 얼핏 JTBC 홍보처럼 비춰질 수도 있었던 ‘모험’이었다.
이날 방송에선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이 생방송으로 기자와 문답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뉴스수용자들이 손 사장에게 감정을 주입하고 손 사장 질문을 통해 알고 싶은 걸 알게 됐다는 만족감을 갖게 되고, 취재내용을 집요하게 묻는 손 사장의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효능감을 선사한다는 분석도 유의미했다. 그런데 정작 KBS는 어떻게 바꿔나가겠다는 이야기를 찾긴 어려웠다.
더욱이 JTBC의 디지털전략을 이야기하면서 진행자가 마치 자랑처럼 ‘소셜라이브’를 한 번도 안 봤다고 말하는 대목에선 기획 취지와 달리 정작 KBS 내부는 평화로운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KBS가 자체 실시한 뉴스프로그램 시청자 인식조사였다. KBS 메인뉴스를 보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습관적으로”라고 응답한 사람이 60.5%, “공정·객관보도 때문”이라는 응답이 16.7% 순이었다. JTBC 메인뉴스를 보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공정·객관보도 때문”이란 응답이 41.6%, “심층·분석 보도 때문”이란 응답이 26.3% 순이었다. 시청자들은 “KBS보도는 틀에 박혔다”고 말했다.
9월30일 J 방송 감상평은 이러하다. KBS는 변하지 않은 것 같고 기대만큼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그저 손석희 사장이 JTBC를 떠날 때만 기다리는 것 같다. 그들은 시간이 흐르면 시청자가 KBS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습관적’으로.